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끝, 기독 시민 역할은 이제부터

국회 갈등 중재하되 정치 과잉 경계
교회 관심 공약 이행 여부 감시 필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총선에 이어 다시 한번 압승을 거뒀다. 여소야대 정국이 지속되면서, 지난 4년처럼 협치가 실종된 국회의 모습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회를 바르게 운영하기 위해 존재하는 정치가 오히려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이번 결과는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자세와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11일 오전 10시 26분께 완료한 총선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175석(더불어민주연합 포함)을 차지해 또다시 제1당의 자리에 올랐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108석(국민의미래 포함)에 그쳤지만, 선거 전부터 마지노선으로 내세운 개헌을 저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석수(100석)는 사수하며 최악은 면했다. 조국혁신당은 창당 한 달여 만에 비례대표로만 12석을 확보하는 돌풍을 일으켰고, 개혁신당은 지역구 1석과 비례대표 2석을 더해 총 3석을 획득했다. 새로운미래와 진보당은 지역구에서 각각 1석씩을 얻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의당과 녹색당이 연합해 만든 녹색정의당은 원외 정당으로 전락했고, 총선 직전 여론조사에서 5%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며 사상 처음 국회의원 배출을 자신해 관심을 모았던 기독교 기반의 정당 자유통일당은 이번에도 비례 의석을 받기 위한 정당 득표율 3%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로써 다음 달 30일 개원하는 제22대 국회에서 전체 3분의 2에 달하는 192석 거야(巨野)에 맞선 정부와 여당 앞에는 가시밭길이 놓였다. 단독 과반을 차지하며 국정 운영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재의요구권’, 일명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재의결 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를 충족하지 못해 법안이 폐기되는 제21대 국회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만다. 결국 협치 없는 국회는 정부와 여당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가시밭길이 되는 것이다.

조사 통계전문가인 지용근 대표(목회데이터연구소)는 “야당이 가장 우려했던 개헌저지선 100석은 넘었으니까 현재 기조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더 많은 의석수를 얻으며 정당성을 확보한 범야권의 대여 공세는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이고 여당은 수세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며, 주요 정당이 이미 발의 예고한 법안으로 비춰볼 때 이번 국회는 직전 국회보다도 빠르게 개원과 동시에 갈등 양상에 접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 대표는 이런 측면에서 교회가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에 나서 사회통합 기능을 감당하기를 소원했다. 교회 지도자들이 어느 한쪽 극단에 목소리를 보태기보다 양분될 수 있는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일에 나서달라는 것.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좋은사회운동본부장 이상민 변호사도 갈등을 반복했던 지난 국회의 모습을 꼬집으며, 다음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 양보의 정치를 볼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 변호사 역시 이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교회의 화해자로서 사명을 당부하면서도, 최근 교회의 정치 과잉을 지적하며 직접 목소리를 내기보다 교회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우리 사회가 화해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자세를 요청했다.

한편 한국교회는 총선을 앞두고 투표 독려와 함께 각 정당을 향해 분야별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특별히 저출생 대책과 기후 위기 대응, 한반도 평화를 비롯해 사회적 약자를 향한 관심과 지원 등 성경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고민한 내용과 관련 국회의원들이 공약을 이행해 나가는지 계속해서 살피는 것 역시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되는 태도다.

실제 주요 정당이 선거 전 공개한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이러한 제안과 성격을 같이하는 정책이 많다. 거대 양당이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운 저출생 문제 해결 및 돌봄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은 물론,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방향은 달라도 양쪽 모두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던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약속한 ‘남북의 군사적 긴장과 전쟁 공포 해소’와 국민의힘(국민의미래)의 ‘북한이탈주민 지원’, 이외에도 ‘다문화가족 안정적 정착’ ‘장애인의 사회적 격차 해소’ ‘교육 혁신’ 등 정당들이 내세운 사안들이 단지 표를 받기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들의 끊임없는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이하 기공협) 김철영 사무총장은 “한국교회가 꾸준하게 요구해 온 정책이 받아들여진 부분은 감사하지만, 우리의 역할은 제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공약을 실현하는지 지켜보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세상을 이뤄가는 것”이라며 더 나아가 10대 공약에는 없지만 낙태와 자살, 중독, 폭력 등 생명 존중 사회를 이뤄가기 위한 일 역시 국회 개원 이후에도 한국교회가 지속해서 추진할 과제로 봤다.

제22대 국회 개원 이후 기독교를 둘러싼 각종 법안과 관련한 교계 대응도 주목받는다. 기공협 대표회장이자 한국교회법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소강석 목사는 진보 진영의 우세로 나타난 출구조사 발표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비롯한 반기독교 악법 제정과 한국교회의 생태계가 염려된다”라고 우려를 표하는 동시에 “그래도 희망이 있는 것은 아직 야당 내에서도 차별금지법에 대해 합의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본다”라고 예측했다. 소 목사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차별금지법을 비롯한 반기독교 악법을 전면 반대하되, 다수당을 차지한 야당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정무적 설득도 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실제로 대부분 교단이 회원으로 활동하며 한국교회의 대정부, 대국회 창구 기능을 맡고 있는 한국교회총연합도 총선 결과에 주목하며 향후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사무총장 신평식 목사는 “제22대 국회는 상호 존중하는 국회, 대화와 협력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특히 갈등을 줄이는 노력으로 국민통합을 이루는 국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면서 “한국교회가 관심 두고 있는 차별금지법과 사립학교법 등 법안들에 대해 당선자들과 폭넓은 대화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고, 건강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총선 다음날인 11일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여야 정치 모두 민생 경제 위기의 해소를 위해서 온 힘을 함께 모아야 한다”라며 변화를 예고했다.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우리가 국민들께 드린 정치 개혁의 약속이 중단 없이 실천되길 바란다”라는 말을 남겼다.

끝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300명의 당선자들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모든 위정자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국민을 섬기는 지도자들로 세워지도록 기도하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들의 가장 중요한 자세이자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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