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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봉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물건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팬덤에 속한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물건이자, 자신과 취향이 같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물건, 그리고 그 집단의 성격을 대중 앞에 선포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 한 장 붙어 있지 않아도, 그것은 그 어떤 이미지보다 강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본문 중)

 

이민형(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학부 교수)

 

그들의 손에 들리기까지

 

많이 추운 날이었다. 얼마 전 벌어진 일로 인해 심신이 지쳐 있었던 탓인지, 유독 공기가 차갑게 느껴졌다. 높은 건물 사이로 부는 바람을 마주하고, 한참을 걷다 보니 손은 이미 얼 대로 얼어있었고, 목이 잠겨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급하게 나오느라 챙기지 못한 장갑이며 목도리를 생각하며 걷다 보니 그곳에 도착했다. 이미 어둠이 깔리기 시작해서였는지,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보다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곳곳에서 반짝거리는 불빛이었다. 집집마다 장식해 놓은 성탄절의 조명 같은 불빛들이 눈 안에 한 아름 차오르고 나서야 그것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린 학생들부터 젊은 청년들까지 저마다 손에 들어 올린 그 불빛이 얼마나 가슴을 뛰게 하던지, 따뜻한 피가 온몸을 힘차게 돌기 시작했고, 이내 추위를 잊은 채 목소리를 높이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다 문득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내 손이 머쓱하게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처음 보는 물건들이 모여든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었다. 아이들의 장난감처럼 생긴 그것. 응원봉을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응원봉은 그들의 문화, 그러니까 지난 글에서 이야기 한 K-POP에서 파생된 상품이기 때문이다. K-POP을 잘 모르는 내게 응원봉은 너무나 생소한 물건이었다. 집에 돌아온 후에도 그 불빛이, 아니 정확히는 그 불빛이 주었던 감동을 잊을 수 없어서 응원봉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것이 어떻게 그들의 손에 들려지게 되었는지를 알고 싶었다. 응원봉의 기원은 1세대 아이돌 가수가 출현했던 1990년대 말로 돌아간다.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최첨단 LED 기술(?)이 적용된 응원봉이 개발되기 전이었기에 각종 색상 풍선이 응원봉의 역할을 대신했다. 팬들은 각각의 색상 풍선을 흔들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을 응원했고, 풍선의 색깔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하지만, 이내 문제가 생겼으니, 고유의 색상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색상의 결정을 두고 팬들 간의 불화가 일어나기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자, 기획사에서는 더 이상 색상 풍선만으로 팬덤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 선택된 것이 야광 스틱이었다. 풍선 대신 흔들기 시작한 야광 스틱은 기술의 힘을 빌려 점차 발전해 나갔고, 그 결과 오늘날의 응원봉에 이르게 되었다. 오늘날의 응원봉은 그 형태와 기능이 매우 다양한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손잡이에 발광체가 달린 것부터 지팡이나 권총 모양의 응원봉, LED 발광체가 회전하며 글씨가 나타나는 응원봉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굿즈, 아니면 그 이상?

 

그렇다면 응원봉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물건일까? K-POP 아이돌 굿즈 중 하나인 응원봉은 K-POP 팬덤에 속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저 그런 기념품 정도로 보일지도 모른다. 소싯적에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이나 앨범, 사인이 들어있는 CD나 인형과 같은 물건을 모아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때의 열정이었지만 이제는 서랍 속 잡동사니가 된 그것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응원봉을 개인이 소장하기 위해 모으는 굿즈와 같은 선상에 놓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싶다. 다른 기념품들과 달리 응원봉은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들고나가 자신의 팬덤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연예인 관련 굿즈 중에 타인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확실하게 드러내는 물건이 바로 응원봉인 것이다.

 

BTS 응원봉, photo by 김현아

 

그런 면에서 응원봉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물건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팬덤에 속한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물건이자, 자신과 취향이 같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물건, 그리고 그 집단의 성격을 대중 앞에 선포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 한 장 붙어 있지 않아도, 그것은 그 어떤 이미지보다 강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소극적 소비자가 적극적 지지자로 바뀌는 경계에 있는 것이 응원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응원봉은 소중하다. 후에 그날 그 자리에서 응원봉을 들고 있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았다. 그들이 하나 같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가장 아끼는 물건인 응원봉을 들고나왔다는 것이었다. 지인 중 한 분도 평소에는 절대로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던 응원봉을 내어주며 잘 다녀오라고 했다는 딸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이쯤 되니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가장 소중한 빛을 들었다”는 한 언론의 헤드라인이 확실히 이해되었다.

 

결코 꺼지지 않을 응원봉

 

LED 불빛이 광장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16년이라고 한다. 당시 한 국회의원이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이 불면 꺼진다”라는 발언을 하며 부패한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비하하자, 절대로 꺼지지 않는 LED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인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리고 2024년 우리는 LED 촛불이 응원봉으로 업그레이드가 된 모습을 보았다. 항간에서는 이를 두고 1020 혹은 2030세대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이전과 달리 두드러졌다고 분석하였다. 하지만, 정작 응원봉을 들고나온 이들은 이러한 분석에 반발한다. 그들의 집단행동은 비단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장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불합리한 기획사의 행보에 맞서 목소리를 내며 자신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수들을 지켰다. 그뿐만이 아니다. 팬들은 팬덤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집단의 힘을 가수들을 위해 쓸 뿐 아니라 사회적 활동을 하는 데에도 사용해 왔다. 소외된 이웃을 돕거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환경 운동에 참여할 때에도 그들은 팬덤의 이름으로 활동했다. 간식 나눔도 그들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콘서트장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는 활동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현장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위한 물품을 준비하고 나누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응원봉을 들 줄 아는 그들은 늘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현장에 있었다. 이번 집회 현장에 모여 있는 응원봉을 보고, 그들 중 누구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평소에는 경쟁하듯 들고 있던 응원봉들이 한데 모이니 이런 민주주의가 따로 없다고. 그날, 내가 느꼈던 응원봉 불빛의 따뜻함은 어쩌면 나의 지친 몸과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원래 따뜻했고, 앞으로도 계속 따뜻할 것이다.

 

그래서, 나의 최애 소녀시대의 공식 응원봉인 소원봉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은 http://smart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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