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는 설교를 통해 기본적으로 성도들이 일주일을 살아갈 수 있는 영적 양식을 먹여야지 정치 특강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일반 은총의 차원에서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보존하기 위해 세움을 입은 국가의 책무와 국가 지도자를 선출해야 할 성도의 책임과 관련해서 적용할 수 있는 본문을 선택하고, 그 본문을 충분히 풀어 설교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적용하여 설교하는 것이 좋습니다.(본문 중)

4.15 총선을 앞두고 기윤실은 코람데오닷컴과 함께 한국교회의 건강한 정치 참여와 투표 참여에 관해 들어보는 연속 대담을 기획했다. 두 번째 대담은 “선거 설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장희종 목사(대구 명덕교회 원로목사)와 유해신 목사(관악교회 목사, 기윤실 이사)가 진행하였으며 2020년 3월 20일(금) 기윤실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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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신(이하 유): 장 목사님께서는 목회 여정에서 설교자로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설교를 하셨는지요?

 

장희종(이하 장): 설교자로 부름을 받은 후 저는 주님께서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라”고 하셨을 때 의도하셨던 교회의 본질(청사진)이 ‘산상수훈’(마태복음 5-7장)에 담겨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산상수훈’을 거듭해서 묵상하고 반복해서 설교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예수님이 생각하셨던 교회의 청사진이 실제로 출현한 것이 오순절 이후의 예루살렘 교회였기에, 사도행전을 통해 주님이 교회를 세워 가시는 모습을 묵상하고 집중적으로 설교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교회를 통해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종합적으로 보기 위해, 신약과 구약을 균형 있게 설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설교의 핵심 목표가 주님의 교회를 세워 가는 것과 성도들이 교회의 지체로 세상 가운데서 살아갈 수 있도록 영적인 힘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씀이시죠?

 

: 예. 목회자로서 성도들이 교회의 지체로서 산상수훈이 가르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말씀을 준비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성령이 함께하셔야만 가능한 일이기에 겸손히 엎드릴 수밖에 없지요.

 

사진제공: 코람데오닷컴.

 

: 목사님은 청교도 설교자들의 글을 많이 읽으시고 도움을 많이 받으신 것으로 압니다.

 

: 청교도들이 구축했던 신앙과 신학은 제 목회의 소중한 자원이었습니다. 그것을 공부하고 그 안에서 호흡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특권이었습니다. 청교도 신학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절대 신뢰입니다. 중세 시대는 교회 전통을 제일 위에 두었고, 르네상스 시대는 이성을 그 위치에 두려고 했지만, 청교도들은 정확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에 비추어 보며 교회 전통과 이성을 상대화했습니다.

 

: 이렇게 성경에 최고의 권위를 부여하는 청교도 신학이 목사님의 설교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 하나님의 말씀에 최고의 권위를 둘 때 설교자는 이 말씀의 권위에 의존해서 담대하게 설교를 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인간의 내면을 가장 잘 아시잖아요? 그러기에 하나님이 당신의 말씀으로 자기 백성을 때로 책망하고 때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먹이시고 양육하신다는 것을 믿을 때, 설교자는 다른 데를 기웃거리지 않고 오직 성경 말씀을 깊이 연구하고 묵상하면서 그 말씀에 확신을 가지고 강단에 설 수 있지요.

 

: 청교도들이 만든 교리 표준인 신앙고백서와 교리문답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 교리 표준은 성경의 내용을 잘 요약한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 신앙의 내용이 막연하지 않도록 틀을 잡아주고 성도의 건실한 세계관을 형성하게 해 줍니다. 설교자는 연약한 인간이지만 성경과 교리 표준을 받아들이기로 서약하고, 그 권위에 의존하여 양심적으로 성도들을 먹인다는 자세로 설교를 합니다. 이러한 목회적인 설교를 저는 청교도들에게서 배웠습니다.

 

: 그렇다면 청교도들은 현실 정치와 관련해서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어떤 설교를 하였습니까?

 

: 영국의 청교도들은 왕정 아래서 교회 개혁에 집중했습니다. 반면 신대륙 뉴잉글랜드의 청교도들은 새로운 나라를 구축하기 위해 교회의 직분자 선출 원리를 국가의 지도자 선출 원리로 삼고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설교자들은 성경의 직분자들을 세우는 원리에 따라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지도자를 세울 것을 자주 설교했습니다.

 

: 이렇게 보면 믿음의 선배들은 교회의 기준을 따라 국가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문화를 만들고, 성경의 기준을 따라 국가의 지도자를 선출하도록 가르쳤는데,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세상의 잘못된 문화가 교회에까지 들어와 교단 총회장 선거 등에서 불법 선거가 일어나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 그렇습니다. 교회가 바로 서서 세상에 빛을 비추어야만 세상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목회자요 정치가로 활동했던 아브라함 카이퍼는 하나님은 특별 은총을 통해 언약 백성을 구원해 가시지만, 동시에 일반 은총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보존해 가신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일반 은총의 영역 속에 있는 대표적인 기관이 국가입니다. 하나님은 국가에 정의로 백성을 다스리도록 하는 권위를 주셨기 때문에, 이 국가의 지도자를 세우기 위한 투표에 그리스도인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 이런 관점에서 한국교회 강단에서 이루어지는 설교에 대해 평가를 해 주시죠.

 

: 목회자로서 다른 목회자들의 설교를 들을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각종 연합 모임에서 이루어지는 설교를 들어 보면 균형을 잃거나 우선순위가 바뀐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교회의 하나님일 뿐 아니라 세상의 하나님이고, 언약의 하나님일 뿐 아니라 창조의 하나님이기도 한데 하나님을 교회 내에 국한되는 분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부활절에도 성도의 부활에 대한 소망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사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온 세상의 심판 주로 오십니다. 이러한 하나님 통치의 웅장함이 선포되어야 합니다. 구원에 대해서도 너무 개인 구원에만 집착하고 하나님 나라와는 분리되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나를 죄와 사망의 권세로부터 구원해 주시는 구주임과 동시에 우리의 전 삶을 주재하시는 주님이신데, 이 두 부분이 너무 분리되어 있어요.

 

발언하는 장희종 목사.

 

: 구체적인 현실 문제를 다루는 설교에서는 어떤 문제가 있나요?

 

: 앞에서 살펴본 대로, 하나님은 일반 은총 차원에서 국가를 비롯한 여러 기관을 세워 창조 세계를 보존해 가시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말씀의 빛을 비추어 주는 설교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많은 강단이 말씀의 빛이 아닌 이념의 빛을 비추고 있습니다. 말씀의 원리가 아닌 특정 정파의 진영 논리를 가지고 상대방 진영을 공격하는 설교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설교에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고, 범사에 감사하라’는 하나님 나라의 원리가 아닌 다른 진영에 속한 자에 대한 분노가 쏟아져 나옵니다. 이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 진영에 속한 자는 이 나라의 백성이 아닙니까? 거기에도 하나님의 백성이 있지 않습니까? 진영 논리를 설파하는 것은 올바른 설교가 아니고 교회를 세우는 목회가 아닙니다.

성경에는 보수와 진보의 내용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종교 개혁자들도 “근원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면서 동시에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교회와 설교자가 진보나 보수 한쪽 편에 서서 반대쪽을 정죄한다면, 이는 성경과 교회 역사의 반쪽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교회와 설교자는 진보와 보수를 하나님의 입장에서 다 끌어안아야 합니다. 그래서 보수든 진보든 성경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더 심화시키고 넓게 해석하며 상대를 포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교회는 극단적으로 분열된 우리 시대 가운데서 화평케 하는 역할을 할 것이고, 세상은 교회를 우러러볼 것입니다.

 

: 일반적으로 보수의 가치는 개인이 힘써 일하는 것과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경제 발전을 위한 개인과 기업 차원의 성장을 중요시합니다. 그리고 진보는 공동체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 가난한 자에 대한 구제 등을 강조합니다. 이런 가치들이 성경에 다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부 목회자들이 성경에서 말하는 가치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환원해서 한쪽만 취하고 다른 쪽을 적대시하고 있습니다. 목회자가 설교할 때 특정 이념이나 사회 체제에 갇히지 않고 모든 것을 포용하고 화평케 하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바르게 선포하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합니까?

 

: 개혁교회에는 설교단 앞에 성찬 상이 있습니다. 이는 장식이 아니라 설교단에서 한 설교가 성찬 상의 감시를 받도록 한 것입니다. 목회자는 설교를 하면서 자신이 전하는 내용이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인칠 만한 내용인지 늘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의 설교가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사신 영원한 진리를 선포하고 있는 것인지, 인간의 역사와 함께 수시로 변할 수 있는 세상의 이념을 전파하고 있는 것인지 점검해야만 합니다.

 

: 그렇다면 다가오는 4.15 총선과 관련해서 설교할 때, 자신이 특정 정당에서 외치는 정치적 구호를 말하고 있는 것인지,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인친 영원한 하나님 말씀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총선과 같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정이 있더라도, 설교자는 설교를 통해 기본적으로 성도들이 일주일을 살아갈 수 있는 영적 양식을 먹여야지 정치 특강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일반 은총의 차원에서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보존하기 위해 세움을 입은 국가의 책무와 국가 지도자를 선출해야 할 성도의 책임과 관련해서 적용할 수 있는 본문을 선택하고, 그 본문을 충분히 풀어 설교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적용하여 설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 그렇다면 본문으로서는 어떤 본문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까?

 

: 구약성경의 예를 들자면, 역사서의 경우 하나님의 택한 백성인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특별 은총의 기관인 교회에 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예언서를 보면 예언자들이 이스라엘뿐 아니라 이웃 열방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 메시지도 함께 선포하고 있습니다. 이런 본문은 하나님의 일반 은총의 기관인 국가에 적용하기에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죠.

 

: 그렇다면 실제로 목사님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실제로 교회에서 했던 설교를 하나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 예. 한 예로서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했던 설교를 요약해서 소개하겠습니다. 설교 본문은 아모스 1장 1-5절을 기본 본문으로 삼고 이사야 62장 1-2절, 출애굽기 18장 21절을 함께 보았고, 설교 제목은 “나라 정치를 할 지도자의 자질”이라고 잡았습니다.

본문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그 내용에 근거해서 정치 지도자의 자질을 “민족과 나라를 사랑하는 자여야 한다”, “정의로운 자여야 한다”, “창조 세계의 보편 질서를 세워갈 수 있는 자여야 한다”, “민족적인 환상을 보는 자여야 한다”, “능력이 있는 자여야 한다”라는 내용으로 설교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마무리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를 책임질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덕목을 지적했다. 지도자가 되겠다고 준비하는 자는 이런 덕목을 마음에 품고 자신을 돌아보며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덕목은 자기 힘만으로는 갖추기 어렵다. 하늘의 하나님께 겸손히 도우심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 나라 백성 된 우리는,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지도자를 허락해 주시도록 하나님께 기도드리면서 그 근사치에 미치는 자를 뽑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허락하신 지도자에 대해서는 하나님이 은혜(일반 은총)로 주신 직분자요 하나님의 일군으로 생각하고 존경하는 마음과 함께 감사하는 마음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허락하셨지만 우리의 시대에 우리의 손으로 뽑았기 때문에 역사적인 책임을 우리도 함께 져야 하기 때문이다.

: 혹시 설교 가운데 성경의 특정 가치를 담은 공약을 예로 들면서 이 공약을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에게 투표하라고 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장: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한 후보나 정당이 굉장히 많은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에 한두 가지 공약은 성경적 가치에 맞아도 더 많은 공약이 성경적 가치에서 동떨어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약뿐 아니라, 그 후보가 살아온 삶과 도덕성, 능력도 함께 보아야 합니다. 정당도 마찬가지입니다. 후보나 정당에 대한 지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보고 성경적 가치에 좀 더 근접한 후보나 정당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성경이 말하는 일반적인 원리만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설교자가 너무 구체적인 후보 선택 문제까지 설교에 담으려다 보면, 절대적인 하나님의 진리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후보나 정당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은 개별 성도가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면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좋고, 교회가 아닌 기독시민운동이나 기독학문단체들이 공약에 대한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검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필요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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