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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 신앙은 중심을 잡기 어렵다. 중심 잡힌 신앙인은 저마다의 질문을 가지고 있다. 신앙이 깊어질수록 질문은 확장되고 재발견된다. 질문이 계속해서 달라지는 것이다. 신앙생활은 해답을 찾는 여정이 아닌, 더 깊은 신뢰 관계로 나아가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본문 중)

 

김보경(IVF 중앙회 간사)

 

엘런 F. 데이비스 | 『하나님의 진심』 | 양혜원 옮김

복 있는 사람 | 2017. 9. 12. | 288쪽 | 17,000원

 

캠퍼스 사역자에게 당황스러운 일 중 하나는 질문이 없는 학생을 만나는 일이다. 어떤 질문도 하지 않는 학생과의 만남은 정말이지 곤란하고 공허하기까지 하다. 물론 질문이 없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만큼은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하나님께 질문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역자로서 겪은 첫 번째 어려움이었다. 로완 윌리엄스는 십자가의 성 요한(16세기 스페인의 가톨릭 영성가-편집자 주)의 말을 인용하며,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믿음은 지성에서 일어난다”라고 말했다. 제자로 성장하는 것은 지성에서 출발하여 믿음으로 나아가는 일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스스로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1) 분명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는가?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질문은 그리스도인들의 사유를 여는 첫걸음이며, 신앙의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열쇠이다. 하나님께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 신앙은 중심을 잡기 어렵다. 중심 잡힌 신앙인은 저마다의 질문을 가지고 있다. 신앙이 깊어질수록 질문은 확장되고 재발견된다. 질문이 계속해서 달라지는 것이다. 신앙생활은 해답을 찾는 여정이 아닌, 더 깊은 신뢰 관계로 나아가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성장하기 원하는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질문은 대체로 성경 속에 존재한다. 성경의 질문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믿음은 확고해지며, 우리의 신앙고백은 더욱 내밀한 언어로 빚어진다.

 

역사적으로 성경을 아주 깊이 읽은 사람 중 하나인 16세기의 장 칼뱅은 성경을 한 쌍의 안경으로 적절하게 비유했다. 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것을 보게 해주고, 정체불명으로 흐릿했던 것에서 의미를 찾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이 더 안전해지지는 않겠지만, 그 안에 자리 잡은 우리의 인생은 더 안정적이 되고 우리의 움직임은 더 확고해진다. 성경을 잘 읽는 것이 안경을 쓰는 것과 같다면, 성경 읽기의 가장 큰 유익은 우리가 대화할 때 거기에 계신 분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하나님과 대화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19-20쪽)

 

『하나님의 진심』 표지 ⓒ복있는사람

 

구약은 성경에서 가장 흥미로운 서사가 많은 동시에 수많은 난제가 존재하는 책이다. 종잡을 수 없는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우여곡절의 러브스토리를 읽다 보면, 도대체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 건가 싶을 때도 많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구약 이야기 속의 하나님은 늘 곤란한 주제이다. 엘런 데이비스는 구약의 대표적인 난제들, ‘이삭을 바치라는 하나님의 요구’, ‘욥을 시험하는 하나님’, ‘저주와 애가의 시편’ 등을 대담하게 풀어놓는다.

 

욥의 외침이 반복되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그는 마치 세 살짜리 아이가 고집스럽게 ‘왜’를 반복하는 것처럼 비통하게 묻는다. “왜 내가 사산되지 않았는가? 왜 하나님은 이 비통한 마음의 사람에게 생명을 주셨는가?” 이러한 슬픔을 겪기 전에 욥은 경건한 사람이었지만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이 얼마나 이해를 못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의 질문에서 나타나는 근본적인 무지가 그의 지혜의 시작이었다. (181쪽)

 

평화의 대가는 우리의 예상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 예상은 언제나 창조계 안에 내재하는 거대한 자유에 비해 너무 작다. 회오리바람 속에서 들린 하나님의 말씀이 욥과 그 밖의 모든 성실한 사람들에게 던지는 위대한 질문은 이것이다. “너는 네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할 수 있는가?” (198쪽)

 

문제 많은 인물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가 없어야 하는 하나님의 이상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구약의 하나님은 갈등에 취약한 사람처럼 감정적이고 격정적이다.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아이처럼 보일 때도 있다. 때론 계속 돌아서는 자녀의 등 뒤에 온갖 저주를 내뱉는, 소통에 서툰 부모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구약을 읽을 때마다 가지게 되는 질문은 ‘이게 정말 사랑일까?’였다.

 

이러한 개인적인 관계의 요구 앞에서 하나님은 모세의 사랑이 순수함을 느끼신 것이다. 그러니 하나님이 천박한 지경까지 기쁘게 그 요구에 순응하신 것도 당연하다. 성경이 분명하게 말하듯, 하나님은 사랑에 눈먼 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되어 우리처럼 살고 사랑하고, 사랑 때문에 울 정도의 바보, 고통받고 십자가에서 죽을 정도의 바보이기 때문이다. ‘좋은 그리스도인’이 되려 하는 그 모든 힘겨움은 바로 이 사실을 잊어버린 데서 비롯된다. 사랑에 빠진 하나님의 완벽한 어리석음을 잊었기 때문에 우리의 기도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219쪽)

 

하나님은 사랑에 눈이 멀었다. 그래서 깊은 친밀함을 원한다. 구약의 인물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다가, 사실은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을 죄와 고통 속에서 깨닫는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무지함 또한, 이 과정이 하나님께도 큰 고통임을 잊어버린 점에 있다. 구약의 난제 속에서 발견하는 모든 질문은 결국 이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질문은 달라진다. ‘나의 앎은 진실인가?’

 

마샬 매클루언의 용어를 빌리자면, 성경은 “뜨거운 매체”이다. 성경은 독자에게 너무도 많은 상상력과 감정의 여백을 남겨 놓기 때문에 우리가 거기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독자는 담담하게 말과 행동만 보고하는 이 기사를 적절히 수용하기 위해서 애를 써야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뜨거움’ 때문에 성경이 그렇게 지루한지도 모른다. (87쪽)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성경 본문은 뜨겁고, 본문의 행간을 파헤치는 저자의 시선은 몹시 따뜻하다. 독서를 멈추고, 성경을 펼쳐서 해당 본문을 다시 읽어보기도 여러 차례였다. 모든 글과 문장이 손색없고 밀도 있다. 무엇보다 저자가 얼마나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을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인지 느껴져서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 엘런 데이비스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하나님과 친밀한 삶은 어떤 삶인지를 소개하는 훌륭한 안내자다. 그녀는 기어코 방향감각을 잃은 우리를 하나님의 진심 앞으로 데려다 놓는다.

 

성경 읽기는 ‘미라클 모닝’처럼, 그리스도인의 신년 다짐에 빠지지 않는 단골 챌린지이다. 한동안 뜨거웠던 챌린지 붐이 지나고, 이제는 ‘미라클 모닝이고 나발이고, 내가 살아있는 게 미라클이다’라는 인터넷 밈이 유행이다. 다짐은 종종 실패로 끝날 수 있지만, 그 실패 속에서도 일어나는 변화가 진정한 기적 아닐까. 작심 삼월이 지났으니, 저자의 뜨거운 질문들과 함께 다시 한번 성경을 펼쳐보자. 성경이야말로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2)라고 고백하게 되는 12월을 기대하며.

 


1) 로완 윌리엄스, 『제자가 된다는 것』, 김기철 옮김(복있는사람, 2017).

2) 프란츠 카프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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