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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산책한 사람들에게서는, 부정적인 자신에 대한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반추 사고, 반복 회상이 줄어들었다. 도심을 산책한 사람들에서는 이러한 감소가 안타깝게도 발견되지 않았다. 뇌 혈류는 자연 산책 그룹에서 전전두엽의 앞, 안쪽 부위에서 감소하였는데, 이 부위는 특히 편도체와의 연결성이 높은 부위로, 편도체가 과활성화될 때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 활성화되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본문 중)

김지은(이화여자대학교 뇌‧인지과학부 교수)

 

2015년 스탠퍼드 대학 환경학과의 연구자들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실험 대상자들이 실험실에 도착하면 일단 반복 회상의 정도를 측정하는 자가 보고식 검사를 하게 한다. 그리고는 관류자기공명영상이라는 뇌의 혈류를 측정하는 영상을 찍는다. 그 후, 무작위로 어떤 사람은 스탠퍼드 대학 근처의 풀밭과 참나무, 관목이 무성한 자연을 90분 동안 산책하도록 하고, 어떤 사람은 주변 도시인 팔로알토의 가장 복잡한 구역을 같은 시간 동안 걷도록 한 것이다. 산책에서 돌아온 연구 대상자들은 다시 한 번 반복 회상 정도를 측정하고 같은 뇌 영상을 찍었다.

 

두 그룹은 산책 뒤에 어떤 차이를 보였을까? 일단 자연을 산책한 사람들에게서는, 부정적인 자신에 대한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반추 사고, 반복 회상이 줄어들었다. 도심을 산책한 사람들에서는 이러한 감소가 안타깝게도 발견되지 않았다. 뇌 혈류는 자연 산책 그룹에서 전전두엽의 앞, 안쪽 부위에서 감소하였는데, 이 부위는 특히 편도체와의 연결성이 높은 부위로, 편도체가 과활성화될 때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 활성화되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슬픈 상태의 사람, 우울증 환자에게서는 과활성을 보이고, 죄책감, 후회 등의 감정과 관련된 부위이기도 하다.

 

강율이와 김 부장의 숏폼 영상 과몰입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 지친 마음, 편도체의 과활성화에서 시작된 것이 사실이라면, 자연을 산책하는 것은 이러한 원인 제거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이 연구 결과는 보여준다.

 

 

김 부장의 회사가 있는 공덕역에는 경의선 숲길이 있다. 김 부장에게는 점심 식사 후 이 숲길을 잠시 걷기를 추천하고 싶다. 강율이의 학교 옆에는 대학 캠퍼스가 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강율이가 학원에 갈 때 그 캠퍼스를 가로질러 걸어가면, 분명 마음이 훨씬 편해질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도시에 살지만, 사람의 마음에는 자연이 꼭 필요하다. 도심 내 ‘포켓 공원’ 같은 장치는 이렇게 도시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다.

 

만약 이 자연 산책 시간을 좀 더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되게 보내고 싶다면, 이 과정을 좀 더 주의 깊게, ‘알아차림’ 방식으로 할 수도 있다. 이를 마음챙김 산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일단 산책 시작 전에 심호흡을 해 본다. 이 과정에서 숨이 몸을 통해 나가고 들어가는 것을 느껴 본다. 심호흡을 처음 연습할 때는 왼손을 가슴 위에, 오른손을 배 위에 두고, 들이쉴 때는 도리어 배가 앞으로 나오게, 내쉴 때는 배가 들어가게, 배를 위주로 호흡한다. 이렇게 하면 횡경막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아래쪽 폐 쪽에 음압이 생겨 폐포가 열리면서 더 깊은 호흡이 가능하다. 들이쉬고 하나 둘, 내쉬고 하나 둘, 속으로 말을 하면서 내쉴 때가 약 2배 정도 길이가 되는 심호흡을 하면 좋다. 심호흡을 하면서 숨이 들어오는 느낌, 나가는 느낌 몸의 각 부분의 느낌에 집중해 보고 걷기 시작한다.

 

걸을 때는 감각에 집중하며 발이 땅에 닿는 감각을 느껴 본다. 양발이 땅에 닿고 떨어지는 과정을 본다. 또, 눈을 들어 보이는 것들을 느낀다. 색깔과 빛과 어두움을 느낀다. 감각에 집중하려 해도, 당연히, 늘 그렇듯이 마음에 많은 것들이 왔다 갈 것이다. 보이는 것, 냄새나는 것 느껴지는 것, 들리는 것. 예전 기억이 날 수도 있고, 미래에 대한 생각이나 걱정이 들 수도 있다. 기억이나 생각들이 떠오르면, 이것들을 떠올렸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이 생각이나 기억들을 억누르려고 하거나 없애려 하지 않고, 이 기억이나 생각에 친절하게 감사하면서 다시 다리의 감각, 눈의 감각, 바람을 느끼는 감각으로 부드럽게 돌아온다.

 

자신이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 감각하는 것을 알아차리기 위해, 나뭇잎을 보면서 초록색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면 말로 “초록색, 초록색, 초록색”이라고 말해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이것을 “감각”, 이라고 스스로에게 알려준다. 걸으면서 슬픔이라는 감정이 떠올랐다면 “슬픔, 슬픔, 슬픔” 이렇게 세 번 말해주고, “감정”, 이라고 이름 지어 본다. 실패자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실패자, 실패자, 실패자”라고 도리어 크게 말하고 “생각”, 이라고 말해 본다.

 

이렇게 함으로써, 생각이나 감정이 나 자신과 전적으로 동일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실패자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 생각을 억누르려고 또는 회피하려고 바로 TV를 보거나, 인스타그램을 보거나, 군것질을 하거나, 술을 마셨겠지만, 이제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이 떠올랐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니, 다음 행동을 스스로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훈련이 반복될수록 나의 생각과 감정은 생각과 감정일 뿐, 나의 현실이나 나라는 존재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것임을 스스로도 알게 된다.

 

이후 다시 부드럽게 이제 감각을, 보이는 것들에 집중해 본다. 빛을 받은 나뭇잎을 보고, 풀밭에 반사되는 빛을 본다. 이렇게 산책을 한 뒤 회사에 돌아오면 자리에 앉아 다시 몇 차례 심호흡을 하고 산책을 마친다.

 

이러한 마음 챙김 산책이 어려운 여건이라면, 음악 감상, 요리, 식사 등을 이러한 방식으로 해볼 수 있다. 이러한 연습을 통해 자신의 순간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스스로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알아차림’을 통해 부정적인 내적 활동이 부적응적인 행동, 예를 들면, 숏폼 과몰입이나 게임 중독, 알코올 중독 등으로 자동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경직된 패턴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경의선 숲길을 매일 걸으며 숏폼 영상을 보는 시간이 줄었을 뿐 아니라,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회사에 들어설 때마다 느끼던 숨 막히는 느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이 줄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김 부장이 늘 느끼던 부정적인 감정이 반드시 나쁜 것일까? 김 부장이 느끼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의 실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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