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교회라고 하면 개별 이름으로 불리고 특정한 장소에 지번(地番)을 가진 ‘1예배당 1교회’를 떠올렸다. 하지만 최근에 이러한 전통적이며 일반적인 교회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한 교회가 아닌 여러 교회가 같은 공간을 예배당으로 공유하며 사역하는 이른바 ‘공유 교회’가 곳곳에 다양한 모습으로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 중)

박재필(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소셜벤처 밸리로 불리는 성수동의 ‘카우앤독’(Co.W & Do.G)이나 이미 익숙한 이름인 위워크(We-work) 등은 창업과 사업이라는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서 정보와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일하도록 공간을 공유하게 한다. 이러한 공간 공유는 창업 영역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대학이 가진 다양한 공간을 지역민이나 기관에 대여해 주거나, 학교 시설의 유휴 공간을 외부에서 활용하게 하는 공간 중개 플랫폼 ‘스쿨쉐어링’도 그러한 공유의 취지를 갖고 있다. 더 나아가 이렇게 공간을 공유하는 움직임은 교회의 예배 장소 공유에까지 확장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교회라고 하면 개별 이름으로 불리고 특정한 장소에 지번(地番)을 가진 ‘1예배당 1교회’를 떠올렸다. 하지만 최근에 이러한 전통적이며 일반적인 교회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한 교회가 아닌 여러 교회가 같은 공간을 예배당으로 공유하며 사역하는 이른바 ‘공유 교회’가 곳곳에 다양한 모습으로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가장 먼저 접한 공유 교회는 경기도 김포한강신도시에 자리한 ‘르호봇 Co-Worship Station’이다. 이곳은 교단에 상관없이 신청한 순서대로 교회들이 들어와 하나의 예배 장소를 공유하고 있다. 현재 7개 교단의 9개 교회가 예배 시간대를 달리하여 최소한의 비용인 관리비만 지불하며 사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부천시 안곡로에 생긴 ‘52 Church & Cafe’는 또 다른 형태의 공유 교회다. ‘오병이어’를 뜻하는 ‘52’라는 머리글자와 함께 교회와 카페가 공존한다는 의미를 지닌 이름이 인상적이다. 세상의빛동광교회가 마련한 이 공간에는 청년 중심의 둥근교회와 장년 중심의 지향교회가 예배당을 공유하고 있으며, 1층에는 ‘오이코스’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서교회가 교인 수 30명 미만의 개척 교회를 위해 만든 예배 공간 공유 플랫폼, ‘WeCHURCH’가 있다. 수서교회 구 예배당을 활용하고 건물 임대료가 제법 비싼 지역인 잠실, 자곡, 가락에도 공유 예배당을 갖추어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유 교회 소개에서 빠뜨릴 수 없는 사례가 처치브릿지(대표 서울드림교회 신도배 목사)다. 처치브릿지는 주중 사역을 위해 성수동에 ‘서울드림비전센터’를 대여하여 사용하는데, 이 공간을 현재 네 교회(서울드림교회, 함께걷는교회, 살아있는교회 그리고 리프레임처치)가 예배당으로 공유하고 있다. 처치브릿지가 시행하는 ‘공유 교회’가 다른 공유 교회들과 다른 점은 멘토-멘티 관계를 통해 목회자들이 사역과 삶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멘토링을 통해 멘티 목회자들은 목회 철학, 목회 역량, 그리고 재정 후원에 이르기까지 자립을 위한 지원을 받는다.

 

 

사실 아무리 규모가 큰 교회라고 하더라도 예배당을 공유하거나 별도의 예산을 마련하여 작은 교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이런 공유 교회 현상은 개척 교회나 미자립 교회가 재정적으로 숨 돌릴 틈을 마련해 주고 있다. 그리고 교회가 개교회주의에서 벗어나 공적인 교회로서 작은 교회들과 동역한다는 면에서도 귀한 일이다. 아울러 대형 교회가 교회의 일부 공간에 개척 교회 또는 미자립 교회가 들어와 사역하게 하는 ‘church in Church’ 개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별도 공간을 마련하여 작은 교회들이 독자적인 목회 철학과 사역 콘텐츠로 사역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Church By Church’ 개념의 목회 생태계가 생겨나는 것도 무척 고무적이다.1) 앞으로 공유 교회 운동이 더욱 확장하기를 바라며 세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공유 교회’라는 가치와 노력이 견실한 열매를 맺으려면, ‘공유 교회’가 담보하는 신학적 의미와 목회적 가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고, 참여하는 교회들, 목회자들, 성도들 간에 충분한 동의와 공감이 있어야 한다. 또한, 그런 가치와 의미를 실제 현장에서 구현해 내고 실행하기 위해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정관과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공유 기간, 공유 범위, 공간 사용 시간, 더 나아가 목회자의 목회 철학이 담긴 개교회만의 상징물이나 소품 사용 가능성 등에 대한 세부 지침과 안내서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예배당 공유를 넘어서 사역과 목회 자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개척 교회나 미자립 교회의 경우, 예배 장소가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목회자가 혼자 문제와 분투하며 인내할 때 느끼는 고독감이나 무기력감은 더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개척 교회나 목회자들이 목회 멘토링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게 하여, 교인 수나 재정 규모 때문에 주눅 들지 않고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고유한 소명을 발견하여 사역할 수 있는 목회 생태계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끝으로, 다소 이상적이고 지나친 욕심처럼 보일 만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현재 대부분의 ‘공유 교회’는 기획과 시행이 시혜자 중심이다. 그러니 수혜자의 입장인 개척 교회나 미자립 교회는 이미 조성된 환경에서 사역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유 교회’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예배당을 비롯하여 공유 공간을 생산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면 도움받는 목회자들의 목회 철학과 교회론이 공간에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교회는 저마다 고유한 신앙의 기억과 영적 경험을 만들어 낼 공간 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건물 안에 여러 교회가 공존할 경우, 각 교회들의 목회 콘텐츠와 목회 대상(나이, 성별, 세대, 직업 등)을 고려하여 공유 교회에 참여할 대상(목회자/교회/기독교 단체 또는 기관)을 선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공유 교회’가 단순한 공간 공유를 넘어 건강하고 매력적인 목회와 신앙 생태계 마련의 좋은 기회가 되리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 곳곳에서 창의적 목회와 선교의 의지를 가지고 ‘공유 교회’를 마련하고 참여하는 교회들을 생각하는 것은 뿌듯하고 가슴 설레는 일이다. 이러한 노력과 실천이 교회의 공교회성을 회복하고, 한국 교회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다양성을 포용하고 많은 사람을 주님께로 초대하는 아름다운 열매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기도한다.

 


1) 공유 교회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시려면 필자의 글, “장소로써 예배 공간 공유제 실행방안 연구”, 「선교와 신학」 제55집 (2021): 63-90을 참조하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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