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수출 기업이나 정부 관계자만의 문제가 아닌 탄소중립 목표, 그 실현을 위해 시민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전기를 아껴 쓰고, 자가용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로 통근하고 등하교하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 변화는, 소비자 개개인의 행동보다는 경제의 구조적 결함이나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산업계의 잘못 혹은 욕심에서 비롯된 부분이 훨씬 크다. 그래서 그 구조적 결함을 바로잡고 산업계의 욕심을 꾸짖는 일이 더 우선이 되어야 하며, 그 부문의 노력이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효과가 크다.(본문 중)

박훈1)

 

2020년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추진’을 선언했다. 그리고 12월 30일에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2015)에 따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장기 온실가스 저배출 발전 전략’(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Pathway, LT-LEDS)인 “지속가능한 녹색사회 실현을 위한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전략”2)을 제출했다. ‘탄소중립’은 무엇을 의미할까? 사전적인 의미는, 탄소의 대기 중 배출량이 0이 되거나, 탄소의 배출량만큼 나무 등의 식물로 흡수하거나 지하에 영구 저장해서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흔히 ‘넷 제로’라고 부름)이다. 탄소중립보다 더 강한 목표는 ‘기후중립’(또는 온실가스 중립)이다. 왜냐하면, 탄소중립의 순배출량 제로 목표에는 주요 온실가스 중 일부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온실가스 규제 대상이 되는 주요한 온실가스에는 7가지가 있는데,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가 3대 온실가스로서 온실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고,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₆), 삼불화질소(NF₃)도 포함된다. 기후중립은 탄소가 들어가지 않는 다른 온실가스도 순배출량을 0으로 낮춰야 하는 것으로 탄소중립보다 달성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이루면 기후중립의 조건도 거의 만족시킬 수 있다. 다음의 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이 차이 나는 나라들과는 달리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이 이산화탄소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낮추려면 어쩔 수 없이 이산화탄소와 밀접한 메탄이나 아산화질소도 배출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요국의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배출량 순위. 주: [소비 기준 CO₂ 배출량] = [영토 기준 CO₂ 배출량] − [수출품 생산과정에서 배출한 CO₂] + [수입품 생산을 위해 외국 영토에서 배출한 CO₂]. 출처: (a) 온실가스 배출량: Climate Watch. (2020). Historical GHG Emissions. World Resources Institute; (b) 이산화탄소 배출량: Friedlingstein, P. et al. (2020). Global Carbon Budget 2020. Earth System Science Data, 12(4), 3269–3340; (c) 국제 수송 배출량: IEA. (2020). CO₂ Emissions from Fuel Combustion 2020—Highlights.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선언은 대통령의 결단일 수도 있지만, 동북아 3국이 거의 동시에 비슷한 목표를 국제적으로 공표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압력을 못 이긴 발표일 수도 있다. 탄소중립 선언에 앞장선 나라는 중국이다. 2020년 9월 22일,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기후 변화 대응에 소극적이라고 비판받던 중국이지만, 지난여름 대형 태풍이 상륙하지도 않았는데도 폭우 피해가 우리 돈 35조 원에 달하며 사망자도 200명이 넘어, 기후 변화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가 커진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리고 10월 26일, 일본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선언했다. 일본은 이미 국제적으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 수준이 비슷한 영국(2019년, 선진국 최초로 기후중립을 법률로 명시)이나 유럽연합(2020년 3월, 기후중립을 담은 LT-LEDS 보고서를 UNFCCC에 제출) 등이 이미 기후중립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다른 목표를 제시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일본보다는 목표가 약하더라도 아직 개발도상국인 중국보다는 적극적인 기후 변화 대응 목표를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2050년(일본 목표)에서 2060년(중국 목표) 사이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해야 국제사회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체면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본이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하고 이틀이 지난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 연설에서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목표를 공개했다. 외신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고 흥분하면서, 그 당시 대통령 선거 기간이었던 미국을 압박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11월 7일, 미국 국민은 투표를 통해 파리협정 탈퇴까지 선언하고 기후 변화의 과학적 증거마저 불신했던 트럼프 대신, 파리협정 복귀와 탄소중립을 비롯해 적극적인 기후 변화 대응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이든을 선택했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무역 상대인 유럽연합은 기후중립 선언과 함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도입도 예고했다. CBAM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한 탄소 가격 제도가 없거나 유럽연합보다 그 수준이 약한 나라에서 생산한 물품이 수입될 때, 그 차이만큼 일종의 탄소세를 부과하는 제도이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CBAM과 비슷한 규제를 고려하고 있고,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인 10여 개의 탄소 가격 관련 법안들이 대부분 탄소국경조정 제도를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앞의 표 마지막 열에서 정리한 ‘소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무역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반영하면, 국내에서 직접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 대비 총배출량이 약 13% 증가한다. 수출입 물품에 내재한 탄소에 대해 가격 혹은 세금이 부과되면, 무역도 소비자 지갑 사정도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불과 몇 달 사이에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급변해서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탄소중립은 단순히 우리나라 대통령이나 정부의 임기 내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동안 국내 산업구조와 무역의 변화를 강제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수출 기업이나 정부 관계자만의 문제가 아닌 탄소중립 목표, 그 실현을 위해 시민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전기를 아껴 쓰고, 자가용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로 통근하고 등하교하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 변화는, 소비자 개개인의 행동보다는 경제의 구조적 결함이나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산업계의 잘못 혹은 욕심에서 비롯된 부분이 훨씬 크다. 그래서 그 구조적 결함을 바로잡고 산업계의 욕심을 꾸짖는 일이 더 우선이 되어야 하며, 그 부문의 노력이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효과가 크다.

가장 좋은 사례가 미세먼지 저감 정책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고농도 미세먼지가 빈발하면서, 기후 변화에 관심이 적던 시민도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할 테니 미세먼지는 줄여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매출이 줄어드는 발전 공기업의 반대가 적지 않았겠지만, 정부는 국내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 중 하나인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멈추거나 출력을 낮췄다. 그런데 다행히 석탄은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0%를 차지하며(2018년 기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기도 했다. 그 조치의 결과로 우리나라는 2019년에 그 전해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3.73% 감소했는데, 석탄 연소량 감소가 그중 70.3%를 차지했다. 이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우수한 성적이다.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19년에 전년 대비 3.73% 감소했는데, 배출량 상위 20개국 중에서 독일(-7.07%), 폴란드(-4.47%) 다음으로 감소 폭이 컸다.

이렇게 국민의 강력한 요구는 정부 정책의 방향을 바꾼다. 그리고 여론에 밀린 정부의 정책은 기업의 반대도 이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당장 오늘 나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에 비해, 매년 그 영향이 다르고 여러 해에 걸쳐 피해가 점점 강하게 체감되는 기후 변화에 대해서는 국민이 목소리를 모으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 세대의 건강, 기후 변화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될 육지와 바다의 생태계가 주는 풍성한 삶의 질을 생각하고 따져 보면, 결정적인 선택은 지금도 달라질 수 있다. 더군다나 산업계는 당장 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이 계획대로 시행된다면, 여전히 화석 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산업계와 경제는 2023년부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탄소중립을 미리 대비해야 경제도 살릴 수 있다.


1) 에너지환경정책학 박사, 고려대학교 오정 리질리언스 연구원 연구교수.

2) “2050 Carbon Neutral Strategy of the Republic of Korea: Towards a Sustainable and Green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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