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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삶과 미래를 꿈꾸며 한국을 찾아온 유학생들과 이주민들은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나그네들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우리도 이 땅에서 영원한 본향인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살아가는 ‘나그네이자 외국인’(히브리서 11:13)이라고 말씀합니다. 이 말씀을 통해 우리와 우리 이웃인 이주민‧유학생들의 정체성이 별로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본문 중)
임혜진(고려대 ISF 간사)
예년보다 조금 이른 추석이 다가옵니다. 한국 사회에서 명절 하면 흔히 ‘고단함’을 먼저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이들에게 명절이 따스하고 소중한 것은 만날 가족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유학생과 이주민들에게는 한국의 명절이 과연 어떤 날로 느껴질까요? 어떤 이에게는 원했던 여행을 떠나거나 쉼을 얻는 긴 휴가 기간이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텅 빈 캠퍼스와 적막한 거리를 바라보며 고향의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관계의 부재를 선명하게 체감하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더 나은 삶과 미래를 꿈꾸며 한국을 찾아온 유학생들과 이주민들은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나그네들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우리도 이 땅에서 영원한 본향인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살아가는 ‘나그네이자 외국인’(히브리서 11:13)이라고 말씀합니다. 이 말씀을 통해 우리와 우리 이웃인 이주민‧유학생들의 정체성이 별로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처지와 배경은 다를지라도 우리 모두는 본향을 바라보는 ‘나그네’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나그네인 우리가 이번 명절을 함께 보낸다면 어떨까요? 그런 소박하지만 특별한 시간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풍성함을 표현하고 경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Unsplash
지난 설 연휴에는,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고 싶었던 한국인들과, 한국의 명절 문화가 궁금했던 유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크고 화려한 행사 대신 함께 손 모아 설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요리가 서툰 이들이 모이다 보니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전 부치는 순서를 잘못 알고 있던 한국인 멤버가 이끈 조는 까맣게 타버린 전을 먹어야 했지만, 그마저도 서로에게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이어서 우리의 대표적인 명절놀이인 윷놀이도 함께했습니다. 혼자 잘해서는 이길 수 없고 팀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는 윷놀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마음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각자의 언어로 감사의 노래를 부르며 ‘감사 나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기꺼이 서로 속마음을 나누었는데,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학업의 부담 속에서도 우리 삶에 감사할 작은 일들이 있었음을 발견했고, 그 나눔 속에서 서로의 마음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유학생들은 모임에 오면서 작은 디저트를 가져왔습니다. 한쪽이 베풀고 다른 쪽이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나눌 수 있는 작은 것들을 나누었습니다. 모임이 끝난 뒤에는 남은 음식을 함께 나누어 싸 갔는데, 유학생들이 각자 맛있었던 음식을 챙겨가는 모습에서 여느 명절날 가족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이런 소박한 나눔과 우정은 우리의 설 모임을 따뜻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지난 명절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몇 가지 성찰의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혹시 우리가 일방적으로 한국의 명절 문화를 주입하려 하지는 않았나?’ ‘우리 모임이 명절에 일회성 행사로 소비되고 끝나는 모임에 그치지는 않았나?’
이런 명절 모임은 그동안 일상에서 차곡차곡 맺어온 관계의 연장이 되고, 서로의 삶과 이야기를 연결해 주는 하나의 ‘디딤돌’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명절이라는 조금은 특별한 일상 속에서 이주민들과 유학생들을 초대하고 만나면, 서로의 삶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지면서 서로를 향한 건강한 호기심과 우정이 자라납니다. 그렇게 깊어진 우정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뿐 아니라 이주민‧유학생의 삶에도 함께하고 계심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참 좋았더라’라고 말씀하신 사람들이, 서로를 환대하면서 샬롬과 우정을 풍성하게 체험하는 명절이 되길 소망해 봅니다.
이러한 소망을 품고, 이번 추석에는 지난 모임들의 경험을 돌아보고 연장하여 게스트(Guest)와 호스트(Host)의 경계를 허무는 환대의 선순환을 이루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환대를 경험했던 유학생들이 한국인들과 함께 ‘공동 호스트’(Co-Host)가 되어 또 다른 나그네인 외국인 유학생들을 환대하는 모임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계획과 목표를 세워 보았습니다.
• 일회성 축제를 넘어 소박한 ‘일상으로의 초대’: 대규모 일회성 행사가 아닌, 가정이나 소그룹 단위의 일상적인 공간으로 초대하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삶의 자리를 공유하기.
• 대접하는 밥상 대신 ‘함께 만드는 밥상’: 한국인과 외국인 유학생이 공동 호스트가 되어 장보기부터 요리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준비하기. 손님맞이가 아니라 함께 명절 밥상 만들기.
• 일방적 소개 대신 ‘서로 배우는 이야기의 장’ 만들기: 한국 문화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고향 이야기와 추억, 삶의 고민을 자유롭게 나누기. 서로의 문화와 삶으로부터 겸손히 배우는 자리 만들기.
소박하지만 특별한 명절 밥상에 나그네들이 함께 둘러앉아, 이 땅에 이미 임한 하나님 나라의 풍성한 잔치를 맛볼 것을 기대합니다. 이번 추석에는, 서로를 환대하는 나그네들의 정겨운 잔치가 우리의 일상과 교회 공동체 곳곳에서 따뜻하게 피어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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