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투표라는 정치적 의사표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선거였습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비례성과 대표성이 강화된 선거제로의 개혁을 위한 여러 안을 내놓았지만 국회에서는 제대로 된 토론이나 숙고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와 한계를 알고 있었지만, 바꾸지 못했습니다. 투표의 효용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구심은 깊어졌고,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은 더욱 대두되었습니다.

이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2026년 지방선거를 내다보며 공직자 선출 방식에서부터 시작하여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유권자의 뜻을 최대한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 투표를 왜곡 없이 의석으로 나타내는 선거제도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선거제도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분들과, 정당과 현실정치에서 뛰고 있는 분들을 모시고 이야기 나누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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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1일(월) 오후 7시, 두잉굿센터에서 ‘기윤실 모두를 위한 정치 포럼’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선거제 개혁, 지방선거부터!>입니다.  기윤실 천윤석 전문위원의 사회로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발제는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이신 하승수 변호사님이 맡았습니다. 발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지방의회 선거의 현실
민주주의를 집으로 비유했을 때, 기초가 되는 것은 ‘선거제도’입니다. 설계를 잘해야 튼튼하고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듯, 민주주의도 설계를 잘해야 하고, 선거제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 정치의 현실은 승자독식과 표심왜곡입니다. 거대양당의 독과점, 상대의 잘못에 의한 어부지리 표심획득, 우세지역에서의 공천을 둘러싼 정당 내 잡음, 유권자보다 공천권자의 인정이 중요한 현실, 지역정치의 중앙정치 종속, 특정지역에서 무투표 당선자 속출 등의 문제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를 양산하고, 유권자들의 투표 의지를 꺾습니다. 이 상황은 악순환이 되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공직자 선출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나  찍고 싶은 후보가 없고, 지역 현안에 대한 정책이 실종되었기 때문에 주민의 삶의 질이 저하되며 지역의 부패와 부조리, 예산낭비, 나아가 지역 침체와 소멸이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2. 지방의회 선거제도의 개혁 방안
지방의회 선거제도의 개혁은 1)광역지방의회 선거에서 ‘표의 등가성’을 실현하고, 특정 정당의 지역 일당지배 현상을 타파하는 것, 2)기초지방의회 선거의 ‘표의 등가성’을 향상하고 다양한  정치세력의 진출가능성(지역정당 법제화 포함)을 높이는 것, 3) 이를 통해 정책경쟁이 가능한 지방의회를 만들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합니다.

의회 선거제도의 양대 축은 다수대표제(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입니다. 광역지방의회의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1안)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으로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배분이 이루어지도록하는 혼합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거나, 2안)기존의 소선거구제를 없애고 일정 기준으로 권역을 나누어 정당이 권역별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명단을 제출하도록 하는 순수권력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기초지방의회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광역지방의외에서와 같이 순수 정당명부식(개방)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거나, 현재의 중선거구를 유지하되 최소한 양당 독식으로인한 무투표 당선자 발생을 막기 위해  2인 선거구를 폐지하고 3-5인 선거구로 바꾸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3. 지방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와 지역정당 법제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은 득표율에 관계없이 1표라도 많이 얻은 사람이 당선됩니다. 그러나 과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로,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상태로 당선이 된다면 그의 리더십과 국정 및 의회 운영이 제대로 발휘 될 수 있을까요? 결선투표제를 도입했을 때 선거비용의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런던시장 투표의 예와 같이 한 번의 투표에서 1순위, 2순위 선호를 표시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또한 지방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는 지역 주민들의 정치적 결사체, 즉 지역정당이 필요합니다. 지역정당을 금하고 있는 현재의 정당법에 대해 지난 2024년 헌법재판소는 4:5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5명의 재판관이 이를 위헌이라고 보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전국 정당에서만 후보를 내도록 하고 지역정당을 제한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4. 이 모든 개혁에 대한 제안에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것입니다. 누가 어떻게 추진할 것이냐는 것입니다. 한국 정치가 양극화되어 진영대결리 극심해 제도 개혁논의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꾸준히 시민사회 등의 주체들이 관심가지고 목소리를 낸다면 기회는 올 것입니다. 지역 침체와 소멸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2026년 지방선거 전에 이 문제는 반드시 떠오를 것입니다. 기윤실에서도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주시고, 여러 곳에서 발언하는 주체들이 있습니다. 국회라는 벽을 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꺾이지 않는 정신으로 변화의 물꼬를 텄으면 좋겠습니다.

 

 

두번째 발제는 기윤실 모두를 위한 정치운동의 박제민 전문위원님이 맡아주셨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지방선거 선거제도의 문제 : 투표왜곡
대한민국의 현행 선거제도는, 유권자들의 투표가 거대 양당 나눠먹기로 왜곡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거의 비례성을 측정하는 ‘갤러거지수’는, 각 정당의 특표율과 의석율을 대입해 계산한 식의 결과가 0에 가까울수록 비례성이 높음을 나타냅니다. 지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서울시의회 선거에서 40.98%의 득표율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은 32.14%의 의석을, 53.99%의 득표율을 얻은 국민의 힘은 67.86%의 의석을 가져갔습니다. 갤러거 지수는 11.97로 상당히 높은 수치를 보여 비례성이 낮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대안1 – 의원 정수와 비례 대표 확대, 개방명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국회의원 정수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7%는 줄여야 한다고 답했고, 9%만이 늘려도 된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국회는 ‘국민의 뜻을 반영하여’ 국회의원 증원은 절대 안된다며 정개특위의 국회의원 350명 안에 제동을 걸었고, 결국현행 300명안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수가 적을수록 그 권력은 더 커지고 막강해집니다. 힘과 권한이 분산되어야 유권자들에 그 힘이 나누어집니다. 지역구 1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확대하고 개방명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서울시의회 선거의 갤러거지수를 다시 계산해보았습니다. 40.98%의 득표율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은 41.00%의 의석을, 53.99%의 득표율을 얻은 국민의 힘은 54.00%의 의석을 가져갑니다. 4.01%의 득표율을 얻은 정의당은 4.00%의 의석을 갖게 됩니다. 갤러거 지수는 0.26으로 나타납니다. 실제 지수인 11.97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3. 대안2 – 결선투표제 또는 선호투표제 도입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게 되면 선거때마다 횡행하는 인위적인 단일화도 없어질 것이고, 유권자는 지지하는 후보에게 소신껏 투표할 수 있게 됩니다. 후보자는 결선을 거치면서 과반의 지지를 얻게 돼 정당성을 부여 받게 됩니다.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는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한다는데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충분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의원정수가 늘어나야하고, 비례대표의 수도 늘어나야 합니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크고, 선거제를 개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 싫다고 해서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더 엉망이 되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대안을 찾았다면, 이제 유권자가 이 대안을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움직이지 않는 국회를 움직여 바꿔내도록 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어 국회입법조사처 이정진 정치의회팀장님과 고양특례시 정민경 의원님이 발제에 대한 논찬 및 제언을 발표했습니다.

이정진 팀장님은 하승수 변호사님과 박제민 위원님 발제 핵심은 비례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이에 대해서 이론적으로는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정말 ‘비례성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고 했습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어떻게 비례대표를 늘리고 비례성을 높일 수 있을까’가 선거제도 개혁의 쟁점이었고 그래서 도입된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였지만, 실제로 실시된 선거 결과는 21대국회와 22대 국회 모두 비례성이 더 낮았고, 양극화는 심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모델로 삼았던 독일은 내각제이고, 우리나라는 대통령인데 이렇듯 권력구조가 다른 상황에서 비례대표제를 그대로 도입하는 것의 한계가 있고,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의회 선거의 제도를 국회에서 다루고 있는데 특히 정개특위는 철저하게 자신을 포함한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지역구 의원이 다수인 국회에서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것을 논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등, 선거제도의 개혁을 이루어내기 위해 고민하고 넘어야할 관문이 많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하승수 변호사님과 박제민 위원님의 대안 제시에 대한 현실적인 분석과 제언을 덧붙여 주었고, 마지막으로 정당의 전국 당원들이 당대표 선거나 정당의 이익을 위해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지역정당을 허용하여 지역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투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민경 의원님은 하승수 변호사님이 문제제기한 승자독식과 표심 왜곡, 특정 정당에 의한 지역일당지배, 공천 과정에서의 문제에 대해 동의하며 이는 지방선거 뿐 아니라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도 나타나는 정치 전반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선거제도 개혁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민심을 잘 반영하는 것이고, 단순다수 소선거제에서는 이를 실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유권자의 의견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앙정치와 여론의 바람을 탈 수 밖에 없는 지방선거의 특성이 있기도 하고, 유권자가 줄세우기 투표를 하는 경우가 많은 대한민국 현실에서, 선거제도는 오히려 심플하고 명쾌해야한다고 했습니다.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표심이 왜곡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정민경 의원님은 선거제의 개혁이 지방선거부터 이루어지면 좀 나아질까 되물었습니다.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최선이라고 해도 지역위원장이 가지는 공천권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지대한 상황에서는 그 정당명부에 들어가기 위한 로비가 발생하고 줄세우기 공천이 그대로 유지될 수 밖에 없음을 꼬집었습니다. 각 지역의 유권자들은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무용론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후보자들이 지역의 이슈를 인지하고 있고 해소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지, 지역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역위원장의 공천권 행사의 영향력이 큰 것이 그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개혁이 없이는 지방선거 개혁은 요원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룸으로써 지역위원장의 공천권 행사 영향력을 줄이고, 타 선거 출마에 따른 중도 사퇴 공백을 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제안도 했습니다.

 

 

선거제도와 선거문화에 대한 다양한 제안과 논의들이 있었던 포럼이었습니다. 개혁을 위한 신중한 작은 걸음과 파격적인 큰 걸음에 대한 도전이 계속해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기윤실 모두를 위한 정치운동은 그 일들을 꾸준히 감당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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