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레즈는 예멘의 상황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humanitarian crisis)라고 말합니다. 지금 예멘은 “지구상에서 가장 지옥에 가까운 나라”로 불립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 대표부는, 이런 상황에 처한 예멘 난민들을 송환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결단코 정의롭지 않은 일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본문 중)

이일(변호사, 공익법센터 APIL)

 

 

제주도에 도착한 500여 명의 예멘 난민들로 인해 한국 사회가 들끓고 있습니다. 이런 뜨거운 반응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한국 사회에는 이미 220만여 명의 외국인들이 함께 살고 있어서 외국인이 들어온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난민 제도의 역사는 24년이 되었고, 난민이나 그에 준하는 지위를 얻은 사람도 2,000명이 넘기에 난민 수용 자체도 근본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또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약 이십만 명 규모의 무슬림이 이미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번에 수백 명의 무슬림이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처럼 뜨거운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한 사회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안고 있을 때 집단적인 불만이 그 사회의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투사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서구에서는 사회적 불만이 인종적, 문화적 편견을 등에 업고 극우주의적 혐오와 차별로 표출되는 사건들이 종종 일어났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도 젠더, 안전, 취업, 남북 문제 등 오래된 심각한 문제들로 인해 스트레스가 축적되어 있고, 난민들은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사회 바깥으로 밀려날 수 있는 취약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에 대하여 근거 없는 편견과 공포감을 일으키는 가짜 뉴스들(‘난민들은 불법체류자이며, 잠재적 테러리스트이고, 범죄자들이며,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 사람들이다’)이 나타나는 배후에 이와 유사한 역학이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문제는 난민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있는데 비난의 화살은 누구도 옹호하지 않을 약자인 난민들에게 쏟아질 수 있습니다.

 

 

예멘은 지금 3년 반이 넘도록 내전을 치르고 있으며, 전체 2,900만 예멘 인구의 3/4에 해당하는 2,200만 명이 원조와 보호가 필요한 상태에 있습니다. 100만 명이 콜레라에 감염되었고, 전투로 인해 10,000명이 피살되고 40,00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날마다 평균 130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UN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레즈는 예멘의 상황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humanitarian crisis)라고 말합니다. 지금 예멘은 “지구상에서 가장 지옥에 가까운 나라”로 불립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 대표부는, 이런 상황에 처한 예멘 난민들을 송환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결단코 정의롭지 않은 일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신자들이 강경한 목소리로 ‘난민들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난민을 추방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문화적 동질성을 지켜야 한다는 극우적인 목소리에 동조하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질곡 안에서 식민지배와 전쟁이라는 근대의 모순을 강하게 압축적으로 경험하면서 ‘눈앞의 대상을 적처럼 여기고 영적 전투를 벌여야 한다’는 왜곡된 믿음을 갖게 된 일부 사람들이 ‘무슬림’ 난민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근거가 없는 것으로 이미 밝혀진 ‘무슬림들의 한국 이슬람화 전략’이라는 음모론의 불똥이 갑자기 다시 살아나 예멘 난민들을 향해 튑니다. ‘이슬람이 얼마나 위험한 종교인가’. ‘이슬람 바로 알기’와 같은 제목으로 타종교인 혐오를 부추기는 글들이 다시 인터넷에 돌아다닙니다.

 

 

그리스도인이 난민들의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할 이유는 많습니다.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였음이라”(출 22:21). ‘잔치를 베풀려거든 갚을 것이 없는 사람에게 베풀라’(눅 14:13-14)는 명령이 즉시 떠오릅니다. 예수님은 태어나자마자 헤롯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난해야만 했던 난민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주리고, 헐벗고, 갇히고, 병든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다’(마 25:40)라고 말씀하신 분입니다. 이런 분을 주님으로 모시는 한국 교회가 난민들을 향해 적대와 증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제주에 도착한 예멘 난민들을 초기부터 구호해 온 제주이주사목센터 김상훈 사무국장은 “치안은 경찰에게 맡기고 테러 문제는 국정원에게 맡기면 된다. 국민들은 인간의 도리를 하면 된다”라고 말합니다. 지금은 종교적, 인종적, 사회적 편견의 안경을 벗고, 그저 인간의 도리를 다하려는 마음이 필요한 때라는 호소입니다. 난민과 함께해 본 경험이 부족한 우리 사회는 난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과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야만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이 난민들에게 경멸과 혐오의 화살을 쏜다면, 교회는 난민들 앞에 서서 그들을 보호하며 화살을 대신 맞고 그들의 손을 잡아 주어야 합니다. 제주도에 온 난민들이 기독교인이었으면 우리의 반응은 어떠했을까요? 만약 그 반응이 지금과 다르다면 더 무서운 일이 아닐까요? 만약 우리가 이슬람 난민에 대해서는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추방을 주장하면서 기독교 난민은 포용하고 껴안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믿음과 실천 안에 차별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 차별함 없이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마 5:43-48)을 근본적으로 오해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일 것입니다.

 

 

<관련 자료 소개>

 

(1) 한국의 난민문제의 현황과,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에 관한 문서

SBS [마부작침] ‘난민 문제, 이것부터 보고 보자’ 최초 공개 대한민국 난민 보고서

① – 2018 난민의 모든 것, All about 난민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829820

② – 한국에서 난민 인정받기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830439

 

(2) 오해를 없애는 팩트 체크

JTBC [팩트체크] 예멘 난민 신청자, 월 138만 원 지원 받는다?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652436

조선일보 [난민쇼크]②성범죄 위험 높다? 여성들 더 민감한 ‘난민 루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03/2018070301101.html

 

(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주 난민 문제 긴급 간담회(7월 10일)

http://www.vop.co.kr/A00001308354.html

 

(4) 이슬람 관련 가짜뉴스 정보들에 대한 추천 자료

도서: 김동문, <우리가 모르는 이슬람 사회>, 세창출판사 2016.12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barcode=9788984116542

김동문 선교사 유튜브 강의(2017.11. 부산기윤실): https://youtu.be/HKJlWNax2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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