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기윤실 건물 지하, 동네극장 공간에는 의자들이 동그랗게 놓였습니다. 강연자와 청중이 나누어지는 익숙한 구도 대신, 모두가 원을 이루어 앉아 서로의 눈을 맞추며 대화를 나누는 서클 대화로 모임을 준비했습니다.

이주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숫자와 제도, 때로는 자극적인 뉴스 속 언어들을 먼저 접하곤 합니다. 하지만 어제 무대가 아닌 서클 한가운데에서 들려온 두 활동가의 이야기는, 그 너머에 있는 생생한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주민운동 서클대화모임 <곁이 된 사람들> (260811)

용산·혜화 나눔의집 강다영 국장님은 제도적 한계와 구조적 문제로 인해 미등록 상태로 밀려난 이주민들의 생활인권 현장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백만 원의 병원비와 분유값으로 고통받았던 순간들, 아이가 길을 잃었음에도 체류 자격 때문에 선뜻 경찰서로 향하지 못했던 어머님의 이야기까지. 강 국장님은 우리가 무심코 쓰는 불법체류자라는 낙인 대신, 인격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다정한 언어가 우리 일상에서부터 퍼져나가길 바랐습니다.

바라카 작은도서관 김기학 대표님은 2018년 예멘 난민 사태 당시, 단칸방에 모여 살던 청년들과 한 예멘 가족을 품으며 시작된 도서관의 여정을 전해 주셨습니다. 초등학생 때 만나 한글과 구구단을 배우던 아이들이 어느덧 사춘기 청소년이 되어 저녁 야학을 찾아오는 시간들. 특정 종교나 형식을 강요하기보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고 환대하는 삶을 일상에서 실천할 때 비로소 끈끈한 마을 공동체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보여주셨습니다.

진정한 환대는 높은 곳에서 베푸는 동정이 아니라,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고 삶의 자리를 나누는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깊이 되새긴 저녁이었습니다.

어제 나눈 대화들이 흩어지지 않고, 우리 사회가 서로에게 다정한 곁이 되어주는 작은 마중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함께 자리를 채워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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