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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라고 물을 수는 있지만, “이렇게 하겠다”라는 결정은 내가 해야 한다. 성경 연구의 답변을 검토하고, 함께 나눌 자료를 고르며, 설교의 초안을 다듬는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AI가 제안한 내용을 본문과 회중 앞에서 살피고 선택하는 책임은 목회자에게 있다. (본문 중)
문춘근1)
60대 중반의 ‘기계치’ 목사인 내가 ‘목회자가 AI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주제로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영광스러운 초대라서 수락했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글치’로서 버거움을 적잖이 느낀다. 그래도 AI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역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그간의 고민과 경험을 나누려 한다.
배우고 싶은 마음, 따라가지 못하는 몸
1980년대 중반부터 캠퍼스 선교 단체 IVF에서 활동하고 간사로 사역하면서, 그리고 지금은 개척 교회 목사로 살면서 나는 꾸준히 독서를 즐겼다. 교양 분야의 베스트셀러부터 사역에 필요한 신앙 도서와 신학 도서를 두루 읽었다. 비슷한 시기에 성경 묵상과 귀납적인 개인 성경 연구도 습관처럼 익혔다. 198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설교를 하고 있는데, 나의 설교는 주로 강해 설교였다.
그런데 50대 중반을 지나면서 독서 능력과 이해력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틈틈이 읽던 영어 책은 물론이고 우리말 책 한 권을 읽는 데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더 허탈한 것은 다 읽고 나서도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었다. 공부하고 배우려는 열정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데, 나이가 들수록 따라가야 할 주제와 알고 싶은 것은 오히려 많아졌다. 늘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했다. 이해력의 한계도 답답했지만, 기억력의 감퇴는 무서울 정도였다.
그러던 중 2019년경 유튜브에서 영어로 된 성경 개요 영상을 우연히 접했다. ‘바이블 프로젝트’(bibleproject.com)의 영상이었다. 그동안 성경 읽기를 두고 품었던 고민들이 풀리기 시작했고, 점점 바이블 프로젝트 연구에 빠져들었다. 사이트 안에는 동영상과 팟캐스트, 강의와 문서 자료가 풍성했다. 이 자료들을 번역해 목회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번역하느라 눈이 상할 정도였지만, 그 수고보다 즐거움이 더 컸다.
바로 그 시기에 AI를 만났다. 기계치였던 나는 약 6개월 동안 주요 AI 도구의 활용법을 매일 큐티하듯 하나씩 따라 하며 익혔다. 어느 순간부터는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탐구하고, 사역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며, 자기 계발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배우고 싶은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던 내게 새로운 길이 열린 셈이다.

내 사역 안으로 들어온 AI
내가 주로 사용하는 도구는 ChatGPT, 릴리스AI, 제미나이와 NotebookLM이다. ChatGPT Plus는 2025년 3월부터 번역과 성경 연구, 설교 준비에 활용하고 있다. 릴리스AI Basic은 2025년 2월부터 각종 자료를 세밀하게 요약하는 데 사용했다. 2025년 10월부터는 제미나이 Pro를 이용하면서 NotebookLM을 통해 자료 정리하기도 계속해 오고 있다.
2025년부터는 바이블 프로젝트의 연간 통독 가이드에 기초한 성경 통독 밴드를 서너 개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 영어 문서 자료를 번역하거나 영상 내용을 요약해 게시하는데, AI 덕분에 많은 자료를 꾸준히 다룰 수 있게 되었다. AI가 없었다면 시도할 엄두도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돌아보면 방대한 분량의 바이블 프로젝트 자료를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AI 활용으로 이끌었다. 그 만족도는 매우 크다.
현재 나의 AI 활용은 크게 세 영역에 걸쳐 있다. 세상의 이슈를 따라가는 일, 개인 성경 연구와 설교의 준비·평가·개선, 그리고 바이블 프로젝트 통독 자료의 번역과 요약이다. 이 글에서는 앞의 두 영역을 중심으로 실제 경험을 소개하려 한다. 바이블 프로젝트와 관련한 활용 이야기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한 분야이므로 다른 기회로 남겨 둔다. 관심 있는 분들은 관련 연구와 활용 세미나에 참여해 보시기를 권한다.
세상의 이슈를 성도들과 함께 생각하기
목사로서 세상의 이슈와 중요한 주제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할 수는 없다. 나는 좋은 글을 꼭 멀리서 찾지는 않는다. 페이스북 친구들이 올린 글 가운데 함께 생각할 만한 글을 골라 NotebookLM에 텍스트로 넣고 슬라이드로 정리한다. 글의 흐름을 이미지와 함께 보여 주므로, 내용을 다시 살펴보고 개요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매일 한두 개씩 자료를 정리하다가, 그 주간에 성도들과 함께 생각할 만한 것을 골라 단체 대화방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필립스 페이슨 오브라가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미국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제목의 파일을 나눴다. 그전에는 호르무즈 파병에 관한 기윤실의 성명서를 정리해 성도들과 함께 생각하는 기회로 삼았다. 박진영 씨의 ‘첫열매들’ 영상에 대한 비평이나 심수봉 씨와 김다현 씨를 둘러싼 논란에 관한 자료도 정리해 두었다. 이렇게 모은 자료 가운데 무엇을 나눌지 고민하며 선택한다.
30-40분이 넘는 유튜브 영상도 같은 방식으로 자료화한다. 영상을 모두 시청하려면 시간이 많이 들지만, NotebookLM으로 슬라이드를 만들면 전체 개요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신학이나 정치·사회 문제는 신뢰할 만하다고 여기는 채널을 정기적으로 살펴본다. 좋은 강의가 많고, 설교에 참고할 만한 자료도 풍성하다. 도구 사용이 낯선 분들은 유튜브에서 NotebookLM 활용법을 찾아 하나씩 따라 해 보셔도 좋겠다.
그러면 이제 책은 읽지 않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몇 년 전까지는 벽돌처럼 두꺼운 책이나 신간을 강박적으로 구매하곤 했다. 요즘은 그 비용의 일부를 AI 구독료로 돌리고, 정말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책을 조금 기다렸다가 구매해 읽는다. 내게 AI의 활용은 독서를 그만두는 일이 아니라,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 안에서 무엇을 읽고 어떻게 공부할지 다시 선택하는 과정이다.
성경 연구는 질문하고 검토하는 과정으로
성경 연구를 시작할 때도 AI의 도움을 받는다. 특히 성경 해석의 원리를 배우지 못한 성도들이 본문을 어떻게 오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 먼저 살펴본다. ChatGPT나 제미나이의 채팅창에 다음과 같은 요청을 넣는다.
에베소서 5장 15절에서 21절을 성경 해석의 원리를 배우지 못한 분들이 읽고 적용할 경우, 어떤 오독과 적용이 나타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 주시오. 이런 오독을 방지하고, 본문이 말하는 본래의 메시지를 찾아 적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작성해 주시오.
이렇게 얻은 자료는 성도들이 어느 대목에서 어려움을 겪을지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다음에는 본문을 직접 읽으면서 생기는 질문을 꼼꼼히 던지고, AI의 답변을 검토하며 공부한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에베소서 5장 15-21절을 함께 공부해 봅시다. 내가 읽으며 생기는 질문을 던질 테니, 신학교에서 바울의 신학을 전공한 신약학 교수의 관점으로 답변해 주시오. 4장 17절에서 시작된 권면의 흐름과 직전 문단의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는 주제에 이어, 5장 15절에서 바울은 ‘그런즉’이라고 말하며 어떻게 행할지 자세히 주의하고 지혜 있는 자같이 행하라고 권면합니다. 바울은 이 지점에서 왜 이런 주제로 나아갑니까?
대답을 꼼꼼히 살핀 뒤에는 다음 구절로 이어 간다.
지혜 있는 자같이 행하는 것과 관련해, 바울은 왜 16절에서 먼저 ‘세월을 아끼라’고 합니까? ‘세월을 아낀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요? ‘때가 악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때나 시간이 악하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내가 활용하는 방식의 중심은 질문과 대답, 그리고 검토다. 본문의 각 구절을 이런 식으로 공부한 뒤 전체 흐름을 다시 살피고 정리한다. AI의 대답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공부가 끝나지는 않는다. 내가 무엇을 물었는지, 그 답이 본문의 문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피는 과정이 있어야 연구도 깊어진다.
설교를 다시 보고 다듬는 데 활용하기
설교에서는 준비만큼이나 평가와 개선에도 AI를 활용한다. 자신의 설교 영상이나 음성 파일, 또는 설교 전문을 첨부하고 장단점을 분석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나도 이런 방식으로 내 설교를 비평해 보았다. 결과를 천천히 읽다 보면 무엇인가 들킨 듯하고 지적받는 듯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설교문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고 개선할 부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과 같이 요청해 볼 수 있다.
복음주의 신학교에서 20년간 설교학을 가르치고, 지역 교회에서 정기적으로 강해 설교를 해 온 목회자의 관점으로 첨부한 설교 전문을 검토하시오.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본문에 더욱 충실하면서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설교가 되도록 개선점을 제안해 주시오.
다른 설교자에게 배우고 싶다면 그 설교자의 유튜브 영상을 첨부해 비평을 요청하고, 그 결과를 검토하는 방법도 있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설교의 구성이나 전달 방식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된다.
설교 개요가 잘 잡히지 않을 때는 초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 앞서 성경 연구 과정에서 얻은 오독 방지 가이드와 구절별 연구 자료를 첨부하고, 가끔 다음과 같이 지시해 보았다.
50대 이상의 성도 열 명 남짓이 모인 작은 교회 공동체를 위한 주일 설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에베소서 5장 15절에서 21절의 연구 결과 파일 두 개를 첨부하니, 이를 기초로 25분짜리 설교 전문을 대화식의 부드러운 어조로 작성해 보시오.
실제로 작업해 보니, 설교문을 작성하기 전에 AI가 먼저 중심 방향을 제안했다. ‘지혜롭게 살라’는 명령을 시간 관리나 처세술로 축소하지 않고, 악한 시대에 주님의 뜻을 분별하며 성령의 다스림을 받아 공동체를 세우는 삶으로 풀어내자는 것이었다. 또 15-21절을 개별적인 생활 수칙으로 나누기보다 하나로 이어지는 권면으로 읽고, 4장 17절 이후 반복되는 ‘행하다’의 흐름 안에서 이해하자고 했다.
회중을 고려한 제안도 있었다. 원어 설명은 필요한 만큼만 남기고, 성도들이 설교를 들으며 “그러면 나는 지금 무엇에 이끌려 살고 있는가?”라고 자신에게 묻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온 설교문은 제목과 개요에 나름의 일관성이 있었고, 언뜻 보기에도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 초안을 살펴보는 일은 내가 준비한 설교의 방향과 구성을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 판단은 목회자의 몫으로
AI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라고 물을 수는 있지만, “이렇게 하겠다”라는 결정은 내가 해야 한다. 성경 연구의 답변을 검토하고, 함께 나눌 자료를 고르며, 설교의 초안을 다듬는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AI가 제안한 내용을 본문과 회중 앞에서 살피고 선택하는 책임은 목회자에게 있다.
기계치인 나도 작은 시도를 거듭하며 여기까지 왔다. 동역자들에게도 지금 읽고 있는 성경 본문이나 준비 중인 설교를 놓고 질문 하나를 던져 보시기를 권한다. 답을 읽고 다시 묻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싶은 마음을 사역으로 이어 갈 새로운 도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 부산 리:빙교회 목사, ‘바이블 프로젝트’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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