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 동안 일부 교회와 종교 지도자들은 가짜 뉴스와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여론 형성과 선거운동에 나쁜 영향을 미쳐왔고, 이것이 우리 민주주의를 혼탁하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어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교회 내에서 흔히 일어나는 선거법 위반 사례와 교회가 지켜야 할 공직선거법의 내용을 제시하여 교회가 정의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는 가이드라인으로 삼고자 합니다.(본문 중)

김병규(법무법인 하민 변호사)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자신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를 통하여 국가 운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국민의 대표자는 선거를 통하여 국민으로부터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받게 됩니다. 따라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거가 공정하여야 합니다. 선거가 공정하기 위해서는 선거 절차와 결과가 공정하여야 할 뿐 아니라 그 이전에 여론 형성과 선거운동까지 공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정보가 왜곡되거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외부의 부당한 영향이 있다면 자유롭고 합리적인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표현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 동안 일부 교회와 종교 지도자들은 가짜 뉴스와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여론 형성과 선거운동에 나쁜 영향을 미쳐왔고, 이것이 우리 민주주의를 혼탁하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어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교회 내에서 흔히 일어나는 선거법 위반 사례와 교회가 지켜야 할 공직선거법의 내용을 제시하여 교회가 정의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는 가이드라인으로 삼고자 합니다.

 

 

먼저 어느 교회의 성도가 선거에 출마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어느 교회에서 출석 성도가 후보자가 될 경우 예배 시간이나 기도회 시간에 목회자가 출마자를 소개하거나 인사를 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소지가 있습니다. 목회자나 사회자가 회중에게 출마한 성도의 신앙이나 교회 봉사 경력, 학력이나 사회경력, 사회활동을 소개하거나, 출마한 성도로 하여금 직접 인사나 출마 소감을 이야기할 기회를 주는 등 어떤 식으로든 지지를 유도하는 행위는 금지되기 때문입니다. 목회자나 사회자가 교인 동정을 알리는 차원에서 출마 사실만을 간단하게 공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의 행위는 위법합니다. 이와 같은 행위가 금지되는 이유는 목회자나 교회의 종교적 영향력이 정치적 의사 형성과 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목사가 주일 예배 중 광고 시간에 “우리 교회의 집사이며 국회의원 후보인 아무개 집사가 건축 헌금을 100만 원 냈습니다”라고 소개하고, “국회에서 좌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60여 명 된다. 우리 교회 집사인 아무개가 국회의원이 되면 이를 막을 줄로 믿는다”라고 말한 사례가 있는데, 이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유도한 것으로 위법한 행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출마자로 하여금 기도나 간증을 시키는 사례도 있는데, 선거운동 기간 전부터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 기도·간증하는 것이라면 허용되지만, 선거운동 기간에 미리 정해진 순서와 상관없이 갑자기 출마자에게 기도나 간증을 시키는 것은 금지됩니다. 또, 선거운동 기간에 급조하여 해당 교인이 무료 상담(법률 상담, 세무 상담 등)을 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선거철이 되면 교인이 아닌 후보가 인사차 지역구 내의 교회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해당 교회가 새 신자를 소개하는 기존 관례에 따라 어떤 성도가 처음 출석했다고 알리는 것은 당연히 허용됩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이번 선거의 후보자라는 사실을 알리거나 지지를 유도하는 것은 금지됩니다.

 

 

다음은 예배 시간이나 모임 중 일어날 수 있는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목회자 등이 예배나 모임 중에 공정한 선거가 진행되고, 좋은 사람들이 뽑히길 바란다는 정도의 발언이나 기도는 허용됩니다. 하지만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해 지지를 유도하거나 비난하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종북좌파’, ‘마귀세력’, ‘예수님 잘 믿는 장로’ 등과 같이 비유나 상징, 간접화법을 이용하여 듣는 이가 특정 후보, 특정 정당에 대해 지지를 유도하거나 비난한다고 쉽게 알 수 있는 행위도 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교인들로 하여금 어느 후보나 정당의 선거운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선동 행위도 위법입니다. 예를 들어, 목사가 “기독교 목사와 장로들이 모여서 당을 하나 만들었는데 기독당이라고 한다. 당 기호가 8번이며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발언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는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는 것으로서 위법한 행위입니다, 또 목사가 특정 정당의 홍보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예배시간에 그 정당의 홍보 영상을 상영하고 그 정당에 투표할 것을 독려한 사례도 마찬가지로 위법한 행동입니다. 어느 목사가 “이단인 A정당에 투표하지 말고 B당에 투표하라”는 설교를 하고 교회 아나운서로 하여금 같은 내용의 방송을 하게 하고, 같은 내용이 기재된 주보 및 신문을 배포한 행위 역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행위입니다. 또 다른 목사는 “시장선거가 있다. 3일 동안은 시장선거를 위해 기도해 달라. 심장부와 같은 지역에 사탄, 마귀에 속한 사람이 시장이 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설교를 하였는데, 이것도 특정 후보를 비난하는 행위로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선거와 관계없는 예배나 모임은 당연히 허용됩니다. 그러나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예배를 가장한 정치 집회나 모임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목사가 관내 목사 및 교인들을 모 정당의 예비 후보자 선거사무소에서 개최한 개소식 예배에 참석하게 한 사례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선거기간 이전에라도 위와 같은 예배를 가장한 정치 집회나 모임을 하는 경우는 사전선거운동으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습니다.

 

지난 12월 16일, 기윤실은 한국기독교회관 에이레네홀에서 ‘제21대 총선 공명선거운동’ 기자회견을 열어 공명선거운동의 방향과 계획을 발표했다.

 

다음으로 교회 구성원과 관련된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보통신망(문자메시지, 카카오톡, 유튜브, SNS 등)을 이용하여 후보자 또는 그와 관계된 공익에 관한 ‘진실한’ 사실을 알리는 행위는 허용됩니다. 이는 정치적 여론 형성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당선되게 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비방’하는 행위입니다.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왜곡된 정보나 관점으로 유권자의 자유롭고 합리적인 정치적 의사형성을 방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가짜 뉴스’로 진실을 호도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것인데, 선거에 관한 가짜 뉴스는 선거제도를 무력화하고 나아가 민주주의의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것이어서 다른 어떤 가짜 뉴스보다도 더 위험합니다. 교회 구성원들은 공직선거법 위반 문제 이전에 우리 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와 같은 가짜 뉴스를 받지도 전달하지도 않아야 합니다.

선거기간 중에는 헌금을 하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교인이 좋은 사람들이 뽑히길 바란다는 취지의 문구를 기재하여 헌금을 내는 행위는 허용되지만, 특정 후보나 정당의 당선을 기원하는 취지의 문구를 기재하여 헌금을 내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의와 공의가 주의 보좌의 기초라. 인자함과 진실함이 주 앞에 있나이다”(시편 89:14). 하나님 나라는 정의와 진실을 기초로 세워지는 나라입니다. 진실한 정보와 그에 바탕한 공정한 여론 형성이 기초가 되어야 하나님이 원하시는 정의롭고 민주적인 국가 운영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교회는 신앙의 문제와 정파적 입장을 혼동해 왔고, 또 목회자의 개인적인 카리스마와 정치적 입장을 교회를 통해 국가 운영에까지 반영하려는 시도를 종종 해 왔습니다. 교회는 공직선거법을 준수하는 것을 사회의 법을 존중하는 차원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공직선거법을 준수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진실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초석이고,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이 글의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은 이번 4월 15일의 총선이 하나님의 뜻 안에서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기윤실에서는 온·오프라인에서 기독교계의 불법선거운동을 감시하고, 중대한 위법 사항이 발견될 경우 선관위에 고발 조치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공명선거 감시단’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뜻있는 분들은 아래 신청 버튼을 클릭하여 신청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위법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기윤실 대표메일(cemk@hanmail.net)로 증거자료와 함께 제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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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제21대 총선을 맞아 “교회에서 지켜야하는 공직선거법”안내 포스터를 배포하고 있다. 신청하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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