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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은 현대 과학의 생명 이론이다. 따라서 진화론은 현대를 사는 사람은 대부분, 설령 신자라 하더라도, 우리 시대의 교양으로서, 더 나아가 생명 관련 학문이나 직업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배워야 하는 과학의 내용이 되었다. 문제가 된 유신 진화론은 다양한 세부 주장들이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신앙으로 현대 과학의 진화론을 수용하자는 것이다. 이번 유신 진화론 관련 징계 뉴스를 접하면서 과학의 현주소와 우리의 현실을 아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최근 한 신학교에서 유신 진화론을 주장하는 교수를 징계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있었다. 물론 해당 교수의 주장이 소속 교단의 창조 교리에 맞지 않다는 뉴스 보도만으로는 그 자세한 내용을 다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일이 여전히 많은 교회가 가장 불편해 하는 과학 이론이 진화론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인 듯하다. 진화론은 현대 과학의 생명 이론이다. 따라서 진화론은 현대를 사는 사람은 대부분, 설령 신자라 하더라도, 우리 시대의 교양으로서, 더 나아가 생명 관련 학문이나 직업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배워야 하는 과학의 내용이 되었다. 문제가 된 유신 진화론은 다양한 세부 주장들이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신앙으로 현대 과학의 진화론을 수용하자는 것이다. 이번 유신 진화론 관련 징계 뉴스를 접하면서 과학의 현주소와 우리의 현실을 아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현대 과학에서 가장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가 생명 과학 분야이다. 쉴 새 없이 새로운 사실들이 발견되고 있다. 현재 지구상의 약 200만 종의 생명체들이 보여주는 그 다양성과 이들을 관통하는 통일된 DNA의 유전적 특성이 그것이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 과학도, 이 생명의 다양성과 통일성을 하나의 이론이나 학설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해 왔다. 많은 과학적 절차와 과학적 발견을 거쳐 진화론은 현재 과학계에서 주류가 되는 생명 이론으로 자리잡았다. 이 이론은 최소 200여 년 전 자리 잡은 생물속생설(biogenesis)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생물속생설은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2천 년간의 생명 이론인 자연 발생설을 무너뜨리고 등장한 생명 이론이다. 생물속생설은 생명은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오직 생명에게서만 나온다는 이론이다. 진화론은 이 생물속생설의 일종으로 생명이 생명에게서 나오면서 시간이 오래 지나면 종이 변한다는 이론이다. 이를 진화라 부르는데, 즉 현재 종들은 과거에 있었던 다른 종들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진화는 수천 년 혹은 수백만 년에 걸친 점진적인 유전적 변화를 통해 일어나며 생명의 새로운 형태는 하나의 계통이 두 개로 갈라짐으로써 생긴다고 한다. 그리고 진화는 대부분 자연적 선택을 통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갈라파고스 제도 ⓒpixabay

 

현대 학문의 특징은 신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고 각 분야의 이론이나 학설을 세우는 것이다. 과학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기에 진화론이 신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고 우연이나 자연을 언급한다 해서 학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과학 이론은 정확한 이론이 아니다. 확률과 통계에 의한 근사한 이론이다. 필자가 하는 실험 과학은 정확한 사실을 추구하지만 10번 실험해서 몇 번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식으로 확률과 통계적 수치로 결과를 발표한다. 그런 결과들을 모아 과학 이론을 세운다. 심지어 과학 법칙조차도 정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진화론과 같은 기원 과학은 과거에 일어났고 데이터가 부족하여 그 오차의 범위가 더 심하여 정확도가 훨씬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거나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가설과 증거 및 반증의 절차를 거친 과학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종이 변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200년도 안 된 진화론이 내놓을 수 있는 증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화론은 화석학, 지질학, 고생물학, 생물층서학, 방사성연대측정 등을 통해 주로 고대 지층의 화석을 증거로 제시하는데, 외형만 가진 죽은 생명체가 보여주는 생명의 증거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 들어 동물 행동학, DNA의 유전 정보,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의 증거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 결과는 더 기다리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과학 이론은 증거에 따라 계속 변한다. 반증이 많으면 이론이 수정되거나, 더 나은 이론이 나오거나, 극단적으로 이론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과학의 이런 특성을 고려해 볼 때 과학 이론의 하나인 진화론에 절대적 진리와 같은 높은 지위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다른 모든 과학과 마찬가지로 진화론도 과학 이론의 하나이며 언제가 더 나은 과학 이론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 자체가 이런 것이므로 과학으로서 진화론을 전부 틀렸다고 부정할 필요도 없다. 어떤 부분은 맞고 또 어떤 부분은 틀릴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인간과 동물과의 유사성을 밝혀낸 과학 이론이 있어 동물 실험을 통해 인간이 의학적으로 큰 혜택을 보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 시대 학문의 특성을 알면, 진화론을 무신론과 쉽게 동일시할 수 없다. 진화론은 생명의 다양성과 통일성을 하나님을 전제하지 않고 설명하려는 세상의 학문적 노력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세상 속에서 이런 식으로 불신자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살도록 하셨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를 통해 기독교 학문의 필요성을 더 절감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종종 ‘왜 하나님이 이 생명의 신비의 대부분을 불신자들이 발견하도록 하시는가?’ 의문을 품곤 한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의 크고 깊은 지혜를 우리가 결코 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한다. 진화론과 같은 과학 이론에서 동의가 안 되는 내용이 있더라도 과학의 본성을 생각해서 인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진화론에서 인간의 진화와 같은 주장은 기독교 신앙으로 수용하기 쉽지 않거나 큰 도전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주장은 과학을 넘어 인문 사회 분야에서 더 유행하는 듯하다. 이와 관련하여 유신 진화론의 아담의 역사성이나 원죄와 타락에 대한 주장은 여전히 보수 교회가 해석하는 성경의 교리와 크게 다르다. 그래서 진화론이나 유신 진화론에 대해 기독교 신앙 안에서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럴지라도 유신 진화론이 관심을 가지는 삶의 현장에서의 갈등 극복이나, 대화를 통한 전도의 노력,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목회적 관심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많은 신자들이 생명을 다루는 직업 현장에서 일하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독교 교육이 전무하다시피 한 우리 현실에서 거의 모든 청년, 청소년 신자들이 일반 학교에서 진화론을 배우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해 보면 더 그렇다. 어떻게 하면 그들이 직장 혹은 학교에서의 공부(학문)와 교회에서의 가르침을 통합하는 삶을 살도록 도울 수 있을까에 대한 따뜻한 관심 대신 유신 진화론을 무조건 정죄하는 일은 자칫 모든 책임을 성도들에게로 떠넘기는 일이 될 수 있다. 그것도 어린 신자들에게 말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에게 세상과 교회에서 서로 다른 이중적 태도로 살라고 요구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생명은 하나님의 창조의 아름다운 영역이다. 신자들이 활발히 과학 활동을 해야 할 분야이지 회피해야 할 분야가 아니다. 진화론이라는 하나의 과학 이론 때문에 물러설 분야가 아니라는 말이다. 생명과학은 21세기 교회에 주어진 도전이면서 사명 중 하나이다. 적극적으로 답을 찾아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여전히 진화론이나 유신 진화론을 일방적으로 배척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인지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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