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져서 우리 사회에서 정의가 실현되게 해 달라고, 세계적으로는 전쟁이 억제되고 평화가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간구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 주위의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난민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이 세 가지 간구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도할 때는 성령님이 마음에 감동을 주시는 대로 자유롭게 또는 좀 더 구체적 사안에 초점을 맞추어 기도할 수 있습니다. (본문 중)

노종문(<좋은나무> 편집주간)

 

이제 예수님이 가르치신 기도인 주기도를 살펴보겠습니다.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하는 내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우리가 기도할 때 항상 주기도를 따라서 기도하겠다는 마음을 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둘째로, 주기도를 따라서 기도할 수 있도록 주기도에 나오는 여섯 가지 간구의 의미를 각각 살펴보고 이해하는 준비를 하고자 합니다. 셋째로, 주기도는 그리스도인의 제사장 직무 수행과 관련이 있는 공적인 성격을 지닌 기도임을 다시 확인하고자 합니다.1)

 

먼저 주기도를 따라 기도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마다 반드시 주기도문을 암송할 필요는 없겠지만, 주기도를 가르치신 예수님의 의도는 우리가 기도할 때 주기도의 모범을 따라서 기도 내용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도록 하시려는 것이 분명합니다. 종교개혁자 장 칼뱅은 주님이 가르쳐 주신 주기도를 따라 기도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신랄한 말로써 경고합니다. 그것은 첫째로, 주님이 구하라고 하신 것을 넘어서 하나님의 지혜에 자신의 지혜를 더하는 정신 나간 짓이며, 둘째로, 제멋대로 통제되지 않은 욕구를 따라 방황하는 짓이고, 셋째로, 그 자체가 믿음으로 기도하지 않는 행위라고 말합니다.2) 그러므로 우리는 기도할 때, 주님께 기도를 배우는 마음으로, 주기도를 기억하며 따라서 기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기도는 우리의 기도가 균형이 잡히게 하며 얼마든지 풍부하게 확장될 수 있는 기도의 형식입니다.

 

두 번째로, 이렇게 기도하기 위해서는 주기도문 자체의 내용을 잘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그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주기도문(마 6:9-13; 눅 11:2-4)은 하나님 아버지를 부르는 도입부,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는 전반부의 세 간구, 우리의 삶을 위해 도우심을 구하는 후반부의 세 간구로 이루어집니다.

 

도입부

 

예수님이 말씀하신 주기도의 첫 번째 단어는 “아버지”(아람어, 압바)입니다. 그다음 단어는, “우리의”이며, 그다음에 “하늘에 계신”이 옵니다. 글보다는 말이 중심이었던 고대 언어에서는 일반적으로 문장의 첫 번째 단어가 오늘날보다 훨씬 더 중요했습니다. 게다가,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며 기도하라는 말씀은 당시의 유대교 문헌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예수님의 독특한 가르침이었습니다.3)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기도는 모두 “아버지”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단 한 번의 예외가 있는데, 그것은 십자가상에서 “나의 하나님”으로 시작되는 기도를 드리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시편 22편을 인용하여 기도하신 것이었습니다(막 15:34; 마 27:46).4)

 

즉,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에게는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특권이 있다고 놀라운 선언을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와 부활의 사역을 통해 당신을 믿는 모든 자들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고(요 1:12), 기도할 때마다 반드시 그 놀라운 특권을 누려야 한다고 가르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도를 시작할 때마다 “아버지여”라고 하나님을 부르면서, 지금 드리는 이 기도가 종의 의무가 아니라 자녀의 특권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감사함과 담대함으로 그 특권을 사용해야 합니다.5)

 

 

 

전반의 세 간구

 

다음으로, 주기도의 처음 세 간구는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는 기도들이 됩니다. 세 간구를 헬라어 단어 순서를 그대로 살려 직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거룩해지게 하소서, 당신의 이름이,

오게 하소서, 당신의 나라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마태복음 6:9-10)

 

이 세 가지 간구는 본질적으로는 같은 내용을 담고 있으나 조금씩 의미와 강조점이 다릅니다. 첫째로,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해지게 하시라는 기도는 에스겔 36:22-31을 배경으로 삼습니다. 에스겔의 이 예언에 따르면,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해지려면 하나님의 이름을 빛내는 거룩한 백성이 세상에 나타나야 합니다. 이 기도는 세 번째 간구인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라는 기도와 본질적으로 같은 내용입니다. 거룩한 백성이 나타나는 것이 곧 하나님의 구원 계획, 즉, 예수님을 통해 그를 믿는 사람들에게 성령을 부어주시고 그들을 새로운 이스라엘로 창조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이 그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첫 번째와 세 번째 간구는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인 교회가 거룩한 교회가 되고 하나님의 이름을 빛나게 하는 공동체가 되게 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첫 번째 간구와 세 번째 간구 사이 중심에 있는 두 번째 간구, 하나님 나라가 오게 해 달라는 간구는, 예수님을 통해 이미 펼쳐지기 시작한 하나님의 통치가 속히 완성되기를 간구하는 기도입니다. 이것은 지금 이곳에서 하나님의 구원 능력이 나타나 악을 무찌르기를 간구하는 것이며, 악에게 허락된 기간이 속히 끝나고 예수님이 재림하셔서 하나님의 승리가 완전히 성취되기를 간구하는 기도입니다. 이것은 종말이 속히 오기를 간구하는 기도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 땅에서 이미 시작된 하나님 나라의 변화시키는 능력이 지금 우리 눈앞에서 더 강력하게 나타나도록 구하는 기도이기도 합니다.

 

주기도로 기도할 때, 우리는 이런 기본적인 의미를 기억하면서 성령님이 깨닫게 하시는 대로 관련된 기도 제목들을 다양하게 확장하며 기도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이 세 가지 간구를 드리면서 우리 교회가 거룩한 공동체가 되게 해 달라고 구하며 교회를 위한 기도 제목을 올려드릴 수 있습니다. 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져서 우리 사회에서 정의가 실현되게 해 달라고, 세계적으로는 전쟁이 억제되고 평화가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간구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 주위의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난민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이 세 가지 간구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도할 때는 성령님이 마음에 감동을 주시는 대로 자유롭게 또는 좀 더 구체적 사안에 초점을 맞추어 기도할 수 있습니다.

 

세 간구 뒤에 오는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라는 말은 하나님의 보좌와 하나님을 시위한 천사들이 있는 ‘하늘’에서 하나님의 뜻이 신속하고도 완전하게 이루어지듯이, 이 땅 위에서도 하나님의 뜻이 신속하고 온전하게 이루어지게 해 달라는 뜻을 담은 말씀입니다. 이 말은 세 가지 간구 모두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 실제로 하나님의 하늘 보좌 앞에 나아가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상상하도록 돕는 말씀입니다.

 


1) 노종문, “[산상수훈과 제자도]그리스도인의 거룩한 직무들”, <좋은나무>, 2022. 3. 9. 참조.

2) 『기독교 강요』, III. xx. 48.

3) 요아킴 예레미아스, 『신약신학』, 정광욱 옮김(엠마오, 1992), 100-106. “헬라적 유대주의의 상황에서는 하나님께 대한 호칭의 한 형태로 pater가 사용된 예가 간혹 있을 수 있다. 아마도 헬라어의 영향으로. 그러나 그 방대한 유대교 기도 문학에서는 예배 기도문이나 혹은 사적인 기도를 막론하고 하나님에 대한 호칭으로 abba를 사용한 예가 전혀 없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103쪽).

4) 요아킴 예레미아스, 『신약신학』, 105.

5) “우리의”는 이 기도가 항상 제자 공동체를 마음에 품고 드리는 기도임을 나타낸다. “하늘에 계신”에서 하늘은 온 세상을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통치 보좌가 있는 곳을 가리킨다. 하나님의 주권을 기억하게 하는 어구이다. 누가복음 11:2의 더 짧은 주기도문에는 이 두 표현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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