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의 문제점은 쓰레기 문제만이 아니다. 투입되는 원료의 60% 이상이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버려진 후 썩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땅에 묻혀서도 탄소를 배출하는 탄소 배출원이 된다. 생산 과정에서는 막대한 양의 폐수가 발생하고, 생산 단가를 낮추는 과정에서 심각한 노동 착취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렇듯 패스트 패션은 쓰레기 문제, 탄소 배출 문제, 폐수로 인한 수질 오염 문제, 노동 인권 문제를 안고 있다. (본문 중)
문형욱(기후위기 기독인 연대)
패스트 패션이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은 패스트 푸드와 같이 쉽게 소비하고 버릴 수 있는 의류를 생산, 판매하는 기업과 산업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러한 패스트 패션 의류들은 값이 싸지만 내구성이 낮아 트렌드에 따라 구매하고 트렌드가 지나면 곧 버려지게 된다. 소비자에 의해 버려지기도 하지만 전체 생산량의 1/3에 해당하는 양은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재고 상태에서 폐기된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의류는 연간 약 1,000억 벌이나 된다.
패스트 패션과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대두되자 기업들은 앞다퉈 리사이클(recycle)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리사이클 제품은 폐기된 의류를 재사용하여 만든 제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리사이클 제품은 전체 생산량의 1%도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패스트 패션의 문제점은 쓰레기 문제만이 아니다. 투입되는 원료의 60% 이상이 플라스틱이기 때문에,1) 버려진 후 썩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땅에 묻혀서도 탄소를 배출하는 탄소 배출원이 된다. 생산 과정에서는 막대한 양의 폐수가 발생하고, 생산 단가를 낮추는 과정에서 심각한 노동 착취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렇듯 패스트 패션은 쓰레기 문제, 탄소 배출 문제, 폐수로 인한 수질 오염 문제, 노동 인권 문제를 안고 있다.
패스트 패션에 대응해서 나온 소비 운동이 바로 ‘슬로우 패션’(slow fashion)이다. 슬로우 패션은, 패스트 패션의 방식, 즉, 트렌드에 따라 옷을 구매하고 철 지난 옷을 버리는 방식을 거부한다. 트랜드에 구애받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구매하고, 옷이 상하더라도 수선해서 오래 입는 의류 소비 운동이다. 하지만 이런 소비자 운동에도 불구하고 연간 의류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흐름 가운데 패스트 패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생겨나자, 지난 3월 30일 유럽연합(EU)은 패스트 패션 산업을 단속하고 지속가능한 섬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의류 생산의 내구성 기준을 설정, 재고 폐기 금지, 수리 및 재활용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EU의 법안 발의는 큰 의미가 있다. 소비자 운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기업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의류 생산 기업은 내구성 높은 제품을 생산해야 하고, 버려지던 30%의 재고를 줄이거나 폐기하지 않고 유통해야 한다.
기업에 대한 규제와 탈성장
패스트 패션은 기후 위기를 발생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다. 기후 위기는 이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되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개인의 실천만으로 기후 위기를 막아내기는 불가능하다. 기업의 변화 없이는 기후 위기를 막아낼 수 없다. 기업이 변하기 위해서는 법적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윤 추구가 주된 목적인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에코사이드’(ecocide)는 생태계를 대규모로 파괴하는 범죄를 가리키는 말이다. 조효제 교수는 그의 저서 『탄소 사회의 종말』과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에서 에코사이드의 주범으로 기업을 꼽는다. 에코사이드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녹색연합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1개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64%를 차지한다.2) 근본적으로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을 상대로 한 규제가 필요하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 과제”에서는 녹색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면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핵발전소 건설, 전국 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기후 위기를 심화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6차 평가보고서 제3실무그룹 보고서에서는 2030년까지 평균 기온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 사회 시스템 전체의 수요를 감소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3) 기존의 성장 중심의 사회가 아닌 ‘탈성장’ 사회로 전환해야만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탈성장이란, ‘에너지와 자원의 과도한 사용을 계획적으로 줄임으로써 경제가 안전하고 정의로우며 공정한 방식으로 생명 세계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또, 앞으로 남은 10년이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 마지막 10년이라고 말한다.
맘몬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인간에게 주신 사명은 창조 세계를 다스리는 것이었다. 생명을 죽이는 것이 아닌, 창조 세계와 수많은 생명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패스트 패션 산업은 쓰레기 문제, 탄소 배출 문제, 수질 오염 문제, 노동 착취 문제 등 수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이 문제들은 창조 세계를 망가뜨리고 생명들을 대규모로 죽게 만드는 기후 위기 문제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들이야말로 창조 세계를 돌보아야 할 그리스도인이 앞장서서 해결할 문제들이다.
성장 중심의 사회를 지속하면서 과연 우리가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리스도인들은 세상과 다르게 살도록 부름받은 자들이다. “너희가 하나님과 맘몬(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마 6:24)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에 우리는 응답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성장 중심의 경제 체제가 수많은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면, 그 생명들을 구하기 위한 ‘탈성장’을 가장 먼저 외칠 수 있는 자들이 그리스도인들이 아닐까.
IPCC 6차 평가보고서 제3실무그룹 보고서가 말하는 것처럼, 지금은 탈성장을 추구하며 창조 세계를 돌봐야 할 때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10년이 변화의 시간이 될지, 마지막 카운트다운이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1)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기후변화 시대, ‘지소’ 씨의 똑똑한 의류 생활(2)”. 2019. 1. 30.
2) 녹색연합, “11개 기업집단,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64% 차지… 주요 그룹의 기후 위기 책임 막중”, 2021. 10. 26.
3) IPCC Working Group III, “Climate Change 2022: Mitigation of Climate Change.” 김현우, “기후변화 요약본에는 담기지 않은 ‘탈성장’”, 프레시안, 2022.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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