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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얼마든지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설문 조사와 토론회, 학생 자치회 등을 통해 스마트 기기 사용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서 내규를 정하고 학칙을 만들 수 있다. 합의문을 만들어 상호 간에 약속을 정하고, 함께 결의도 할 수 있다. 학생회에서 결의 대회를 한다거나 ‘우리의 약속’과 같은 선언문을 만들어 각 학급에 게시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학생, 교사, 학부모는 교육 공동체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학생들은 민주 시민으로서 한 걸음 더욱 성장하게 될 것이다. (본문 중)
현승호(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과잉 입법
개인적으로 자녀 셋을 키우면서 자녀들이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쥐여 준 적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휴대전화 자체를 주지 않았고, 중학교 시절에는 문자와 전화만 되는 폴더폰을 주었다. 그러다 보니 수학여행을 가서 단톡방에 들어가지 못한 우리 아이만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해서 눈물을 흘려야 하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주지 않았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자녀 보호 기능을 상대적으로 뚫기 어려운 아이폰을 허락하고 스크린 타임 기능을 설정하여 관리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그만큼 스마트폰 폐해의 심각성을 누구보다도 더 깊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국민의 힘 조정훈 의원이 발의하고,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일명 스마트폰 사용 금지법)은 과잉 입법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의회 민주주의가 학교 민주주의를 제한하는 역설
법이 통과되는 풍경을 보면서 의회 민주주의가 학교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다른 나라들의 스마트 기기 규제 법안처럼 ‘기업’을 규제하거나 ‘통신사’를 규제하는 법안이 아니라 학교의 ‘학생’을 규제하는 법안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미 많은 학교들에서는 학교의 교칙으로, 또는 자치회가 잘 되는 학교는 학교 자치회를 통해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다양하고도 자발적인 규제를 하고 있다. 2023년 발표한 교육부 생활지도고시에도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법률로 상향해서 입법한 것이다. 학교 교칙도 아니고, 교육부 시행령도 아니고, 도 교육청 규정도 아니고, 지방자치단체 조례도 아니고, 무려 교육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고, 법사위원회를 통과하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어 국회의원 300명이 투표하여 통과하는 ‘법률’로 이것을 정한 것이다. 의회에서 학교 자치와, 학교 민주주의를 통해 제한할 수 있는 것을 법률로 제한해 버림으로써 학교의 자치권을 침해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어떤 학생들인가? 학교에서는 민주시민 교육을 받고, 이번 윤석열 탄핵 집회에는 응원봉을 들고 나오는 학생들이 아닌가? 학교는 얼마든지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설문 조사와 토론회, 학생 자치회 등을 통해 스마트 기기 사용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서 내규를 정하고 학칙을 만들 수 있다. 합의문을 만들어 상호 간에 약속을 정하고, 함께 결의도 할 수 있다. 학생회에서 결의 대회를 한다거나 ‘우리의 약속’과 같은 선언문을 만들어 각 학급에 게시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학생, 교사, 학부모는 교육 공동체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학생들은 민주 시민으로서 한 걸음 더욱 성장하게 될 것이다. 벌써 그렇게 하는 학교들이 존재한다. 스마트 기기 문제는 이렇게 했을 때에만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규정을 내면화하여 실제 자발적인 행동으로, 자기 통제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국회가 그 모든 민주시민 교육의 기회, 학교의 자치 권한,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만든 규정을 따르려는 자발적 동인까지 모두 말살해 버렸다. 이 얼마나 비민주적인 방식인가?
실효성이 없는 법안, 혼란스러운 교실
아침에 학생들은 유심이 없는 핸드폰을 선생님에게 제출한다. 수업 시간에 모두 조용히 문제를 풀고 있는데 한 학생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교사에게 들킨다. 교사는 학생에게 스마트폰을 제출하라고 하는데 학생은 제출하지 않는다. 실랑이가 벌어지고, 학생은 스마트폰을 자신의 속옷 속에 집어넣고 한번 가져가 보라고 놀리듯이 교사에게 약을 올린다. 교실은 한순간에 웃음바다가 되고 선생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실제로 학교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지금도 이러한데, 앞으로 교사들은 교실에서 범법자를 잡아내는 경찰의 역할까지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슬프게도 학생들을 초‧중등교육법을 위반할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로 감시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설마, 국회에서 이렇게 법을 만들었으니 학생들이 알아서 잘 따르리라고 생각한다면 국회의원들이 우리 학생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이 법은 실효성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처벌 조항이나 벌금 조항을 넣는다면 교실마다 사복 경찰을 배치해야 할지도 모른다. 교통 법규 위반 딱지보다 더 자주 범칙금 딱지를 학생들에게 혹은 보호자에게 발부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법률이 국민의 자유를 침해할 때에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규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법률상에서는 ‘위험한 행위’, ‘방해 행위’ 등 그 표현을 두리뭉실하게 하고 시행령 또는 조례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그 행위를 규정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대상과, 시기, 장소 등을 특정하는 과잉 입법을 함으로써 내년 3월 학교의 풍경은 상당히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얼마나 비교육적인 방식인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첫째, 법률에 스마트 기기의 제한 기준, 방식, 대상 기기 등은 학칙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이 학칙을 정할 때 학교장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교사-학생-학부모 교육 3주체의 대화 모임이나 공론장을 만들어 스마트 기기 사용에 관한 합의된 학칙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 퍼실리테이터를 강사로 부르든, 대화 모임 전문가를 부르든 해서 교사-학생-학부모가 동의할 수 있는 학칙, 학생들이 스스로 민주적으로 참여해서 정했다고 느낄 수 있는 학칙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조금이나마 학교의 빼앗긴 자치권을 되찾고 법이 실효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제발 학교장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학교의 문제를 국회에 떠넘기지 말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둘째, 조정훈 의원이 말한 것처럼 “스마트폰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시간과 삶을 돌려주려 하는 것”이라면, 정말 학생들을 걱정해서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면, 그는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실제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스마트 기기 관련 법률로서 학교와 학생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 대부분의 나라가 기업, 특히 해외 빅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로 접근하고 있다. 빅 테크 기업의 알고리즘이나 중독을 조장하는 설계 등에 대한 본질적 규제가 더 필요하고, 중요하고, 실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게임 기업에 대한 직접적 규제인 셧다운 제도조차 2021년에 폐지되었다.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제조사를 가진 나라에서 왜 더 본질적인 접근법으로 기업과 통신사 규제는 하지 못하고 학생들만 범법자로 만들려고 하고 있나? 유럽처럼 적극적으로 기업과 통신사를 제재하는 법안을 발의해야 할 것이다. 큰 기업들 앞에서는 아무 말 못 하고 학생들만 규제하려 든다면 이보다 비겁한 모습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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