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인들의 내면에는 이미 종말론과 선교의 열정을 절대시하는 서사가 형성되어 있고, 그 서사에 따라 선교에 대한 열정을 추구하면서 이웃을 존중하지 않는 것을 가볍게 여기는 성품이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기보다는 충분히 고려하면서, 하나님의 복음에 합당한 기독교 사회 윤리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교회는 성경적 서사에 충실하고자 하며, 성경적 서사의 미덕을 실천함으로써,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예수님을 증언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본문 중)

강성호(안양일심교회 부목사, 고려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 외래 교수)

 

올해 초 상주 BTJ 열방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나 선교단체 인터콥과 그들의 극단적인 세대주의 종말론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들이 벌이는 BTJ(백투예루살렘) 운동은 영적 전쟁을 통해 예루살렘에 복음을 다시 전함으로써 예루살렘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터콥의 선교의 열정과 인터콥이 한국교회의 선교 동원에 기여한 바를 폄훼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민족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그들의 선교 열정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선교를 위한 열정이 그들의 잘못된 성경 해석과 종말론 이해까지 정당화해 주지는 않는다.

선교는 기본적으로 종말론에 기초한다. 마태복음 24장 14절,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라는 말씀은 현대 선교 운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성경 말씀이다. 이 성경 구절은 1910년 에딘버러 세계선교사대회의 주제인 “이 세대 안에 세계 복음화”(The Evangelization of the World in this Generation)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선교의 긴박성을 인식하여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선교 참여와 헌신을 촉구한 것이다. 이 구호는 세대주의적 전천년주의 종말론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임박한 예수님의 재림 전에 선교를 이루기 위해, 임박한 주님의 종말을 생각하며 이 세대 안에 세계 복음화를 이루기 위해, 수많은 청년들이 세계 선교에 헌신했고, 그 열매 중 하나가 한국교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대 안에 세계 복음화를 이루어 예수님의 재림을 앞당기겠다는 생각은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초하고 있다. 세계 복음화가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다시 오실 것을 알려 주는 표적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그리스도 재림의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다. 세상 종말의 시기는 오직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말론에 대한 이러한 잘못된 이해는 특정 단체만의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한국교회가 지닌 선교에 대한 열정은 이런 종말론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를 움직여 왔던 중요한 서사가 종말론에 근거한 선교의 열정이었으므로, 오늘날 드러나는 문제를 특정 단체의 빗나간 열정이라고 진단한다면 핵심을 놓칠 수 있다.

한국교회의 종말론 이해와 선교 열정은 한국교회 구성원들의 성품을 형성해 왔다. 예수님의 재림이 임박했기 때문에 주님의 선교 명령을 수행하는 일이 세상의 다른 어떤 일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면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선교 명령의 절대성 때문에 주변의 이웃과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대수롭지 않게 무시할 수 있는 구조가 한국교회 안에 형성되었다.

 

 

성품 윤리학은 한 공동체의 서사 또는 이야기가 그 공동체의 가치와 덕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한 공동체에 속한 개인의 성품은 그 공동체의 서사에 영향을 받는다. 한 공동체 안에 여러 개의 서사가 있고 그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서사가 있다는 말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동체의 서사란, 그 공동체 안에서 생존 방식, 삶의 체계, 가치관, 타인들과의 관계 방식 등을 총체적으로 설명하는 이야기이다. 교회는 성경적 공동체이므로 교회의 서사는 성경의 서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교회는 성경의 서사가 아닌 다른 서사에 의해 지배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교회 공동체의 생존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서사가 성경의 서사가 아니라면,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들의 성품은 성경이 아닌 다른 서사에 의해 형성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윤리 또는 도덕을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도덕적 선택의 문제로만 이해해 왔기 때문에, 내면의 성숙과 도덕 발달을 연결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도덕적 선택을 실천해야 할 ‘자아’와 도덕적 선택을 분리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는 한국교회의 도덕적 위기를 초래하였다. 도덕적 선택은 중요하지만, 도덕적 선택을 실천할 수 있는 우리 내면의 능력을 형성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기독교적 성품 윤리는, 기독교인들이 도덕적 선택을 실천할 수 있는 도덕적 성품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도덕적 성품은 도덕적인 행동을 반복해서 실천할 때 함양된다. 따라서 도덕적 성품 함양과 도덕적 행동의 실천 사이에 순환론적 모순이 발생한다. 덕스러운 사람이 선을 행할 수 있는데, 덕스러운 사람이 되려면 선을 지속적으로 실천함으로 덕을 함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공동체의 서사는 도덕적 성품을 함양하고자 하는 마음(동기)을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기독교 윤리학자인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기독교 사회 윤리, 공동체적 미덕은 교회가 성경적 서사에 충실하고 성경적 서사의 미덕을 실천하는 것에 의해서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교회 공동체의 서사가 맡은 역할은, 단순히 성경의 역사적 사건을 연결시켜 놓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서사가 공동체의 구성원들의 성품을 형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교회는 성도들을 위한 “성품의 공동체” 또는 “미덕의 학교”가 되어야 한다. 만일 한국교회가 한국 사회의 지배적 서사를 따르면, 한국교회는 예수님의 서사에 충실하지 않은 도덕적 성품을 교회 구성원들에게 형성시킬 것이다.

한국 기독교인들의 내면에는 이미 종말론과 선교의 열정을 절대시하는 서사가 형성되어 있고, 그 서사에 따라 선교에 대한 열정을 추구하면서 이웃을 존중하지 않는 것을 가볍게 여기는 성품이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기보다는 충분히 고려하면서, 하나님의 복음에 합당한 기독교 사회 윤리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교회는 성경적 서사에 충실하고자 하며, 성경적 서사의 미덕을 실천함으로써,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예수님을 증언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19와 한국교회 연속토론회 – 시즌2>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교회의 민낯, 외부의 시선으로 성찰하다.”

기윤실은 지난 4월 <코로나19와 한국교회> 시즌1 토론회를 “코로나가 드러낸 한국 교회의 민낯, 정직하게 마주하고 아프게 성찰하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 토론회를 통해 코로나19 집단감염을 통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교회들은 개신교 내에서도 비판을 받던 일부 교회지만, 그들이 그러한 집단감염을 일으키게 된 왜곡된 신앙의 양태는 한국 교회 전반에 퍼져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한국 교회 전반에 퍼져있는 왜곡된 신앙을 개혁하지 않으면 이 사회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음을 뼈아프게 반성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6월 한달 간 매주 월요일마다 <코로나19와 한국교회> 시즌2 토론회를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교회의 민낯, 외부의 시선으로 성찰하다”라는 주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연속 토론회 시즌2 바로가기

연속 토론회 시즌1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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