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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귀한 자원이 있다. 바로 지역 구석구석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는 ‘지역 교회’다. 교회가 조금만 마음을 열어 준다면, 더 많은 이동 노동자에게 꼭 필요한 안식처가 될 수 있다. 이는 “나그네와 약자에 대한 환대”를 강조하시며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 말씀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길이기도 하다. (본문 중)
홍윤경(영등포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센터장)
‘기상 관측 122년 만의 최고 더위로 온열 질환자가 폭증하고 있다’라는 두려운 뉴스들이 쏟아진다. 에어컨 방에서 문밖으로 나서는 순간 찌는 듯한 열기에 숨이 턱 막혀서 단 1-2분조차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이 잔인한 더위에도 하루 종일 뜨거운 아스팔트를 누벼야 하는 이들이 있다. 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퀵서비스, 방문 검침원 등 직종도 다양한 ‘이동 노동자’다.
거리가 곧 사무실인 이동 노동자가 눈치 보지 않고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이동 노동자 쉼터’다. 더위나 추위를 피하는 것은 물론, 시원한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땀에 젖은 헬멧을 말리거나 휴대 전화를 충전하며 잠시 도구를 정비할 수 있다. 안마 의자에 누워 지친 몸을 쉬게 하고, 혈압을 체크하며 건강을 돌보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면 쉼터의 소중함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배달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공간이에요. 쉼터에 갈 때마다 집에 들어가는 것처럼 마음이 참 편안해집니다. 급할 때 화장실도 쓰고, 피곤하면 안마 의자도 이용하고요. 늘 친절하게 맞아주시는 선생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쫓기듯 달리다 보면 어지럽고 조급해지는데, 여기 오면 잠시 안정을 찾게 돼요. 마음이 한결 평안해집니다.”
“목이 마를 때 물이 있고, 휴식이 필요할 때 쉴 수 있는 곳. 그곳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있는 공간이 아닐까요?”
“쉬는 목적뿐 아니라 라이더끼리 친분 쌓을 수 있어서 좋아요. 저희는 혼자 일하다 보니 외로운 직업이잖아요”
“귀여운 메모지에 ‘○○○ 선생님’이라고 예쁘게 이름을 써서 안전용품을 챙겨주셨더라고요. 배달하다 지칠 때마다 그 글씨를 보며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동 노동자에게 최고의 고역은 더위와 체감 온도 40도에 육박하는 지열입니다. 현실적인 대피소는 카페뿐인데, 매번 커피를 사 먹을 수도 없잖아요. 제게 이동 노동자 쉼터를 네 글자로 표현하라면 단연 ‘오아시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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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등포구가 설립하고 영등포산업선교회(이하 ‘산선’)가 수탁 운영하는 영등포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설립 5년이 된 센터는 3년 전부터 ‘이동 노동자 쉼터’를 조성하여 현재 쉼터 2개소, 생수 나눔터(24시간 이용 가능한 무료 생수 자판기) 2대를 운영 중이다.
이용자가 가장 많은 쉼터 1호점은 산선 건물 1층에 자리하고 있는데, 산선이 로비 공간 일부를 무료로 제공하여 조성했다. 볕이 유난히 뜨겁던 어느 점심시간, 쉼터 주변을 가만히 관찰해 보았다.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끌고 온 라이더들이 현관 밖 생수 자판기에서 물만 뽑고 곧바로 가는 경우가 여럿이었다. 유리문 하나만 밀고 들어오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잠시라도 쉴 수 있는데 물만 챙겨 서둘러 돌아서다니…. 얼마나 마음이 급하고 1분 1초가 아까우면 저럴까 싶어 마음이 먹먹해졌다.
스마트폰 앱이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거리를 중계받아 일하는 ‘플랫폼 노동’은 이제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았다. 터치 몇 번으로 음식과 물건을 빠르고 편리하게 받아보는 플랫폼 산업의 발달 뒤에는, 그림자 노동이라 불리며 도로 위를 달리는 수많은 노동자의 땀방울이 있다.
일상은 한층 편리해졌을지 몰라도, 정작 그 편리함을 실현해 주는 노동력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기업에 종속되어 일하면서도 노동자로서의 법적 지위와 권리는 보장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의 울타리 밖에 있다 보니 휴식 시간, 연차 휴가, 퇴직금 같은 기본적인 권리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다행히 3년 전부터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해졌지만, 일반 노동자와 달리 본인 부담금이 50%에 달한다. 누군가의 안전과 노고를 담보로 온 사회가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면 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은 국가의 의무일 것이다. 노동력의 가치를 존중하게 만드는 제도 개선 또한 필요하다.
우리 센터는 조사 연구 사업을 통해 이들에게 필요한 정책과 제도를 발굴하고 제안하는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마련되고 법이 바뀌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당장 목마른 노동자에게 오아시스 같은 생수 한 병을 건네고, 최소한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그루터기를 마련해 주는 일이 시급하다. 이것이 지역마다 노동자 지원 센터와 쉼터가 촘촘히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귀한 자원이 있다. 바로 지역 구석구석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는 ‘지역 교회’다. 교회가 조금만 마음을 열어 준다면, 더 많은 이동 노동자에게 꼭 필요한 안식처가 될 수 있다. 이는 “나그네와 약자에 대한 환대”를 강조하시며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 말씀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길이기도 하다.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몇 가지만 제안해 보겠다. 이미 많은 교회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니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 적은 예산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배달 앱 등을 통해 이동 노동자임을 확인하면 교회 카페에서 시원한 생수나 음료를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산이 넉넉지 않다면 생수 한 병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눈치 보지 않고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부산시와 부산 이동노동자지원센터는 어느 편의점과 협약을 맺고 48개 매장에서 8-9월 동안 이동 노동자에게 생수 한 병과 에너지바 한 개를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교회 역시 이와 비슷한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교회 로비나 입구에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지자체와 협의하여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도 있으며, 지역 내 여러 교회가 마음을 모아 거점 교회를 선정한 뒤 운영비를 십시일반 나누어 부담하는 방법도 있다.
지역 사회와 함께 하며 영향력을 끼치는 교회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안전한 공간이 필요한 이동 노동자를 지원하는 일, 그들이 교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쉴 만한 안식처와 시원한 생수 1병을 제공할 때, 복음과 선교는 단지 말이 아닌 삶의 울림으로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에 스며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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