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집을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집이라는 재화의 투자수익률을 낮추기 위해 온갖 정책을 다 펼쳤지만 가장 중요한 뇌관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문 중)

이성영(희년함께 상임대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6억 원이었던 서울아파트 평균 매매가격(KB부동산 기준)은 2021년 4월 11억 원을 넘어섰다. 더 큰 문제는 지금도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집을 ‘삶의 터전’이 아니라 ‘투자상품’으로 보는 관점이 대한민국 다수 국민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 집, 특히 아파트는 투자비용 대비 수익률이 매우 좋고 앞으로도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도 더 늦기 전에 사려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자산가격이 거품 국면에 들어섰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지대추구가 낳은 부동산투기와 부동산가격 폭등

 

문재인 정부는 집을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집이라는 재화의 투자수익률을 낮추기 위해 온갖 정책을 다 펼쳤지만 가장 중요한 뇌관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집은 건물과 건물을 떠받치는 토지로 구성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값이 상승하는 이유는 개인의 노력이 들어간 건물은 낡아가면서 가치가 떨어지지만, 건물이 서 있는 땅의 가치는 상승하기 때문이다. 땅의 가치는 해당 지역에 교통, 교육, 문화 등 사회기반시설 투자가 활발히 이뤄져 인구 집중 및 상업 활성화의 결과로 상승한다. 아니면 석유나 광물 등 천연자원이 발견되었을 때 상승한다. 도시에서 토지가치가 상승하는 이유는 주로 전자에 해당한다.

전자든 후자든 토지가치 상승에 개인의 노력은 거의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국민의 세금 또는 사회가 함께 노력하여 만들어 낸 토지가치 상승분을 개인이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가져가는 ‘지대추구’1)를 허용하다 보니 너도나도 ‘지대추구’에 뛰어들면서 건물 아래 토지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이다.

사회가 만들어낸 부를 개인이 아무 대가 없이 소유하려 하는 ‘지대추구’라는 싹에 ‘공급부족‧저금리‧경기호황’이라는 비가 내리면 부동산가격은 우후죽순처럼 급격히 치솟는다. 택지개발부터 주택공급까지는 수년의 시차가 발생하는 부동산개발의 특성상 부족한 주택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준금리 조정은 부동산 너머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에 부동산가격 안정화라는 목표 하나만으로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경기를 침체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급부족, 저금리, 경기호황이라는 비를 정부가 통제하기 쉽지 않다면 ‘지대추구’라는 싹을 잘라버리면 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서 가장 큰 실책은 시장참여자들에게 ‘지대추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더 정확히는 1주택자의 지대추구는 용인하고 고가주택 및 다주택자의 지대추구는 근절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에 부동산가격 폭등을 막지 못했다. ‘지대추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택가격별, 지역별, 보유주택수별로 ‘지대추구’ 기준을 달리 관리하면서 과도한 지대추구자를 막겠다는 ‘핀셋’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다주택자는 법인 및 부동산관리신탁 활용, 증여 등을 통해 1주택자로 변장하면서 정부의 ‘핀셋’을 피해 부동산투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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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투기, 1주택=실수요프레임 말고 지대추구근절

 

‘다주택=투기꾼, 1주택=실수요’ 프레임으로 짠 핀셋 방식의 그물은 부동산투기를 잡기에는 그물코가 너무 크고 헐겁다. 기민한 시장참여자들은 어디에 구멍이 있는지 금세 파악해 그리로 몰려가 지대수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25차례 부동산정책을 낼 정도로 시장참여자들과 쫓고 쫓기는 싸움을 했지만, 결국 집값은 폭등했고, 정부를 믿지 않고 부동산투기를 하거나 일찍 아파트 한 채 산 사람들이 최종승자가 되고 말았다.

다주택자는 투기꾼이고 1주택자는 실수요자라는 관점에서 다주택자에게는 징벌적인 조치를 부과하고 가급적 1주택자에게는 많은 혜택을 주려 했던 정부의 선한 의도가 결국 부동산시장을 지옥으로 만들고 말았다. ‘지대추구 근절’이라는 프레임으로 그물을 짜야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다. 고가주택이든, 저가주택이든, 1주택자든 다주택자든 해당 토지의 사용대가를 내도록 해야 ‘지대추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주택시장에서 ‘지대추구’를 제거하면 집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 자연스럽게 바뀐다.

시장경제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의 노력을 최대한 보장해 주어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낸 ‘지대’는 개인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기에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것이 옳을 뿐 아니라 시장경제의 인센티브-페널티 구조를 왜곡하지 않아 효율이 높아진다.

현재 이재명 경기도지사,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공약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책에는 ‘지대추구 근절’을 위한 토지보유세 강화를 부동산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해법으로 꼽고 있다. 거둔 토지보유세는 복지재원으로 활용하거나 여타 세금감면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토지보유세 강화는 국민 대다수에게 증세로 받아들여져 반대 여론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조세저항을 뚫기 위해 토지보유세를 전 국민에게 고루 토지배당으로 나누어 주는 ‘토지보유세-기본소득’ 또는 ‘토지보유세-토지배당’ 정책이 나왔다.

부동산가격 거품 국면에 진입한 지금도 여전히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고 있다. 수도권, 고가주택, 다주택자 중심의 규제를 피해 저렴한 빌라를 어린 자녀들에게 사주고, 규제가 없는 지방의 공시가 1억 미만의 주택을 사재기하는 등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고 집을 삶의 터전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언뜻 정의로운 것처럼 보이는 ‘다주택 투기꾼, 1주택 실수요’ 프레임이 아닌 ‘지대추구 근절’이라는 프레임으로 문제의 근원을 제거해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비싼 수업료를 치르며 배운 교훈이다.

 


1) rent-seeking, 토지처럼 공급이 제한적인 재화나 서비스의 독과점을 통해 쉽게 부를 늘리려고 경쟁하는 현상으로 자원배분 왜곡, 소득불균형 심화 등 사회 문제를 낳는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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