선거와 관련해서 선거법 준수는 당연히 기본이 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후보자들의 살아온 삶을 자세히 살펴서 도덕성을 엄격히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스스로가 이념의 틀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를 잘 점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지금까지 지지해온 정당의 후보보다 다른 당의 후보가 도덕성이나 전문성 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이 되면, 다른 당의 후보를 지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이 자신이 이념에 매여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본문 중)

4.15 총선을 앞두고 기윤실은 코람데오닷컴과 함께 한국교회의 건강한 정치 참여와 투표 참여에 관해 들어보는 3회 연속 대담을 기획했다. 첫 번째 대담은 “기독교인의 올바른 정치 참여와 선거”라는 주제로 손봉호 장로(고신대 석좌교수, 기윤실 자문위원장)와 백종국 교수(경상대 명예교수, 기윤실 이사장)가 진행했으며, 2020년 3월 16일(월) 기윤실 회의실에서 이루어졌다.

영상으로 보기   두 번째 대담 보기

 

 

백종국(이하 백): 오늘의 대담 주제인 ‘선거’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이야기를 잠시 나누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손봉호(이하 손): 다들 아시다시피, 한국은 비교적 방역을 잘해 왔으나 신천지로 인해 확진자가 엄청나게 늘어나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신천지만 비판하고 있어서는 안 되고, 교회에도 신천지와 같은 이단적인 요소가 없는지 점검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천지를 비롯한 이단의 가장 큰 특징은 교주를 절대시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고, 특정인을 높이는 것은 가장 반기독교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대형 교회가 될수록 담임 목사를 높이는 현상이 많습니다. 매우 조심해야 할 요소입니다.

다음으로 이단의 특징은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한 배타적 이기주의입니다. 신천지만 하더라도 자기들만 구원을 받는다는 교리가 핵심입니다. 하지만 ‘성경은 내가 어떻게 구원받을 것인가’에서 그치지 않고, ‘이렇게 은혜로 구원받은 자가 어떻게 이웃을 섬기며 살 것인가’하는 것을 가르칩니다. 그런데 한국 교회에 이런 부분이 매우 부족합니다.

 

: 신천지 때문에 대규모로 확산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지금은 어느 정도 제어하는 추세에 있지만 최근 몇몇 교회에서 예배를 강행하다가 집단 감염되는 일이 발생하여 대중들의 비난이 교회를 향하고 있어 염려됩니다.

 

: 주일 예배는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은 온 국민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교회도 협력해야 합니다. 예수님도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고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주일 예배를 고수하다가 잘못해서 이웃에게 질병을 확산하게 되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당분간 온라인 예배나 가정 예배로 전환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 마틴 루터가 당시 흑사병이 유행했을 때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흑사병이 하나님의 채찍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작센주의 영주가 청정지역으로 피신한 것을 믿음이 부족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사제들이 목숨을 걸고 현장에 남아 병자들을 돌보고 미사를 주관하는 것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하나님이 나를 흑사병에 안 걸리게 하실 것이라고 주장하며 돌아다니는 것은 하나님을 시험하는 것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하나님을 시험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제 이어서 오늘의 주제인 선거 이야기를 해 보지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지만 4.15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문제는 몇 달 지나면 해소되겠지만 선거를 잘못하게 되면 4년을 고생하게 될 것입니다.

 

사진제공: 코람데오닷컴.

 

: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칼뱅은 군주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를 선호했는데, 그것은 인간은 전적으로 부패한 존재라는 신학적 신념에 기초한 것입니다. 칼뱅은 다수의 의견이 소수의 의견보다 항상 옳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권력을 최대한 분산시킬 수 있는 민주주의를 선호한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당대의 군주제 문화 속에서 혁명적인 생각이었습니다. 동시에 굉장히 성경적인 생각이었습니다.

 

: 선생님께서는 오랫동안 공명선거 운동에 앞장서 오셨는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 절차적 민주주의는 상당히 확보되었습니다. 선거 부정에 대해서도 엄격한 법 집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거 자체는 상당히 공명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의 문제는 유권자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이 국회에 많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민주주의의 위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는 요소로는, 첫째, 과도한 언론의 자유가 방종으로 흘러 가짜뉴스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는 물론이고 한국교회까지도 이념의 과잉과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 아주 정확한 지적입니다. 가짜뉴스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제일 심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과거 독재 시대에 언론이 독재 정권에 휘둘려서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던 것의 후유증이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사실 지금도 언론이 객관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언론은 잘못된 기사에 대해 국가나 사회의 통제를 어느 정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유튜브를 통한 개인 방송이나 SNS의 글들은 아무런 제재가 없기 때문에 훨씬 더 믿을 수 없는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언론이 공정성을 유지하지 못했던 기억으로 인해 사람들이 개인 방송이나 SNS에 떠도는 가짜뉴스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계없이 사람들이 스마트폰 사용이 생활화되다 보니 SNS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요즘은 워낙 다양한 의견이 많이 나오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니 자기 확신이 강화된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발언하는 손봉호 교수. ⓒ기독교윤리실천운동.

 

: 지난해 선생님 관련한 가짜뉴스가 범람할 때 살펴보니, 유튜브의 경우 일정한 구독자가 있으면 거기에 광고가 붙고 그 광고비의 일부가 유튜브 운영자에게 지급되는 구조가 있어, 사람들이 수익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자극적인 방송을 계속 만들어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 사람들이 사실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찾아서 받아들이는 경향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어떤 유튜브 영상을 한번 보면 비슷한 방송을 계속 보여주는 알고리듬이 작용하니 점점 더 자기 확신을 강화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SNS의 구조를 잘 알고 가급적 SNS를 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급적 뉴스를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공식 언론을 통해 접하고, 이것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매체를 비교하면서 비판적으로 판단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자기가 거짓말 안 하는 것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거짓말 적게 하도록 하는 일에도 힘써야 합니다.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가짜뉴스를 많이 보면 결국 가짜뉴스가 늘어나도록 돕게 됩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언론 이야기가 나왔으니 선생님께서 조선일보 윤리위원장직을 맡으신 이유와 현재 하시는 일에 대해 말씀을 좀 해 주십시오.

 

: 나는 가짜뉴스가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특히 언론이 허위 뉴스를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신문이나 방송이라도 거짓 뉴스를 걸러내고 보도의 윤리성을 지키는 것과 관련된 일을 부탁하면 도와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선일보에서 연락이 와서 응했습니다. 영국 BBC의 경우 보도윤리준칙이 300쪽 정도 됩니다. 그래서 조선일보 윤리위원장이 된 이후 위원들과 함께 우리나라 언론이 잘 지키지 못하는 문제들 중심으로 30쪽 분량의 보도윤리준칙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가지고 기자들과 보도국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고, 그것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그만둘 생각입니다.

 

: 한국 사회와 교회가 특정 이념에 과도하게 몰입해서 그 이념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경향이 심각합니다. 그래서 기윤실은 2020년 슬로건을 “이념을 초월한 복음, 사랑으로 실현하는 정의”로 정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 매우 시의적절한 슬로건입니다. 며칠 전, 어느 교회 집사님으로부터 편지를 한 통 받았는데,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 목사님이 설교 시간에 자주 우리나라가 북한에 동조하고 사회주의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어떻게 해야겠느냐고 적혀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절대 진리를 선포해야 할 강단에까지 이념의 문제가 지배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겪었고,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보수적인 입장에 있는 분들이 놀라기도 했고, 현 정부도 이 문제에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한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처럼 모든 문제를 과도하게 이념적으로 이해하려고 접근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전혀 이익이 되지 않습니다. 나는 이념이 신앙 위에 서고 이념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은 우상숭배라고 봅니다. 가령 같은 성도라도 이념이 다르면 불신자보다 더 적대시하고, 이념만 맞으면 불신자라도 함께 하는 현상은 신앙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매우 위험한 현상입니다.

 

: 기독교인, 특히 목회자들이 복음뿐만 아니라 이념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서 제대로 된 지식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자유주의나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은 채, 군사독재 시절부터 왜곡되게 전달받은 생각을 가지고 함부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념에 대해 목회자들이 발언할 수는 있겠으나 발언하려면 이와 관련된 학문적인 자료나 아니면 최소한 정치학 개론 책에 나오는 기본 개념이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얼마 전 어떤 목사님이 ‘우리 사회가 공산주의로 가고 있다’고 해서 그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원자력 발전을 폐기하고 있다고 대답을 하더군요. 그렇다면 탈원전 정책에 제일 앞장서는 독일은 공산주의 사회일까요? 공산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정책은 토지나 공장과 같은 생산수단의 국유화입니다. 이런 가장 기본적인 근거도 지식도 없이 이념을 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교인들의 정치적 지향은 상당히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그런데 목회자가 설교 가운데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과도하게 노출하고 그것이 마치 성경의 진리인 것처럼 가르치면, 자신과 다른 정치적 지향을 가진 사람을 교회로부터 내쫓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 목회자가 사회에 대해서도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성경 말씀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사회 문제를 언급할 경우, 그 분야를 공부하거나 최소한 교인 가운데 그 문제에 관해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에게 미리 자문을 구해야 합니다. 제 아버지는 유학자이셨습니다. 제가 아버지를 전도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아버지께서 처음으로 교회 출석을 하셨는데, 마침 그날 목사님이 설교 시간에 공자와 관련해서 아주 피상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설교를 들은 아버지가 “에이 무식한 놈!”이라고 하면서 다시는 교회에 나가지 않으려 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전부터 목회자들을 위해 각 분야의 평신도 전문가들의 글을 제공해주는 매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주장해 왔습니다. 기윤실이 2년 전부터 시작한 <좋은나무>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신천지의 문제가 부각이 되었는데, 한국 교회에 이단이 이렇게 횡행하는 것은 한국 교회의 반지성주의와 관련이 있습니다. 너무 감성적이고 객관적 이론을 싫어합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신학교 교수들의 권위가 아주 높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신학교 교수들의 권위보다 대형교회 목사들의 권위가 더 높습니다.

기독교의 가장 큰 특징은 ‘계시 종교’라는 것입니다. 이는 사람이 잘 알지 못하는 객관적 진리가 있고 그것을 하나님이 말씀하셨다는 것입니다. 초기 기독교의 지도자였던 클레멘스, 오리게네스, 테르툴리아누스, 이레네우스, 아타나시우스 같은 교부들은 대단한 학자들이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현대 철학자들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이런 분들이 갑론을박을 해서 만들어 낸 게 기독교의 정통교리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교회는 이러한 지성적 노력을 무시하고 반지성주의로 흘러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이런 풍토 가운데서 이단이 나오는 것입니다.

 

: 이번 4.15 총선 관련해서 기독교인 유권자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을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세 가지 중요한 문제를 꼽는다면, 첫째, 공직선거법 준수와 같은 법적인 문제, 둘째,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 셋째,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하나님의 나라의 가치와 관련된 문제인 것 같습니다.

 

: 선거와 관련해서 선거법 준수는 당연히 기본이 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후보자들의 살아온 삶을 자세히 살펴서 도덕성을 엄격히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스스로가 이념의 틀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를 잘 점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지금까지 지지해온 정당의 후보보다 다른 당의 후보가 도덕성이나 전문성 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이 되면, 다른 당의 후보를 지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이 자신이 이념에 매여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정치 성향이 중요하게 보여도 멀리 보면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로 갈 것인가 사회주의로 갈 것인가와 같은 문제를 두고 어떤 쪽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해서도 안 됩니다. 많은 학자들이 역사는 특정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고 그렇게 되는 것이 진보라는 역사철학을 개진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역사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했던 아우구스티누스도 하나님의 역사는 신비라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다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진보 혹은 보수로 가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이념의 기준이 아니라 현 상황에서 좀 더 정직하고 정의로운 후보를 선택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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