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은 자신이 부름 받은 자리에서 악을 감시하며 예방하고 분별하고 폭로하고 제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죄와 악의 현상을 자세히 살펴보거나 어쩔 수 없이 한동안 그 복잡한 소용돌이에 사로잡히게 되면, 우리는 악의 실체를 언뜻 보게 되며 블랙홀 같은 그 장력에 압도될 수 있습니다. 악의 강력함, 추악함, 교묘함, 집요함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며 직접 당하는 사람뿐 아니라 살펴보는 이의 내면의 힘까지도 모두 소진시킵니다. (본문 중)

노종문(좋은나무 편집주간)

 

보라 주 여호와께서 장차 강한 자로 임하실 것이요…. (이사야 40:10)

사람이 먼저 강한 자를 결박하지 않고는 그 강한 자의 집에 들어가 세간을 강탈하지 못하리니, 결박한 후에야 그 집을 강탈하리라. (마가복음 3:27)

예수님이 여러 마을에서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셨을 때, 그 말씀들이 즉시 실현되면서 기적적인 치유와 귀신 축출의 사건들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예수님이 귀신을 축출하는 것을 두고 어떤 율법 교사들이 ‘큰 귀신 바알세불이 예수 안에 들어갔다, 그가 귀신 왕의 능력으로 귀신을 쫓아낸다’고 말했습니다(막 3:22). 그때 예수님은, 자신이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강한 자인 사탄을 결박하고 그 집에 포로 되었던 사람들을 빼앗아 데리고 나오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 복음은 사람들을 사탄의 억압으로부터 빼앗아 내는 해방의 복음이었습니다(막 3:27; 눅 10:17-19). 이것은 예언자 이사야가 선포한 하나님 나라 복음(사 40:9-11), 즉, 장차 하나님이 ‘강한 자’, ‘심판자’, ‘목자’로 오실 것이라는 소식의 성취였습니다. 여기서 ‘강한 자’로 오시는 하나님은 바벨론 제국의 억압의 사슬을 깨뜨리고 자기 백성을 탈취해 나오시는 분이십니다.

 

‘예수님이 무엇과, 또는 누구와 싸움을 벌이시는가?’ 이 질문을 마음에 품고 복음서들을 읽어보면, 드러난 적들과 그들 배후에 숨어 있는 적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자마자 그를 죽이려고 베들레헴 주위의 두 살 이하의 모든 유아들을 살해한 끔찍한 악인 헤롯 대왕, 하나님 나라의 선구자 요한의 목을 베고(막 6:17-29) 예수님을 위협한 헤롯 안티파스(막 3:6; 눅 13:31-33; 행 4:27), 예수님을 죽이고자 모의했던 바리새인들과(막 3:6)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막 14:1), 이들은 예수님의 드러난 적이었습니다.

 

Munkacsy – Christ in front of Pilate. ⓒ위키미디어

 

그런데 이들을 배후에서 조종한 마귀는 예수님의 은밀한 적입니다. 예수님이 공적인 사역을 시작하자마자 사탄은 예수님의 메시아로서의 사명을 좌초시키려고 그분을 시험합니다(막 1:12-13; 마 4:1-11; 눅 4:1-13). “적당한 때가 오기까지” 잠시 예수님을 떠나지만(눅 4:13), 그는 이제 사람들을 충동하여 조종하는 은밀한 자리로 갑니다. 그는 통치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을 부추겨 예수를 대적하게 합니다. 또한 베드로의 야망을 자극하여 예수님의 길을 가로막게 하고(막 8:33), 돈 때문에 양심이 둔해진 가룟 유다를 충동하여 스승을 배반하여 넘겨주게 합니다(요 13:2, 27).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도록 대제사장들과 빌라도를 움직이며(막 14:64-65; 15:15), 군중의 입을 통해 십자가상의 예수께 ‘당신이 이스라엘의 왕 그리스도라면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라’고 조롱하며 욕합니다(막 16:19-32).

 

오늘날에도 사탄은 사람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방식으로 일합니다. 사탄은 귀신들의 대장이기도 하지만 그가 일하는 주된 방식은 사람을 충동하여 하나님의 뜻을 가로막는 것입니다. 요한계시록을 보면 사탄은 바다에서 짐승들을 불러 올라오게 하는데, 그에게 “자기의 능력과 보좌와 큰 권세를” 준다고 말합니다(계 13;1-2). 요한계시록에서 이 짐승은 자기 자신을 신격화하는 로마 황제(13:4)와 그의 제사장(13:12)이며, 장차 세상에 나타날 모든 타락한 권력자들의 상징입니다. 사탄은 하나님이 섭리 안에서 허용하신 대로 사람을 죽일 권세가 있으며 그것으로 사람들을 위협합니다(마 10:28; 히 2:14-15). 여기서 요점은, 사탄을 단지 수많은 조무래기를 부리는 덩치 큰 귀신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탄은 부와 권력의 배후에서 일합니다. 부와 권력을 미끼로 인간 권력자들을 사로잡아 거대한 악을 행하게 하고 사람들을 노예로 억압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사탄의 주된 사역입니다.

 

사탄이 하나님 나라를 대적하는 주요한 적이라고 말할 때, 이것은 개인적인 죄나 구조적인 악을 무시하고 배후의 영적인 힘이 유일한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단순히 악한 어떤 개인이나 집단, 특정한 체제를 악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해서도 안 됩니다. 악은 개인적인, 사회 구조적인, 영적인 모든 수준에서 발생하고 여러 수준들이 서로 얽혀 있으므로 악과 싸우는 싸움도 모든 수준에서 모든 올바른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또한 기도나 어떤 방법으로 사탄과 악한 천사들을 결박하면 그들이 사용하던 모든 도구들이 선한 존재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충동하는 사탄이 없어도 사람의 죄로 인한 악은 인간과 사회적 체제를 철저히 내부로부터 사로잡아 일그러뜨리기 때문입니다.

 

명성교회 세습반대 촛불문화제. 2018.9.7.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부름 받은 자리에서 악을 감시하며 예방하고 분별하고 폭로하고 제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죄와 악의 현상을 자세히 살펴보거나 어쩔 수 없이 한동안 그 복잡한 소용돌이에 사로잡히게 되면, 우리는 악의 실체를 언뜻 보게 되며 블랙홀 같은 그 장력에 압도될 수 있습니다. 악의 강력함, 추악함, 교묘함, 집요함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며 직접 당하는 사람뿐 아니라 살펴보는 이의 내면의 힘까지도 모두 소진시킵니다. 또한 사탄에 조종당하고 있는 사람이 오히려 빛의 천사와 같은 말을 하므로(고후 11:14-15; 마 7:15-21) 속기 쉬우며 나중에 드러난 후에는 더욱 큰 충격이 됩니다. 사탄과 악의 신비에 대해서는 호기심으로 많은 지식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 사도들의 가르친 중요한 것을 확고히 붙들며 악을 조기에 발견해 잘라낼 수 있도록 분별력을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탄에 대한 대응 원칙은 복음에 대한 믿음과 기도입니다. 이처럼 의외로 단순하다는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 복음은 사탄이 비록 ‘강한 자’이지만 예수님이 그 강한 자를 결박하고 그가 훔친 재산을 다시 강탈해 내는 ‘더 강한 자’라고 선포합니다. ‘강한 자’로 오신 하나님을 믿으라는 복음이 선포될 때, 사람이 그것을 믿고 예수님께 자신을 의탁하면 그는 사탄의 억압에서 즉시 해방됩니다. 복음 선포와 함께 성령님이 일하시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믿고 세례 받아 예수님과 연합한 사람에게는 성령님이 내주하시며 진짜 주인으로서 살기 시작하십니다. 죄와 죄를 빌미로 사람을 지배하던 사탄은 추방당합니다(롬 8:2-3). 그러므로 악의 강력함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의 때가 되면 악은 순식간에 제압됩니다. 이러한 복음의 진리를 다시 확인하고 확고한 믿음을 갖도록 서로를 격려해야 합니다.

 

또 주님은 사탄이 핍박과 유혹으로 신자들을 시험할 것이라고 예고하셨습니다(마 10:16-33; 13:20-22).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아직’에 해당하는 한 측면입니다.) 그리고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서 기도하라”(막 14:38)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기도를 가르치실 때는 ‘시험에 들지 않고 악한 자의 모략에서 구출해 주실 것’을 항상 기도하게 하셨습니다(마 6:13). ‘기도 외에는 이런 종류가 나갈 수 없다’(막 9:29)는 말씀으로는, 악을 대면하는 싸움에서 첫째로, 우리의 경험과 능력으로 사탄을 이기는 것이 아니므로 하나님께 간구해야 하며, 둘째로, 항상 기도하며 하나님과 친밀히 동행하는 것이 악을 정복하는 비결임을 알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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