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영향력이 극대화하는 이런 때에 기독교인들이 기업과 투자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모임을 시작해 보자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스타트업(start-up)들을 대상으로 사회·환경적 가치와 지속 가능한 재무적 이익이 함께 나오도록 돕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에 대해 논의해 보자고 제안했는데, 필자에게도 흥미로운 주제였다. 그렇게 시작된 여러 번의 모임에서 나온 첫 번째 열매가 바로 ‘에티컬 엑스트라마일 1호 개인투자조합’이다.(본문 중)

김정태(임팩트투자컨설팅 MYSC 대표, 기윤실 이사)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 또 너를 고발하며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go the extra mile),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 (마태복음 5장 39~42절)

지난 4월 23일, 국내에서는 최초로 기록될 ‘윤리적 투자’ 개인투자조합(펀드)이 결성되었다. 투자업계가 주목하기에는 작은 규모이며 이름도 매력적이라기보다는 좀 특이한 펀드다. 그러나 이 펀드의 시작은 한국 기독교에서 그리고 투자 분야에서도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겨자씨처럼 잠재력을 가진 이 작은 펀드의 이름은 ‘에티컬 엑스트라마일 1호 개인투자조합’이다.

2019년 초, 기윤실 공동대표인 배종석 교수가 미팅을 제안해 왔다. 사회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영향력이 극대화하는 이런 때에 기독교인들이 기업과 투자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모임을 시작해 보자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스타트업(start-up)1)들을 대상으로 사회·환경적 가치와 지속 가능한 재무적 이익이 함께 나오도록 돕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에 대해 논의해 보자고 제안했는데, 필자에게도 흥미로운 주제였다. 그렇게 시작된 여러 번의 모임에서 나온 첫 번째 열매가 바로 ‘에티컬 엑스트라마일 1호 개인투자조합’이다.

이름이 꽤 길고 영어로 되어 있어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펀드의 핵심 운용 인력(투자 심사역) 중 한 명으로서 이 펀드가 어떤 의의를 지니며 앞으로 기대되는 것은 무엇인지 나누고자 한다. 이를 위해 펀드의 이름을 따라서 ‘에티컬’, ‘엑스트라마일’, ‘1호 개인투자조합’ 등 3가지로 구분해 이 펀드의 의의를 설명하고자 한다.

 

2020년 4월 23일 에티컬 엑스트라마일 1호 개인투자조합 결성 총회(제일 왼쪽은 ‘에티컬 엑스트라마일 1호’의 이예지 대표펀드매니저). (제공: mysc)

 

에티컬(ethical: 윤리적)

‘윤리적’이란 말을 영어로 표현한 것은 투자업계에서 ‘윤리’라는 개념이 아직은 부담스럽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윤리를 지키는 것은 손해를 보는 것이다’ 또는 ‘윤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큰 이익도 포기해야 한다’는 편견들이 투자업계에 존재한다.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start-up)들도 비슷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제가 스스로 그다지 윤리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데, ‘윤리적 투자’라는 이름이 붙은 투자를 받는 것에 확신이 없습니다.” “윤리적 투자를 받으면 기업 경영 활동에 제한이 있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러한 반응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만큼 ‘윤리적 투자’의 분야에서 앞으로 개척하며 세워갈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오해는 ‘윤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데 기인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조합 결성 총회에 참석한 손봉호 교수에게 식사 자리에서 부담스러운 질문을 했다. “윤리를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나요?” 손 교수는 이런 질문을 평생 많이 받아왔는지 뜸 들이지 않고 즉시 대답했다. “윤리란 남을 해코지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정의하기 어려우리라고 생각했던 ‘윤리’라는 말을 ‘남을 해코지하지 않기’라는 구체적인 언어로 정의하니 보다 선명하게 마음에 새겨졌다. 손 교수는, 윤리란 그저 형이상학적 관념이 아니라, 인격을 갖춘 주체들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양식임을 유치원생도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했다. 사람이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지 않기, 다른 사람을 자신의 욕구대로 이용하지 않기, 다른 사람의 꿈과 기회를 가로채지 않기…. 윤리가 있기에 개개인이 마음껏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윤리를 이렇게 생각한다면 ‘윤리적 투자’가 무엇이며, ‘윤리적 투자’를 받는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윤리적 투자란, 기업의 도덕성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기업 본연의 역할인 재화와 용역을 만들고 유통하는 모든 과정에서 사회·환경적 ‘해코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노력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이다. 이러한 기업들이 한국에서는 소셜 벤처, 사회적 기업으로, 해외에서는 임팩트 비즈니스, 비콥(B Corp) 등으로 불린다. 아웃도어 분야에서 북미 시장 점유율 2위인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이러한 성격을 가진 많은 기업 중 하나다. 파타고니아는 코로나19의 지역 사회 감염 위험을 고려하여 선제적으로 북미 매장을 폐쇄(영업 중지)하였고, 최근에는 위험이 여전하다고 보아 6월 말까지 연장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기업의 이윤 추구보다 매장 직원과 방문 고객의 안전이 우선한다는 가치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에티컬 엑스트라마일 1호 개인투자조합’이 추구하는 윤리적 투자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사결정과 시스템을 갖춘 초기 창업 기업(법인 설립 3년 이내)에 투자를 집중할 예정이다.

 

1) 공급 사슬(value chain)에서 아동 노동 금지, 오염 피해 물질 미사용, 갑질 예방 등 추구

2) 조직 운영 및 구성원 관리에서 노동권 준수, 다양성 강화, 성차별 방지 등 추구

3) 제품과 서비스에서 사회·환경적으로 부정 영향을 줄이거나 긍정 영향을 높임

 

물론 위와 같은 의사결정과 시스템을 이미 갖춘 기업만이 아니라 ‘윤리적 투자’와 함께 이를 내재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경우에도 투자를 검토한다.

 

엑스트라마일

‘에티컬’ 다음에 오는 ‘엑스트라마일’은 앞에서 인용한 마태복음 말씀에 나오는 표현이다.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라’(“Go the extra-mile”)라는 부분이다. ‘Go the extra-mile’이라는 말은 일상적으로는 ‘특별하게 애를 쓰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누군가 억지로 오 리를 가자고 요청할 때 더 나아가 십 리(extra-mile)를 동행해 주는 것은 의도적으로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쏟아주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이 투자와 연결되면 그 의미가 강력해진다. 통상 재무적 이익만을 기대하는 투자 세계에서 ‘에티컬 엑스트라마일’ 투자는 재무적 이익 외에 추가로(extra-mile) 사회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추구한다. 중고 물품의 거래를 활성화하면서(비즈니스 가치) 지역 사회의 유대와 관계망을 구축하기(사회적 가치), 청각 장애인 운전기사를 통해 승객에게 원하는 쾌적하고 조용한 탑승 경험을 제공하면서(비즈니스 가치) 청각 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기(사회적 가치), 자신을 꾸미고 싶은 십 대 청소년들도 쓸 수 있는 화장품을 제공하면서(비즈니스 가치) 화학 물질 없이 천연 성분으로만 화장품 만들기(환경적 가치) 등은 이러한 ‘엑스트라마일’의 구체적인 사례들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비즈니스는 소수이고 특이한 사례라고 말할 수는 없다. 유니콘2)이라 불리는 기업 중에도 이러한 ‘엑스트라마일’에 집중하는 올버즈(친환경 신발), 와비파커(안경 이커머스), 엣시(수공예 전자상거래) 등의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자폐성 장애인 자녀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에누마라는 기업이 최근 11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가 총 220억을 넘어섰다. 이 기업은 ‘토도수학’ ‘토도영어’라는 브랜드로도 유명한데 자녀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비판을 받아 온 ‘주주 중심의 자본주의’는 2020년 코로나19 시기를 통과하면서 ‘주주를 포함한 구성원, 공급업체, 지역사회, 고객 등 모든 이해관계자 중심의 자본주의’로 변화해 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에티컬 엑스트라마일 1호 개인투자조합’의 출범은 더욱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1호 개인투자조합

마지막으로 ‘1호 개인투자조합’이라는 말에도 많은 의미가 숨겨져 있다. 먼저 1호라는 말은 이 펀드가 첫 번째이며 앞으로 2호, 3호 등 새로운 펀드가 생겨날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 펀드의 주체가 대형 기관이 아닌 ‘개인’들이라는 점도 큰 의미가 있다. ‘개인투자조합’에는 법인이나 기관의 참여도 가능하지만 개인의 참여가 중심이며 필수적이다. 인류학자인 마거릿 미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수의 사려 깊고 헌신적인 시민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의심하지 마라. 세상은 이들에 의해 변화해 왔다.” ‘에티컬 엑스트라마일 1호 개인투자조합’은 큰 법인이나 기관의 출자에 의존하지 않고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소수의 개인들이 주도하여 만들었기에 중대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많은 석학들이 코로나19 전과 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기독교는 코로나19 전과 후에 어떻게 달라질까? 필자는 “와 보라”(Come and See)로 대표되었던 구심적 전도와 선교의 패러다임을 넘어서서 “십 리를 동행하자”(Go the Extra-mile)라는 원심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엑스트라마일’이 학업에, 사업에, 투자에, 목회에 적용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적어도 투자 분야에서는 ‘에티컬 엑스트라마일 1호 개인투자조합’이 그러한 탐험을 시도하고 있다. 소수의 사려 깊고 헌신적인 개인들, 그리고 교회, 기관, 조직, 법인 모두를 2호와 3호로 계속될 ‘엑스트라마일’ 동행에 초대한다.


1) 창업 초기의 벤처 기업.

2)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 되는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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