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진정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이라는 투기 원천 방지책을 써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선출직 공무원 및 고위 공직자들부터 토지 불로소득을 얻지 않고 부동산 투기에 관심을 끊는다면, 빠른 시일 내에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줄어들 것이다. (본문 중)

이성영(희년함께 상임대표)

 

LH 직원들의 신도시 후보지 부동산 투기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LH 전·현직 직원 14명이 배우자, 지인과 함께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광명·시흥시 신도시 지구 내 7,000평가량의 농지를 사두었다는 내용을 발표하였고, 이후 LH 직원은 물론 정치권 전반으로 투기 검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사후 약방문인 투기 검증을 넘어 원천적인 재발 방지책을 제도화하여 ‘부동산 투기 공화국’을 무너뜨리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참여연대와 민변이 제기한 의혹 수준으로는 내부 정보를 활용한 투기 죄로 형사 처벌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 부동산 업계에 오래 종사하고 신도시 선정 기준을 대략 아는 사람이라면 광명·시흥 지구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신도시는 330만㎡ 이상 규모로 시행되는 개발 사업이다. 정부가 서울 근교에 신도시를 짓겠다고 계획한다면, 서울로의 접근성이 좋고 100만 평 이상 되는 평탄한 지역을 찾아야 한다. 서울 근교에 100만 평 이상의 평탄한 지형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그래서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은 광명·시흥 지구는 늘 유력한 신도시 후보였다.

광명·시흥 지구는 이명박 정부에서 9만 5천 호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2010년 보금자리 지구로 지정되었지만,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인한 집값 하락에 위기감을 느낀 박근혜 정부에서 공공분양주택 공급을 대폭 축소하면서, 2014년 9월 보금자리지구에서 해제되어 지금까지 특별관리지역으로 묶여 있는 곳이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2019년 5월, 3기 신도시 추가 지정에서 광명·시흥 지구가 빠진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2018년 4월에 해당 토지를 매입한 LH 직원 외에 다른 직원들은 2019년 6월 이후에 토지를 매입하였다. 2019년 5월에 3기 신도시 추가 지정 지구로 고양시 창릉 지구와 부천시 대장 지구가 지정되고, 광명·시흥 지구가 빠진 것을 보면서, 유력한 신도시 후보지인 광명·시흥 지구가 다음 차례의 신도시 개발 지역이 확실하다고 보고, 3기 신도시 추가 지구 지정이 확정된 직후 광명·시흥 지구의 토지를 매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정말 내부 정보를 활용하는 고수들은 일반적으로 자기 명의로 투기하지 않는다.

보상 지구 안에, 그것도 자기 명의로 투기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은 사실 ‘하수’라고 봅니다. 진짜 ‘고수’는 몇십m 차이로 수용을 피해갈 경계 주변의 땅을 남몰래 사서 열 배 뻥튀기를 하거든요.1)

전직 토지 보상 공무원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내부 정보 이용 투기에 집중한 관련자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부동산 투기에 대한 근원적인 개혁이 아닌 꼬리 자르기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pixnio.

 

부동산 투기 공화국 해체의 첫 단추,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7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며 LH 사태와 같은 일의 재발 방지책으로 토지·주택 관련 부처와 기관 직원들은 원칙적으로 토지 거래를 제한하고, 꼭 필요한 거래는 신고토록 하며, 부동산 등록제를 도입하는 등 상시 감시 체제를 구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LH 직원의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은 전형적인 용두사미이자 꼬리 자르기이다. 토지·주택 관련 부처 및 기관의 직원들의 부동산 신고 및 등록제 도입을 넘어, 선출직 공무원들과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2018년 3기 신도시 택지 후보지를 사전 입수하여 공개했던 민주당 신종현 의원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지자체장, 국회의원, 시·도의원들은 실제 개발 권한을 쥐고 있을 뿐 아니라, 사전에 개발 정보를 취득하기가 매우 수월하다. LH 직원 투기 의혹 이후 시장, 국회의원, 시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보도되고 있지만, 빙산의 일각이다. 진짜 고수들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다.

고위 공직자가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할 경우 이해 충돌이 일어날 수 있기에, 재산 공개 대상자 및 기획재정부 금융 관련, 금융위원회 4급 이상 공직자는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을 하도록 하는 ‘고위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도’가 2005년에 도입되어 현재 시행 중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로 내부 정보에 접근하기 수월한 선출직 공무원 및 고위 공직자들과 배우자 및 자녀들이 소유한 부동산 중 실수요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부동산은 신탁 위원회에 맡겨 처분토록 하는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을 제도화할 때이다. 1년이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고위공직자 및 관련 부처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언제까지 구경만 해야 하나?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 등 정치적 수사는 화려한데, 대한민국에 만연한 부동산 투기를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토지보유세 강화는 왜 그토록 어려울까?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들의 이해관계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부동산 관련 정치적 위기가 닥칠 때마다 사용하는 ‘1주택자 되기’ 이벤트는 이제 식상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회성인 ‘국회의원 전수 조사’가 아니라 선출직 공무원들과 고위공직자들은 영구히 부동산 투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정부가 진정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이라는 투기 원천 방지책을 써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선출직 공무원 및 고위 공직자들부터 토지 불로소득을 얻지 않고 부동산 투기에 관심을 끊는다면, 빠른 시일 내에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줄어들 것이다. 고양이는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달지 않는다. 분노한 민심은 봄철 나타났다 사라지는 아지랑이가 아니라 ‘부동산투기 공화국’을 전면 개조하는 일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1)  “개발 정보도 ‘급’이 있다. … “진짜 고수는 경계 밖에 ‘차명’ 투기”, 조선비즈, 202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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