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를 지나며 한국 사회가 경제 개발기에서 안정화 단계로 들어가면서 사회적 계층 이동도 적어지기 시작했다. 교육을 통해 “개천에서 용 나는” 신화도 변화를 거치게 되었다. 개천에서 용이 된 세대가 자기 자녀를 용으로 키우기 위해 한강에 둑을 막고 양식을 시작한 것이다. 기업화된 사교육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의 이중생활에 지치고 여유를 잃기 시작했다. 그러자 교회는 학생들의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서 신앙 교육 시간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본문 중)

정병오(오디세이학교 교사, 기윤실 공동대표)

 

2021년 1월, 코로나19 3차 대유행 가운데 IM선교회발 집단 감염이 대전과 광주 등지에서 발생하면서 많은 국민들의 우려를 낳았다. IM선교회는 대전 IEM 국제학교, 광주 TCS 국제학교를 비롯해 전국 11개 시·도에 비인가 교육 시설 23곳과 연구소 17곳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 시설에서 총 340명이 확진되었다.

IM선교회 소속 대안 학교들이 이렇게 급성장을 한 것은, 기숙형 스파르타 방식으로 영어와 학과 공부를 시켜 국내 상위권 대학과 미국의 유명 대학에 학생을 진학시키며, 여기에 더하여 신앙과 예배 훈련도 철저하게 시켜주겠다고 홍보한 것이 부모들과 목회자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은 이 선교회 대표인 마이클 조 목사의 강연 내용이다.

 

우리 아이들이 와서 같이 공부하고, 한국사 캠프하고, 그 다음에 영어 캠프 등등을 합니다. 잡히는 족족 토플, 토익, IELTS 등을 공부합니다. 하여튼 젊은이들과 우리 아이들이 교육으로 복음을 들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다 해야 합니다. 아침에 예배하고 공부하고, 점심에 예배하고 공부하고, 이런 식으로 하루에 5번 예배하고 그 다음에 공부를 하는 겁니다.

 

IM선교회 교육은 초·중·고 12년을 6년 만에 끝냅니다. 한 달 내내 하루 5-6시간씩 영어를 가르치고 복음을 전합니다.

 

부모님들이 수련회라고 하면 안 보내 주더라고요. 하지만 우리는 수시 캠프를 해요. 수능 캠프도 해요. 가격도 100만 원입니다. 어디 다른 데 보내는 것보다 낫거든요. 우리 아이들 550명 중 조는 애가 한 명도 없어요. 자기주도형이에요. 애들이 기도를 시작하며 부르짖어요. 찬양도 애들이 해요. 여러분 생각에 애들이 공부할 것 같죠? 10명 중 6명이 인 서울 합니다. 세계 랭킹 100대 안의 대학에 들어갑니다. 미국 대학은 활동 잘 하는 거 보거든요.

 

 

마이클 조 목사의 강연 내용은 한국 교회 신앙 교육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문제는 한국교회가 입시 교육과 신앙 교육을 이원론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신앙 교육은 종교적 영역으로 축소하고, 입시 교육은 신앙과 무관하게 세상의 가치관과 방법을 따라 추구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더 나아가 종교적 영역으로 축소된 신앙 교육마저 교회와 가정이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입시 교육을 학원에 보내서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듯이, 신앙 교육도 이를 전담할 외부의 도움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IM선교회는 교육과 관련하여 한국교회가 가진 치명적인 허점을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근대 교육의 최대 수혜자였다. 선교사들이 세운 근대 교육을 일찍 접할 수 있었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전통적인 신분제가 무너진 사회에서 개천에서 나와 용이 되는 자리를 많이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한국 근대 교육과 그로 인한 사회적 계층 상승에 취하여, 한국 근대 교육이 가진 문제점을 기독교적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한국 근대 교육은 고려와 조선의 1,000년의 과거 시험 제도를 이어받은 전형적인 ‘선발과 배제’의 고리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많은 기독교인과 교회는 자신들이 이러한 교육에서 선발의 혜택을 받은 것에 취해 있었다. 그리하여 이러한 교육에 의해 배제되는 사람들과 고통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외면하고, 이 제도 안에서 ‘신앙의 힘’으로 선발되는 것에만 집중해 왔다.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선발과 배제’의 원리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입시 경쟁 교육에 포섭되어 있었지만, 한국 사회가 경제 개발의 도상에 있고, 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하며, 교육이 학교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1980년대까지는 교회가 가진 문화적 힘으로 사회에 기여도 하고 교회의 영향력도 유지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입시 교육에 시달리던 학생들은 토요일 오후와 주일에 교회를 찾아 교회 활동을 통해 입시 밖 다른 분야의 교육적 욕구와 전인적 성장을 추구했다. 교회에는 서구 교회에서 들어온 다양한 음악이 있었고, 학생들의 자치력을 키워주는 다양한 기획 활동이 있었고, ‘문학의 밤’ 등 인문적 소양과 다양한 감수성을 키워줄 수 있는 활동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부모가 기독교인이 아닌 가정에서도 자녀들이 친구의 전도를 받아 교회에 출석하는 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고, 심지어 자녀 교육을 위해 일부러 자녀를 교회에 보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1980년대를 지나며 한국 사회가 경제 개발기에서 안정화 단계로 들어가면서 사회적 계층 이동도 적어지기 시작했다. 교육을 통해 “개천에서 용 나는” 신화도 변화를 거치게 되었다. 개천에서 용이 된 세대가 자기 자녀를 용으로 키우기 위해 한강에 둑을 막고 양식을 시작한 것이다. 기업화된 사교육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의 이중생활에 지치고 여유를 잃기 시작했다. 그러자 교회는 학생들의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서 신앙 교육 시간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주일에도 학원에 가는 등 여러 요인으로 그나마 최소화된 주일 예배와 신앙 교육 시간조차 참석하지 않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그리하여 한국 교회는 다음 세대를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신앙 전승의 실패 상황을 맞게 되었다.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2021년 한 해 동안 백신 접종과 집단 면역 형성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2022년이 되면 2019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교회 교육은 그렇지 않아도 입시 경쟁 체제의 거센 압박 가운데 겨우 명맥만 유지해 왔는데, 코로나19의 영향은 치명적일 것이다. 물론, 각 교회별로 온라인 예배와 성경 공부, 전화 상담 등의 노력을 해왔지만, 이후 온라인에 익숙해진 아이들을 오프라인 예배와 교제로 끌어내고 영적인 연결망과 열정을 회복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의 기독교 교육은 꺼져가는 교회 교육의 불씨를 살리려는 노력에서 그쳐서는 안 되고, 그동안 우리의 기독교 교육이 쇠퇴할 수밖에 없었던 핵심 모순과 정면으로 맞서며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이제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던 최소한의 교회 교육의 맥까지 끊어질 위기에 처한 기독교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오히려 이 극단적인 위기 상황을 기회로 삼아, 신앙의 이름으로 포장된 전통적 출세 교육, 선발과 배제의 교육을 말씀의 이름으로 비판하고, 성경적 교육관을 강단에서 선포해야 한다. 모든 아이들이 성적에 의해 차별받지 않고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중받으며, 각자에게 주어진 은사를 발견하고 개발하여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 마음껏 살아가도록 돕는 교육의 원리를 성도의 가정과 교회에서 적용하고, 나아가 이를 사회에서 실현하도록 돕고 격려하는 일을 목회의 중심에 두어야 할 것이다.

신자들의 교육관이 기독교적 ‘발견과 발굴’의 교육관이 아닌 ‘선발과 배제’라는 전통적 교육관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신자들의 교육관 뿐 아니라 전반적인 가치관이 성경에서 벗어나 있음을 의미한다. 그들의 삶이 영원이 아니라 현세에 더 매여 있으며, 하나님이 아니라 물질이 자신의 안전과 행복을 좌우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믿음이 아니라 불안이 그 삶의 더 큰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왜곡된 교육관과 정면으로 부딪혀 싸운다는 것은 신자들의 왜곡된 신앙 전반을 개혁하는 큰 싸움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성령께서 이 싸움을 기뻐하시고 이 싸움 가운데 역사하시면, 한국교회는 진정한 종교개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잘 진행될 경우, 성도의 가정에서 신앙 교육이 살아나게 될 것이다. 우선 부모는 이 아이가 세상에서 출세하지 못해 낙오하거나, 그로 인해 부모도 함께 실패한 인생으로 판단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하나님이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이를 책임지고 아이를 통해서 영광받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자녀를 교육할 수 있을 것이다. 학원에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가정 예배를 드리고 자녀와 대화를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이렇게 가정에서의 신앙 교육이 살아나면, 그동안 힘든 여건 가운데서 과도하게 무거운 짐을 떠안아야 했던 교회 교육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매일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자기의 문제를 놓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기본적인 신앙 교육이 가정 가운데서 이루어진다면, 교회 교육은 동일한 신앙을 가진 또래나 선후배들이 공동체를 형성하며, 신앙에 기반하여 고민을 나누며 세상을 섬기며 복음을 세상에 전하는 활동을 함께 하고, 보다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성경 공부와 세상 읽기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교회의 강단과 목회 활동을 통해 왜곡된 교육관과의 싸움이 선포되고, 이것이 성도의 가정 가운데서 교육적 실천으로 이어질 때, 그 영향은 자연스럽게 일반 교육에도 미치게 될 것이다. 일반인들도 현재 자신들이 아이들을 몰아넣고 있는 무한 경쟁 교육이 잘못된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스스로 이를 멈출 능력이 없어 마지못해 따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리로 자유케 된 자들이 하나님이 원래 의도하신 교육의 본질을 따라 담대하게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을 본다면, 그들은 그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올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신앙과 관계없이 기독교적 교육관을 본받으려고 할 것이고, 이러한 기독교적 교육관에 기반해서 전체 교육의 틀을 바꾸는 흐름에 함께 참여하고자 할 것이다.

이것은 불가능한 상상이 아니라 한국에 기독교가 처음 들어왔을 때 기독교가 우리나라 교육 가운데서 실제로 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2천년 기독교 역사, 특히 종교개혁 이후 500년 역사 속 여러 시대 여러 영역에서 기독교가 해왔던 일이다. 그러므로 지금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무한 경쟁으로 달려가는 한국 교육과 이 가운데 고사하고 있는 기독교 교육에서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 다가올 절망의 상황에서 다른 인위적인 방법이 아닌, 교회가 성경적 교육관을 회복하는 이 일에 매진할 때, 한국교회는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희망의 사역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와 한국교회 연속토론회 – 시즌2>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교회의 민낯, 외부의 시선으로 성찰하다.”

기윤실은 지난 4월 <코로나19와 한국교회> 시즌1 토론회를 “코로나가 드러낸 한국 교회의 민낯, 정직하게 마주하고 아프게 성찰하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 토론회를 통해 코로나19 집단감염을 통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교회들은 개신교 내에서도 비판을 받던 일부 교회지만, 그들이 그러한 집단감염을 일으키게 된 왜곡된 신앙의 양태는 한국 교회 전반에 퍼져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한국 교회 전반에 퍼져있는 왜곡된 신앙을 개혁하지 않으면 이 사회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음을 뼈아프게 반성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6월 한달 간 매주 월요일마다 <코로나19와 한국교회> 시즌2 토론회를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교회의 민낯, 외부의 시선으로 성찰하다”라는 주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연속 토론회 시즌2 바로가기

연속 토론회 시즌1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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