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청년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기윤실·크리스챤아카데미, ‘청년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와 기독교’ 주제로 30일 개최

 

에큐메니컬 동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공감대…
청년활동가들에 대한 금전적 지원 부족이 원인
‘권위주의 문제’, ‘소통의 부재’, ‘성장에 매몰된 사회와 교회’ 문제 여전해…
직접적 대안 없지만 청년들의 소통과 연대 앞으로 확대해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 백종국)과 크리스챤아카데미(대표 이상철 원장)가 공동으로 주최하여 30일 서울 종로구 대화의집에서 ‘청년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와 기독교’라는 주제로 기독 쳥년들의 대화모임을 가졌다.

기독 사회 운동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각자의 위치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이 다른 영역에 종사하는 청년들이 처한 상황과 고민들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신앙인으로 그러나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며, 이 사회에 속한 시민으로서 그 경계선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대화의 시간이었다.

이 대화모임의 패널로는 강세희 전도사(한백교회), 김대현 위원장(청년정의당 인천시당), 김자은 간사(청소년성문화센터), 김지애 팀장(고난함께), 김하나 전도사(향린교회), 김현아 국장(기독교윤리실천운동), 문형욱 공동대표(기후위기독인연대), 서기정 여성위원장(시대전환), 윤진영 목사(높은뜻광성교회), 이광호 간사(KSCF 대학부), 이영우 간사(청년의뜰), 임지희 간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간사, 가재울녹색교회 전도사), 장철순 사무국장(기독청년아카데미 사무국장, KSCF 대학부 간사), 하성웅 총무(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등 사회단체, 정당, 목회, 언론계 기독인 청년 15인이 참여했다.

크리스챤아카데미의 이상철 원장은 ‘인사말’에서 “20·30세대의 무종교인의 비율이 이전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 탈종교화의 가속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런 상황 가운데 요즘은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의 양쪽 진영 그 경계도 많이 허물어지고 있다”며 “기존의 어른들 보다는 더 자유롭고, 풍요롭고, 새로운 상상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기윤실의 김현아 국장은 사회를 보며 “항상 권위자들을 중심으로 사안들을 발제하며 다뤄왔고 청년들은 잠깐의 시간 논찬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왔던 것 같다”며 “이번에는 청년들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서로 들어보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모임에서는 “금전적 지원의 부족으로 인한 청년활동가들의 활동 제약과 지속 가능성”이 주요 문제 빈번히 나오는 문제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당장의 대안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네트워크와 소통을 늘려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꾀하자”는 의견이 여럿 보였다. 더 나아가 “에큐메니컬 운동의 성장 동력이 둔화되고 있다”고 느끼는 공감대도 퍼져 있었다.

또한, 청년들이 종사하는 일의 경계를 넘어 마주하는 문제로는 “여전히 존재하는 권위주의 문제, 이로 인한 소통의 부재, 성장에 매몰된 자본주의와 이에 순응하는 교회의 모습”이 제기됐다. 많은 청년들은 이에 대해 “괴로움을 호소”했으며, “이제는 지친다”고 말하는 패널들도 종종 있었다.

반면에, ‘기후, 탈성장, 성차별, 성소수자, 다문화’ 등의 에큐메니컬적 영역의 활동과 각자의 상황에 대해 서로 나누며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이런 사회운동들이 서로 맞닿아 있다고 느낀다”라며 서로의 활동을 반기는 모습들도 존재했다.

모임을 마치면서는 “의견이 일치되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앞으로 이런 소통이 계속 필요하다”라고 평했으며, 또 한 패널은 발표 중에 “꼭 대안을 가지고 상상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고 발언도 했다.

# 금전적 지원의 부재로 인한 시민사회 혹은 에큐메니컬 진영의 청년활동가 부족 현상

EYCK의 하성웅 총무는 “청년 에큐메니컬의 운동에 동력이 없다. 70~80년대는 분명한 사회적 이슈가 있어서 청년들이 많이 모였는데 지금은 재정적 독립도 참 상황이 어렵다”며 “우리가 교회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면 교계의 이 상황들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보수를 받고 일하는 청년활동가들이 많다. 그래서 떠나는 그들을 더 붙잡아 둘 수도 없다”고 했다.

‘청년의 뜰’의 이영우 간사는 “활동을 하기 위해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 결국 돈이 필요하다. 기독사회운동을 위해 과연 후배들에게 ‘가치와 의미’만으로 그들을 잡아 둘 수 있는가 고민이 된다”며 “개교회의 교육부서 사정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동료들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나도 내가 일하는 회사에서 복리후생을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청년활동가들이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정의당 인천시당의 김대현 위원장은 “정당활동이나 시민사회운동에서 거대 정당이나 거대 조직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있다. 운동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 많은 분노를 느낄 때가 많다. 좋은 동료들을 만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나도 나이가 들고 기성세대가 되면 기성세대와 기득권의 문법에 따르지 않을까 고민이 된다”고 했다.

이어 “올해 말에 결혼을 한다. 당의 활동이 항상 임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것이 괜찮은데 아내도 괜찮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성세대를 넘어서지 못하는 정치권의 한계에서 따듯한 마음과 여유 있는 마음을 잃고 싶지 않다. 기대는 많이 주어지지 않았지만 기회는 많지 않은 현실”이라고 했다.

기독청년아카데미의 장철순 사무국장은 “이전에는 보수적 단체에 있었다. 지금은 보다 진보적인 단체에 있지만 양쪽에서 공통점은 ‘삶의 문제’이다. 방금 김대현 위원장이 말한 결혼 같은 것이다. 결혼은 내가 하는데 주변에 이것에 간섭하는 목소리가 여럿 있었다. 결혼이 주변 사람들에 의해 ‘되어지는 것’ 같아서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이것을 ‘어떻게 헤치고 나아갈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 ‘대화와 소통’의 문제

하성웅 총무는 “한국교회가 너무 보수화 되어 있다 보니 교회의 청년들이 다 떠나는 상황에서 교회에서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할 수가 없다. 그런데 또 수평 이동은 활발해서 대형교회로 몰려가는데 ‘삶의 성공이나 개인 구원’에 관한 메시지들이 많다”며 “그래서 사회 활동에 있어서는 기독 청년들이 실종되어 있어고, 그래서 ‘청년활동가’들이 없다”고 했다.

청소년성문화센터의 김자은 간사는 “보수적인 기독교 환경에서 자랐다. 그런데 세상과의 단절을 느끼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소통되는 언어가 부재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신교의 운동이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에 너무 국한한되어 고립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대전환’의 서기정 여성위원장은 “정치권에 있다보면 거대 양당에 막혀서 소수의 의견이 묻힐 때가 있다.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것이 때로는 나의 영혼을 파괴하기도 한다. 내 영혼이 파괴되지 않은 한도 내에 잘 타협하고 일들을 잘 처리하고 싶다”고 했다.

# 성차별, 기후, 다문화, 무분별한 성장주의 문제

‘고난함께’의 김지애 팀장은 “이전에는 여러 대형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했었다. 나는 교회 안에서의 성차별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았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다만 사역자들뿐만 아니라 청년들 안에서도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을 봤다. 조금 더 안전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났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나도 운동으로 뛰어들었는데 ‘사회 운동’ 안에서도 성차별을 보게 되면서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래서 지금은 더 많은 여성 활동가들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이 회복되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고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기독환경운동연대의 임지희 간사는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환경문제가 전 세계적이고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은 ‘기후 문제에서 맞딱드린 일이 많다. 더 열심히 하라’고 나를 너무 다그치시는 분도 있다. 또 어떤 분들은 ‘이제 너무 늦었다’라는 얘기를 하는데 너무 기운이 빠지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강대국이 많이 배출한 온실가스를 약소국들이 피해를 받고, 이전 세대가 많이 배출한 온실가스를 다음세대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들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기후위기기독인연대의 문형욱 대표는“기후가 단지 환경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과도 관련이 많다. 무분별한 성장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것에 대한 대안은 희년이다. 그런데 기독교는 경쟁적인 무분별한 성장의 문제나 이런 담론을, 이 문제를 다루는 기구나 기관에서 잘 얘기하지 못한다. 기독교가 자본주의적 문제와 너무 결탁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세속에서 희년을 얘기할 때, ‘히브리 전통’이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기독교인들이 이에 의미 있는 ‘언급’이나 ‘활동’을 못 하는 것이 기독교인으로서 굉장히 자존심이 상한다. 사실은 교회가 그 ‘히브리의 공동체’의 모델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서기정 위원장은 “다문화 사회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우리 당에서 관심이 많다. 최근에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관심이 많다. 현재 체류 외국인은 220만 정도 된다. 또 3D업종에 많이 종사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법적 장치들이 많이 없다”며 “아직 다문화 이슈의 법정 장치는 2000년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8개의 부처가 분절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통합적 법처리가 어렵다”고 했다.

# 대화 모임을 마치며, 혹은 대화 모임의 의미

한백교회 강세희 전도사는 “나만 힘들게 싸우며 살아가나 했는데,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나름의 파도에 힘겹게 싸우는 것 같았다. 한국은 고도의 압축성장을 해서 변화가 빠르고 다양한 사회이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서로를 알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심지어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 조차도 어려운 것 같다”며 “이런 모임을 통해 깊게 생각해보고 ‘느리게 갈 수 있는 감각’을 키우고,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이런 자리는 필요하다”고 했다.

하성웅 간사는 “어른들을 만나서 일을 가지고 상의하다 보면 가끔 대안이 무엇이냐고 묻는데 상상하는데 항상 대안이 꼭 있어야 하는가 싶다. 때로는 대안 없이도 상상이 가능지 않은가”라고 했다.

기윤실의 이명진 간사는 “대화가 합쳐지거나 방향성이 뚜렷하다는 느낌은 좀 없었다. 그러나 각 영역에서 분투하는 청년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솔직한 생각과 정직한 마음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의미있다”고 했다.

크리스챤아카데미의 최고권 간사는 “하나의 마중물이 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물들을 잘 엮어가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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