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 노화는 ‘생애 후반기까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노화의 전략’으로 정의할 수 있다. 중년기 이후 점차 건강 악화 및 기능 저하를 겪기 시작하여, 노년기 진입과 함께 질병에 시달리고 의존적 상태에 빠지게 되는 노화의 방식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능동적 노화가 추구하는 일차적 목표는, 때 이르게 존엄성을 지키지 못할 정도의 의존 상태에 빠지거나 사망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다. (본문 중)

김규찬(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

 

흔히 65세 이상 인구를 노인 집단으로 분류하고 노인 문제를 논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노인을 하나의 세대나 집단으로 보는 접근 방법은 노인의 삶을 ‘나의 삶’이기보다는 ‘그들의 삶’으로 여기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16%를 넘어서는 현 상황에서, 노인을 단일한 문제나 요구를 가진 클라이언트 집단으로 생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 글에서는 ‘능동적 노화’(active ageing)의 개념을 통해 노인의 삶을 연속적 과정으로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는 점을 환기하고, 바람직한 노화를 위한 개인, 사회·국가, 그리고 교회의 역할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능동적 노화는 ‘생애 후반기까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노화의 전략’으로 정의할 수 있다. 중년기 이후 점차 건강 악화 및 기능 저하를 겪기 시작하여, 노년기 진입과 함께 질병에 시달리고 의존적 상태에 빠지게 되는 노화의 방식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능동적 노화가 추구하는 일차적 목표는, 때 이르게 존엄성을 지키지 못할 정도의 의존 상태에 빠지거나 사망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노년기에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죽을 날만 기다리는 잉여적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경제적·정치적으로 참여하고 기능하는 시니어로 살도록 하는 것이다.

 

능동적 노화 개념은 두 가지를 전제한다. 첫째, ‘동일하지 않은 노화’를 전제한다. 달리 말해, 노년기 이후 의존 정도와 삶의 질은 개인별로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둘째, 노년기 삶은 노년기 진입 이전의 삶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요컨대, 노년기 삶의 질은 그 전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개인별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를 근거로 능동적 노화는 ‘생애 주기’(life course)적 관점에서 건강한 노화를 위한 예방적이고 지속적인 준비를 강조한다. 노년기의 건강, 인간관계, 사회적 참여 수준, 경제적 안녕 등은 모두 노년기 진입 이전부터 관리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능동적 노화를 위한 생애 주기별 전략은 다음과 같다. 먼저 임신·영아기에는 산모와 아이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고 휴식과 회복의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하고 안정된 임신·출산기 및 영아기는 성공적 노화의 첫 단추이다. 유아기에 접어들면 노화를 포함한 성장과 건강에 대한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어떠한 배경의 가정에서 태어나든 적어도 신체·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유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인생 초기의 영양, 돌봄, 안전 등 양육 환경에서의 격차는 노후의 삶의 질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학령기에 들어와서는 평등한 교육 기회의 제공이 중요하다. 특별히 한국에서 교육은 성인기 이후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하기 때문에, 공평한 출발선으로서 교육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이어 대부분의 생애 시간을 보내는 근로 연령기에는 취업과 이직을 통해 노동 시장에 최대한 머무를 수 있도록 (재)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직장 외에서 공동체(교회 등)와 지역 사회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는 것은 노년기 이후 삶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은퇴에 대한 체계적이고 점진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문화적,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노년기에 진입하는 나이가 개인별로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르면 50대 초에 노후 생활을 시작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80세까지도 은퇴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서 은퇴에 대한 준비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능동적 노화를 실현하기 위한 인생 후반기의 키워드는 건강과 자립이다. 건강은 자립의 전제 조건이다. 인간은 상호 돌봄의 존재이고, 의존 상태에서도 여전히 존엄하다. 그러나 많은 노인들이 여러 만성 질환을 갖고 있음에도 최대한 독립적으로 살고 싶어 한다. 노년기의 자립적 생활을 위해서는 앞서 지적했던 대로 유아·청소년기부터 성인기를 지나는 동안 건강한 습관(금연, 운동 등)으로 건강을 잘 관리하고, 노동 시장에 머무는 동안 노후를 위한 최소한의 재무적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노년기에는 소득 감소와 건강 악화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으므로 정부의 소득 보장과 건강 보장 정책의 역할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노인의 삶의 전망에 영향을 주는 사회·문화적 요소로는 연령주의(ageism)를 언급하고 싶다. 광고를 보면, 아름다운 것, 건강한 것, 좋은 것, 바람직한 것은 모두 젊음과 관련되어 있다. 노인은 주로 상실된 신체적 아름다움, 질병(의약품), 의존, 보호·돌봄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한국에서는 연령과 연관된 고정 관념과 사회·문화적 코드가 지독하도록 강하게 작동하는 것 같다. 필자의 아들이 외국에서 태어나 어린이집 다닐 무렵 귀국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몇 살이야?”를 인사처럼 하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연령주의가 뿌리내려 있으면 부정적인 사회적 피드백으로 인해 노인들의 사회적 활동과 참여가 위축될 수 있다.

 

교회는 능동적 노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능동적 노화의 핵심적인 한 축은 ‘참여’(participation)이다. 참여는 유급 노동에 참여하는 것을 포함하여 여가·문화 활동, 교육 활동, 자원봉사 활동, 정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포함한다. 교회는 이런 다양한 활동을 조직하고 제공하고 촉진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 교회가 보유한 건물과 장소, 그리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역자 및 평신도들은 노인들에게 양질의 교육과 활동을 제공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물론 교회별로 차이는 크겠지만, 형편에 따라 이러한 자원을 지역 사회에 공유할 기회와 방식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교회가 지역 사회 노인들에게 교육과 문화, 자원봉사 같은 참여의 기회를 꾸준히 제공한다면, 굳이 명시하지 않더라도 선교적 목적 또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노화와 노인의 삶에 대한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노화의 과정과 노인의 삶의 모습은 같은 사회 안에서도 다양하기 때문에 특정한 모습이 바람직한 노화 과정 혹은 노인의 삶이라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인으로 분류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연령대별, 지역별, 또 인종적·문화적 배경에 따라서 기대하고 지향하는 노인의 삶의 양식이 천차만별일 수 있다. 다만 모두 목표를 높게 잡는 것이 좋겠다. 늙는다는 것 자체가 삶의 질을 위협하는 요소인 것이 사실이지만, 노년기의 삶의 만족도를 너무 낮게 설정할 필요는 없다. 노인이라 분류되는 65세 이후에도 어쩌면 가장 좋은 때는 아직 오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므로 생의 후반기에도 더 나은 삶에 대한 전망과 준비는 언제나 가능하다.

 

* 이 내용은 [2022년 기윤실 좋은사회포럼] “함께 이해하고 만들어 가는 노년의 삶”(2022.8.10.)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다른 발제자들의 발제 내용과 포럼 영상, 자료집은 다음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cemk.org/resource/26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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