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세상이 멈추니 덩달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줄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의 배출량은 1/4로 줄었다. 공장이 문을 닫고, 자동차도 비행기도 운항이 줄면서, 공업 지역을 뒤덮고 있던 유해 가스 구름이 걷혀 하늘이 맑아졌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관광객이 감소해 수상 택시 곤돌라의 운행이 줄면서 강물이 맑아졌다. 인도의 하늘이 맑아져 눈 덮인 히말라야 산맥이 드러났다. 인적이 끊긴 해변에는 멸종 위기 종인 바다거북들이 산란을 위해 수천 마리나 찾아들었다. (중략) 아무래도 2020년은 바이러스로 인한 인간의 멈춤이 지구에게 쉼을 가져다준 ‘지구 안식년’으로 기억될 것 같다.(본문 중)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우리나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의 첫 감염자가 나온 지 100일이 넘었다. 우리의 상황이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4월 30일 현재, 212개국에서 하루 8만 명의 신규 감염자가 나오고 있고, 매일 만 명이 죽어가며, 전체 확진자는 321만 명, 누적 사망자는 23만 명이나 된다. 온 세계가 멈추어 섰다. 하던 대로 먹고 마시고 일할 수 없고, 가고 싶은 대로 다닐 수도 없고, 맘 놓고 물건을 사고팔 수도 없다. 그러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이 얼어붙었다. 백신이 나올 때까지 이 상황은 앞으로도 2년은 더 지속될 수도 있다고 한다. 아직도 인류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두렵고 답답한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역설

일상이 멈춘 자리에는 두려움과 답답함, 아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람이 멈추니 자연이 되살아났다. 2007년 지구 온도 상승이 전적으로 인간의 책임임을 밝힌 후, 2015년에 전 세계가 합의한 지구 온도 상승 억제 목표(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는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로 세상이 멈추니 덩달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줄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의 배출량은 1/4로 줄었다. 공장이 문을 닫고, 자동차도 비행기도 운항이 줄면서, 공업 지역을 뒤덮고 있던 유해 가스 구름이 걷혀 하늘이 맑아졌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관광객이 감소해 수상 택시 곤돌라의 운행이 줄면서 강물이 맑아졌다. 인도의 하늘이 맑아져 눈 덮인 히말라야 산맥이 드러났다. 인적이 끊긴 해변에는 멸종 위기 종인 바다거북들이 산란을 위해 수천 마리나 찾아들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어떤 이들은, ‘일주일에 하루, 7년에 한 해, 50년에 한 번은 사람도 땅(자연)도 쉬라’고 명령하셨던 하나님이 세상을 강제로 쉬게 하셨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2020년은 바이러스로 인한 인간의 멈춤이 지구에게 쉼을 가져다준 ‘지구 안식년’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것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코로나19 이후 경기를 회복해 가는 과정에서 사회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이후 온실가스 배출은 이전보다 오히려 더 증가할지도 모른다. 강제적 쉼은 결코 지속 가능할 수가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번 코로나19로 지구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공기, 같은 물을 마시며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분명히 의식하게 된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간이 야기한 기후 변화가 지구 평균 온도를 높이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무심히 흘려듣던 이들도 이번에는 다르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전염병으로 겪게 될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겠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긴급히 내려진 조치에 잘 따랐다. 이런 걸 보면 앞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상당히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로 다시 회복되고 있는 지구를 보면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적정한 삶의 양식을 생각하고, 우리가 사람과 창조물 모두의 풍성한 삶을 추구하는 마음을 배우게 되길 기대해 본다.

 

2020년 1월(좌)과 2월(우)을 비교한 중국 위성사진. (출처: NASA)

 

인류의 전염병과 지구의 건강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3월 11일에 코로나19에 대해 전 지구적 전염병 대유행, 팬데믹을 선언했다. 홍콩독감(1968년)과 신종인플루엔자(2009년)에 이어 세 번째 선언이었다. 이런 것들은 단순히 새로운 질병이 아니다. 동물에게 있던 바이러스가 종의 벽을 넘어 인간을 위협하는 데에는 분명한 원인 제공자가 있다. 대개 박쥐를 주목하지만, 아니다. 우리 인간의 책임이다. 인수 공통 감염병 대부분이 그렇듯, 인간이 개발과 경제성장을 위해 동물들과 그들이 사는 세상을 건드림으로써 전파된 바이러스가 일으킨 질병이다.

여기에 또한 기후 위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상 기후가 야생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그로 인해 살 공간을 잃은 야생 동물이 인간 거주지나 목축지로 이동하여 사람들의 감염 가능성을 높인다. 지난 80년간 유행한 전염병의 70%가 야생 동물에 의하여 생긴 것들이라고 한다.1) 에이즈는 유인원, 조류인플루엔자는 새, 신종 플루는 돼지, 사스와 에볼라 바이러스는 박쥐에게서 왔다. 관련하여 인간에 의한 숲의 파괴도 바이러스의 전파를 부추기고 있다. 숲 안에는 인간이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바이러스가 있다. 늘 숲에 살던 야생 동물에게는 별문제가 아니지만 인간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에볼라, 에이즈, 사스, 뎅기, 지카 바이러스가 그 예다. 또한, 현재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 상승한 지구 기온이 1.5도까지 올라가면, 지구의 회복력이 상실되고 빙하가 다 녹게 되어 고대의 바이러스까지도 다시 나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오래 미뤄둔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응은 바로 우리의 건강과 미래를 지키고 돌보는 길이다.

그런데 당면한 코로나19와 달리 기후 위기는 아직도 미래의 일로 여겨지는 듯하다. 이미 수억의 사람들이 기후 위기로 응급 상황을 맞았는데도, 과학자들이 요구하는 긴급한 조처를 따르지 않고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한목소리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지구를 회복 가능한 상태로 지킬 시간은 겨우 8~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 온도의 상승치를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이고, 2050년까지 순 배출량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1.5도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2) 이 계획을 시급히 실행하지 않으면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고 있는 이 지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다.

한편, 인간이 원인이 된 동물 서식지 파괴와 기후 변화로 대규모의 생물 종도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유엔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체 생물 종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 종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3) 서식지 침해나 기후 변동으로 종들이 서식지를 이동하면서 면역력이 없는 질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인류에게 일어나는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은 야생 동물에 대해 몇 가지 조처를 하게 되었다. 불법 야생 동물 밀매를 금지하고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가축이나 가금류로 간주되지 않는 야생 동물 거래만이 아니라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야생 동물을 먹는 것도 금지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의 공간인 아직 남아 있는 야생의 공간 숲을 보전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와 다른 생물 종들이 계속 코로나19보다 더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에 노출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지구가 우리에게 건네는 이와 같은 신호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전문가의 말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각 사람이 두려움 안에서 위기를 마주하고 자신에게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가능하고, 필요만큼 누리며 모두가 골고루 누리게 해야겠다는 ‘자기 선언’이 가능하다. 우리 안의 욕망은 한 번도 줄어든 적 없으니 말이다.

 

코로나19와 일회용 쓰레기

코로나19로 인한 일시 멈춤으로 지구가 되살아난 반면,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용기, 비닐봉지와 포장재 쓰레기가 대량으로 나오고 있다. 생활 폐기물 종합처리장 운영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폐기물 배출량이 명절 때 배출하는 양보다도 많다고 한다. 수량도 수량이지만 그동안 애써서 이루어 왔던 분리배출 습관이 흐트러지고 있다. 지난 2월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가 되면서, 일회용 컵을 수년 안에 퇴출하기로 했던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한시적으로 해제하였고, 그러자 식품 업소와 커피 전문점은 물론 시민들이 거리낌 없이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배달 음식 및 택배로 인한 포장 쓰레기도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런 쓰레기를 처리하기가 벅찼는데,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이 우려스럽다.

더구나 요즘 배출되고 있는 일회용품은 사용 후 깨끗하게 분리배출을 해도 재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원자잿값이 떨어져 폐지나 폐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선별해 이익을 얻는 재활용 업체들의 수익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 수거를 거부할 경우 쓰레기 대란이 다시 올지도 모른다. 처리할 양을 줄이려면 사용하지 않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의 시대이니 내가 쓸 물건을 더 가지고 다니고, 위험한 곳이 아니면 면 마스크를 쓰고, 택배 포장재를 줄이는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바다에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pixabay.

 

그리스도인, 코로나19의 상처 입은 치유자

반복될 수 있다고는 하나, 코로나19는 결국 지나갈 것이다. 그때 우리는 다시 과거와 같은 일상으로 복귀할 것인가? 지구를 해치면서까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일삼고, 육식에 길든 삶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지구상에서 다른 창조물들과 함께 숨 쉬며 번영하기를 추구하는 변화된 삶을 추구할 것인가? 주님은 ‘애통하는 자가 복이 있고 위로를 받을 것’(마5:4)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지금 겪는 고통 앞에 애통하는 마음으로 서 보자. 나와 우리가 입은 상처를 가슴에 품고 ‘지구의 안녕’을 물어 보자. 나뿐 아니라 지구 이웃이 입은 상처와 고통을 깊이 들여다보고 공감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가 지나가도 우리는 결코 새로워질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상처는 아물지 몰라도, 그 고통과 상처가 지구와 지구 생명들을 치유하는 원천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지구가 보내는 신호에 둔감한 채 마냥 달렸으니, 이제 멈추어 삶을 성찰해 보자. 혼자 그런 성찰을 하는 것이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몇 사람이 모여 함께 ‘지구의 안녕’을 묻는 ‘지구 돌봄 서클’을 만들어 보자.4) 지구가 아프게 된 이유가 무엇이고 돌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사랑으로 함께 묻는다면, 두려움과 불안함, 막연함에서 벗어나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감싸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상처 입은 치유자’이자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지극히 작은 바이러스에 상처 입고 무서워 떨었던 고통의 기억을 나누며 그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코로나19 이후의 삶을 살아낼 용기와 지혜도 얻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달렸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해 주신 지구의 지속성과 풍성함을 누릴 수 있는 길, 우리 안에 두려움을 사랑으로 걷어 내고 부추겨진 욕망도 씻어 낼 수 있는 길. 그 길은 코로나19의 상처를 안고, 기후 변화와 종의 멸종이라는 위기를 가슴으로 받아들이며, 기도하고 행동할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달렸다.


1) 그린피스, “과학자들의 경고, ‘기후변화가 전염병 확산을 부른다’”(2020. 2. 25.) https://www.greenpeace.org/korea/update/12074/blog-health-climate-virus/

2) https://news.joins.com/article/23028237

3)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9/05/295366/

4) https://www.facebook.com/EcochristSalim/posts/2510333189232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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