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교단 총회의 달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주요 교단의 총회를 참관했다. 총회는 목사와 장로의 대표로 구성된 총대들이 모여서 그해 각 교단의 주요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공식 결정을 내리는 최고 회의체이기에 총회를 참관하고 감시하는 일은 중요한 교회 개혁 운동 중 하나이다. …(중략) 이제 올해 합동과 통합, 그리고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에서 이뤄진 주요 결의 사항을 지켜보며 느낀 바를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하여 정리하면서 현재 우리들의 교회가 직면한 한계와 개혁을 향한 작은 희망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본문 중)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9월은 교단 총회의 달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주요 교단의 총회를 참관했다. 총회는 목사와 장로의 대표로 구성된 총대들이 모여서 그해 각 교단의 주요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공식 결정을 내리는 최고 회의체이기에 총회를 참관하고 감시하는 일은 중요한 교회 개혁 운동 중 하나이다. 특히 올해는 현장 참관과 더불어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이하, 예장통합)와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이하, 예장합동)의 총회 현장 생중계를 시청하면서 논평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필자는 진행자로서 두 교단의 총회 현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안타까운 현실을 새삼 깊이 체감할 수 있었다. 이제 올해 합동과 통합, 그리고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에서 이뤄진 주요 결의 사항을 지켜보며 느낀 바를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하여 정리하면서 현재 우리들의 교회가 직면한 한계와 개혁을 향한 작은 희망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대형 교회

 

이번 예장통합 총회는 교단마저 굴복시키는 대형 교회의 위세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담임목사직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교회 세습 문제는 2000년부터 한국 교회의 큰 병폐로 지적받았다. 이에 2013년 예장통합 총회는 세습방지법을 신설하기로 결의하고 이듬해 헌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후 거의 매년 총회에서 이 법을 무력화시키려는 개정안이 상정되었다가 무산되곤 했다. 결국 2017년 교단 내 최대 교회인 명성교회는 은퇴한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면서 세습방지법을 위반했다. 그러자 불법 세습을 비판하는 소리가 교단 내부는 물론 한국 교회와 사회 전체에 크게 울려 퍼졌다. 명성교회 세습을 옹호하는 목사와 장로들은 비판을 무마하려고 세습방지법을 삭제 또는 개정하려고 지속적으로 시도했지만 반대 의견에 부딪혀 기각되거나 유보되었다. 이러한 교단 내 분열 양상이 계속되자 2019년 총회는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를 발족하고 김삼환 목사 은퇴 후 5년이 지난 시점에 세습을 가능하게 하는 수습안을 “법을 잠재하고” 통과시켰다. 이후 수습안에 대한 찬반 논쟁과 더불어 세습방지법 유지 측과 폐지 측의 충돌이 계속되었다.

 

올해 4월, 총회 임원회는 교단 화합을 위해 9월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열겠다고 밝혔다. “명성교회 세습을 합법화하려는 시도이므로 장소를 변경하라”는 반대 의견이 거셌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장소는 명성교회로 확정되었다. 또한 총회에 임박하여 ‘은퇴 목사의 자녀도 당회의 2/3 이상의 찬성과 공동의회 3/4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후임으로 청빙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세습방지법 개정안이 상정되었다. 이에 총회가 명성교회에서 개최되는 것과 세습방지법을 개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평신도, 목회자, 신학생들의 기도회와 집회가 총회 당일까지 이어졌다. 드디어 총회가 개최되었는데, 내년 총회장으로 내정된 당시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는 첫날 개회 예배 설교 중 “세습방지법을 철회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했다. 결국 총회는 심각한 충돌이 예상된 개정안을 1년 더 연구하기로 유보했다. 이상의 경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한 교회의 불법을 덮기 위해 교단이 앞장서는 모습은 대형 교회의 재력과 권력을 통해 공교회의 질서가 무너지는 안타까운 현장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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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이번 3개 교단 총회의 안건 중 공통적으로 여성 관련 이슈가 많았다. 특히 예장합동 총회 중 해프닝이 있었다. 둘째 날 회무 중, 여성 사역자에게 강도사 고시 응시 자격을 부여하기로 결의했다. 여성 목사 안수를 금지하던 교단에서 여성 신학생이 목사 안수 직전 단계인 강도사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총회의 여성 안수 불가 방침은 불변이지만, 그럼에도 고무적인 진전임은 분명했다. 그런데 총회 회무 넷째 날, “여성 사역자가 강도사 고시를 볼 수 있게 하면 사실상 여성 목사 안수로 가게 된다”며 이틀 전 결정을 번복했다. 이에 그동안 여성 안수를 꾸준히 주장해 온 총신신대원여동문회는 총회의 권위가 실추되었다며 여성 안수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총회를 규탄했다. 이상한 행태는 이뿐만 아니었다. 첫날 회무 중 교단 역사상 최초로 교회 내 성폭력에 대한 윤리 강령 및 대응 지침을 제정하는 안이 통과되었다. 그런데 제목이 이상했다. “교회 성윤리 예방 및 대응 지침서”였다. 성윤리를 예방한다? 무슨 말인가? 알고 보니 논란이 예상되자 원안의 “성폭력”을 “성윤리”로 문맥을 무시하고 기계적으로 바꾸면서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하여튼 역사적 사건이긴 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성 목사와 장로가 허용되는 교단에서는 여성 총대 의무 할당제가 이슈였다. 예장통합의 경우 전체 총대 1,500명 중 여성은 41명(2.73%)에 불과했다. 그래서 여성 총대 10% 의무 할당제가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논의되지 않았다. 진보 교단인 기장 총회의 경우, 여성 총대가 비교적 많아 전체 612명 중 여성이 68명(11.11%)이지만 총대 비율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안건은 기각되었다. 또한 목사 후보자가 성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하자는 안건이 두 교단에 모두 올라왔는데, 기장은 통과시켰지만 예장통합은 논의하지 않았다.

 

동성애

 

한국 교회의 반동성애 경향은 이번에도 확인되었다. 예장합동의 반동성애 입장은 여전했다. 총회가 대전에서 열려서 이장우 대전광역시장이 방문했는데, 인사말 중 “철저하게 동성애 관련, 왜곡된 것들에 대해 목사님들이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자 총대들이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 시장은 시 산하 인권센터를 반동성애 성향의 단체들에게 맡겨서 논란이 되었던 인물이다. 예장통합의 경우, 총회 중 장로회신학대학교 김운용 총장이 “장신대는 무지개 신학교가 아니고 (나는) 무지개 총장이 아니다”라며 반동성애를 천명했다. 총회 둘째 날에는 총회장 후보부터 목사 고시 응시자에 이르기까지 동성애 관련 견해를 서면으로 제출하게 하자는 안이 결의되었다. 그리고 동성애 입장에서 성서를 해석하는 학술서인 『퀴어성서주석』의 이단성을 연구하기로 결의했다. 진보 교단도 별다르지 않았다. 기장 총회 중 교단 정체성을 담은 문서를 채택하려고 했는데, ‘차별 없는 사랑의 교회 공동체’ 항목 중 ‘성적 지향’을 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 바람에 장시간 격렬한 동성애 찬반 논쟁이 이어졌고, 결국 문서 채택은 유보되었다.

 

대형 교회의 폐해는 여전히 심각하고, 교회가 목사의 재산인 양 자녀에게 교회를 세습, 아니 상속하려는 탐욕은 식지 않았다. 사회는 여성 대통령도 탄생시켰지만, 교회는 여성 권익을 아직도 존중하지 않는다. 예수께서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 “원수도 사랑하라” 했건만 성소수자만은 여전히 예외이다. 이게 지금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갈 길이 멀다. 그렇다고 희망을 버리진 말자. 세습 반대를 외치며 공교회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보수 교단이 여성 사역자를 위해 우스꽝스럽지만 약간이나마 시늉이라도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천동설을 주장했던 교회도 바뀌었으니 우리들의 교회도 언젠가는 달라질 것이다. 그날을 향하여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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