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 개교회는 비법인사단으로 하나의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과 학계의 통설적인 견해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개교회는 종교적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 교단 내 분쟁과 관련된 사건에서 교단 전체를 하나의 단위 즉, 하나의 교회로 보고 이 역시 비법인사단으로서 거기에 소속된 개교회들은 교단 헌법 등 교단의 법질서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고, 개교회의 자율성과 교회가 소속된 교단의 법질서가 충돌될 경우 개교회의 자율성이 제한될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본문 중)

정재훈(변호사, 기독법률가회)

 

지난 2014년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교단은 교단 헌법 제28조 제6항을 신설하여 교회의 위임목사 지위를 세습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통합 교단 안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진 명성교회가 김삼환 은퇴목사의 직계비속인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면서, 지난 4년 반 동안 이를 둘러싼 교단 내외의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김하나 목사 청빙 승인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한 총회 재판국의 재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교단 총회는 명성교회와 그 소속 노회인 서울동남노회를 제대로 치리하지 못하면서 사회 법정에서의 분쟁이 계속 이어져 오던 중, 이번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의 위임목사 및 당회장의 지위가 부존재 함을 확인해 주는 판결(2021가합100753)이 선고되었다. 비록 1심 판결이긴 하지만, 이 판결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와 가치는 적지 않다.

 

배경과 사실관계

 

가.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의 청빙

 

명성교회의 초대 위임목사였던 김삼환 목사는 2015년 12월 31일 정년 퇴임을 하게 되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김삼환 목사는 명성교회 위임목사 자리를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하였고, 아들인 김하나 목사 역시 명성교회의 위임목사로 취임하지 않겠다고 하며 명성교회에서 분립 개척한 새노래명성교회 초대 위임목사로 이미 담임 목회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7년 초 명성교회 당회는 새노래명성교회를 합병하기로 결의하여 우회적으로 김하나 목사를 명성교회 위임목사로 세우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이 방법이 여의치 않자 결국 김하나 목사가 새노래명성교회 위임목사직을 사임하고,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하고 서울동남노회에 청빙 청원을 하였다(2017년 10월). 서울동남노회가 파행 운영되는 상황에서, 김하나 목사에 대한 명성교회 위임목사 청빙 승인 결의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이루어지게 되었다.

 

나. 교단 총회 재판국의 진행 경과

 

서울동남노회 비대위 소속 목사들은 서울동남노회를 상대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재판국에 김하나에 대한 위임목사 청빙 승인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였고, 총회 재판국은 서울동남노회의 김하나에 대한 청빙 승인 결의가 교단 헌법 제28조 제6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여 기각 판결을 하였다(2018년 8월 7일). 이에 비대위 목사들은 총회 재판국에 재심을 청구하였다.

 

재심에서 총회 재판국은, 교단 헌법 제28조 제6항의 ‘은퇴하는’의 의미를 해석할 때 형식적인 문구에 구속될 것이 아니라 규정의 입법 취지를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가 은퇴한 후 위임목사가 공석인 상태를 유지하다가 곧바로 김하나를 위임목사로 청빙한 것이어서, 그러한 경우에도 은퇴하는 위임목사의 직계비속에 관한 청빙 제한 규정인 위 조항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총회 재판국은 기존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동남노회의 청빙 승인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하였다(2019년 8월 5일). 이에 서울동남노회는 위 재심 판결에 대해 재재심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다. 총회의 수습안 결의

 

한편, 교단 총회는 수습전권위원회를 구성하여 수습안을 제시하고 104회 총회에서 의결하였다. 수습안의 골자는 명성교회 사태와 관련하여 서울동남노회는 총회 재판국의 재심 판결을 수용하고, 재재심 청구를 취하하며, 명성교회가 김하나를 위임목사로 청빙할 경우 서울동남노회는 기존에 행한 위임식으로 모든 절차를 갈음한다는 내용이었다.1)

 

라. 김하나 위임목사 재취임

 

명성교회는 2020년 12월 19일 당회에서 김하나를 위임목사로 청빙하는 결의를 하고 이를 서울동남노회에 보고하였고, 서울동남노회는 같은 달 22일 김하나의 위임목사 청빙 결의 보고 안건을 그대로 받기로 하였다. 그리고 김하나는 2021년 1월 1일 명성교회의 위임목사로 부임하였다.

 

 

이 사건 재판의 쟁점 및 법원의 판단

 

우선 이 사건 재판의 쟁점은 크게 소송 요건에 관한 것과 본안에 관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소송 요건에 관한 것은, ①원고가 명성교회 교인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②이 사건 청구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는지, ③이 사건 청구가 총회 수습안에서 정한 부제소 합의를 위반한 것인지, ④교단 헌법이 정한 교단 재판 전치주의를 위반한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본안에서는 ⑤김하나에 대한 위임목사 청빙이 교단 헌법에 위반되고 그 위반이 중대 명백한 것인지, ⑥총회 재판국 재심 판결이 무효라고 할 수 있을지, ⑦총회 수습안의 법적 효력, 즉, 무효 행위를 추인하는 효력이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위 각 쟁점에 대하여, 서울동부지법 재판부(제14 민사부)는 ①명성교회 내부적으로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 문제를 두고 대립이 있었고, 반대되는 입장의 원고가 현실적으로 예배 참석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예배에 참석한 사실이 있고, 교회에 헌금도 낸 내역이 있는 점 등을 들어 원고의 교인의 지위를 인정하였다. 그러므로 원고가 이 사건 당사자로서 적격하다고 보았다. 또한 ②정교분리의 원칙상 당해 종교 단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인정해야 하나, 교회의 위임목사는 종교상의 지위를 가지는 동시에 비법인사단인 교회의 대표자 지위 및 교회 재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대표권을 가지므로, 김하나 위임목사의 지위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하였으며, ③수습안 제7항에 법적인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나,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호받는 국민의 기본권이고, 원고는 수습안 의결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당사자가 아닐 뿐더러 이 사건 수습안 의결과 같은 방식으로 해당 교단 소속 교인들 모두를 대상으로 하여 일체의 소 제기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 및 법원조직법 규정과 부제소 합의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 소 제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소송이 ④교단 헌법에서 정한 교단 재판 전치주의를 위반하여 제기된 소송이지만, 신청 자체가 부적법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⑤김하나 목사의 위임목사 청빙이 교단의 최고 규범인 교단 헌법 제28조 제6항에 위반되고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김하나의 위임목사 지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총회 재판국의 재심 판결을 들고 있다. 또한, ⑥소속 교단이 지교회의 종교적 자율권을 제한하는 경우 지교회로서는 그 제한을 수인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교단 헌법은 교단에 속한 개별 교회가 준수해야 하는 최고 규범이고 헌법 해석의 최종적인 권한은 교단 총회 재판국에 있으므로, 총회 재판국의 재심 판결은 교단 내부 최고 재판 기관의 해석으로서 존중되어야 하고, 그 판결을 무효로 볼 만큼 하자가 중대하여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하였다. 또한, 서울동남노회가 위 재심 판결에 대한 재재심 청구의 소를 취하하였으므로 위 재심 판결은 확정되었다고 하였다. ⑦수습안의 효력에 관하여는, 수습안 내용 중 재심 판결과 일부 모순되는 부분이 명성교회와 소속 교인들을 구속하는 강제적인 효력이 있다거나, 위 수습안 결의로 인해 재심 판결에 의해 무효로 확인되었던 명성교회 김하나에 대한 위임목사 청빙이 유효하게 하는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이번 판결의 효력과 의미

 

이번 판결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그동안 명성교회가 주장의 근거로 삼았던 개교회의 자율성과 교단의 질서와의 관계 문제를 다시 한 번 명확하게 해 준 판결이었다. 민법상 개교회는 비법인사단으로 하나의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과 학계의 통설적인 견해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개교회는 종교적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 교단 내 분쟁과 관련된 사건에서 교단 전체를 하나의 단위 즉, 하나의 교회로 보고 이 역시 비법인사단으로서 거기에 소속된 개교회들은 교단 헌법 등 교단의 법질서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고, 개교회의 자율성과 교회가 소속된 교단의 법질서가 충돌될 경우 개교회의 자율성이 제한될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대법원 2014.12.11. 선고 2013다78990). 이번 판결은 그러한 대법원의 태도를 따름으로써 교단에 소속된 개교회의 자율성보다 공교회로서 교단이 세운 질서를 개교회들이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함을 확인해 준 것이다. 오늘날 교회의 공공성과 하나 됨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사회 법정이 교회의 하나 됨이 중요하다고 지적해 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번 판결은 총회 재판국 판결의 권위를 인정하고 확인해 준 판결이었다. 구체적 사건에서 법률 적용과 해석의 최종적인 권한은, 교단 내 다른 어떤 기관이 아닌, 총회 재판국에 있음을 확인해 준 것이다. 그러나 우려할 점도 있다. 교단 내 총회 재판국은 여전히 정치적인 영향에 취약하고 전문성에서도 부족함이 있다. 앞으로 교단의 질서와 총회 재판국의 권위를 지켜내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제도 개선과 보완이 시급하다. 이번 판결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재판국의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정의 관념에 현저히 배치될 상황이라면, 총회 재판국의 판결은 무효가 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그럴 경우 교단과 그 총회 재판국의 권위는 땅에 떨어질 것임을 명심하라는 사회 법정의 당부이기도 하다.

 

이 판결은 명성교회가 지난 잘못들을 사과하고 이를 바로잡을 기회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합 교단에게도 역시,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지 못한 명성교회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만 꺼져가는 한국 교회의 사명의 촛불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1) 통합 총회의 수습안(2019. 9. 26.)

  1.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는 총회 재판국의 재심 판결을 수용하고 재재심을 취하한다.
  2.  서울동남노회는 2019년 11월 3일경에 명성교회에 임시당회장을 파송한다.
  3. 명성교회 위임목사의 청빙은 2021년 1월 1일 이후에 할 수 있도록 하되,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할 경우 서울동남노회는 2017년 11월 12일에 행한 위임식으로 모든 절차를 갈음한다.
  4. 서울동남노회와 명성교회가 총회 재판국의 재판 결과에 대해 수용하지 않았음에 대해 사과한다.
  5. 명성교회는 2019년 가을노회 시부터 2020년 가을노회 전까지 1년간 상회에 장로 총대를 파송할 수 없다.
  6. 서울동남노회는 2019년 가을 정기노회 시 김수원 목사를 노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한다. 단, 현 목사부노회장의 임기는 1년 연임하되 김수원 목사는 노회장 재직 시 명성교회에 어떤 불이익도 가하지 않는다.
  7. 이 수습안은 법을 잠재하고 결정한 것이므로 누구든지 총회 헌법 등 교회법과 국가법에 의거하여 고소, 고발, 소 제기, 기소 제기 등 일절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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