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겼던 교회와의 아름다운 작별을 위해”… 목회자의 은퇴

기윤실,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 출판 기념회 개최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 백종국 교수, 이하 기윤실)이 24일 오전 서울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 출판 기념회를 개최했다.

기념회에는 책의 저자인 곽은진 교수(기윤실 청년상담센터 WITH 공동소장, 아산대학교 상담학), 김상덕 위원(기윤실 상임집행위), 신동식 목사(기윤실 교회신리운동 본부장, 빛과소금교회 담임), 장희종 목사(전 명덕교회 담임), 정병오 목사(기윤실 공동대표, 서울시교육청 오디세이학교 교사), 조성돈 교수(기윤실 공동대표,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최현범 목사(전 부산중앙교회 담임)가 참석해 발표했다.

발표에 앞서 정병오 목사가 환영사를 전했다. 그는 “최근 소형교회와 미자립교회 목회자 은퇴 관련 문제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다”며 “이전에는 목회자 은퇴 이후의 생활비와 관련해서 문제가 크게 되지 않았지만 고령화 사회가 되고 교인 수 감소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준비되지 않은 은퇴 문제가 교회와 목회자에게 큰 문제가 되었다. 이에 기윤실에서는 2022년 목회자 은퇴와 관련해 발생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실태 조사를 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기념회를 통해 공개하는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은 목회자 은퇴와 관련해서 제기된 문제들에 성실하게 답을 제시하고 좋은 사례들을 참고로 하여 표준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 책을 기본 지침으로 삼되 개별 목회자나 교회 상황에 맞게 적용하여 보다 좋은 사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아울러 이 책이 한국교회의 목회자 은퇴와 관련해 여러 어려운 문제를 지혜롭게 잘 해결해 나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최현범 목사가 ‘아름다운 작별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최 목사는 “저는 2003년 2월 부산중앙교회에 부임해 담임목사로 20년 동안 사역했으며 작년 12월에 은퇴했다. 돌아보면 20년 세월 목회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다”며 “은퇴를 전후해서 새삼 깨달은 것은 목회를 잘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지만, 잘 마무리하고 마치는 일이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끝을 잘 맺고 싶은 것이야 누구나 가지는 바람이지만, 특히 오랜 세월 교회를 섬긴 목회자에게 마지막 유종의 미는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는 생긱이 든다”고 했다.

그는 “부산중앙교회에 처음 부임했을 때 두 가지를 결심했다. 그 하나는 나이 65세에 은퇴하겠다는 것이었다. 교단에서 정한 정년은 70세이지만, 조기 은퇴를 결심한 것은 사랑의교회를 세우고 목양하신 故 옥한음 목사님의 영향 때문이었다. 제가 신학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사랑의교회에서 교역자로 섬겼으며 옥 목사님으로부터 좋은 교회가 어떤 교회인지, 그런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 어떻게 목회해야 하는 지를 배웠다. 특히 그에게 배운 가장 소종한 것은 목회하기 전에 분명한 목회 철학을 갖는 것이었다”고 했다.

최 목사는 “또 다른 결심은 은퇴 이후에는 반드시 이 교회를 떠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청년 시절부터 존경했던 큰 교회 목사님들이 은퇴 이후 교회 안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갖고 있으면서 다양한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결국 자신이 세운 교회를 무너뜨리는 불행한 일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를 보면서 저는 건강한 교회 상을 떠올리며 이런 문제들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다”며 “저는 한국교회에서 전임목사가 은퇴한 뒤 원로목사라는 직분을 갖고 교회에 계속 남아있는 것이 좋은 시스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는 은퇴한 목회자가 생활할 수 있도록 교회가 제도적인 마련을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교회를 잘 떠나기 위해 두 번째로 준비한 것은 후임자 문제였다. 한국교회에서 담임목사의 위치와 영향력이 큰 만큼 리더십의 교체는 교회의 미래를 결정젓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므로 은퇴를 앞둔 저의 가장 첫 번째 기도는 좋은 목사를 후임으로 세우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은퇴하기 4년 전부터 후임 목회자를 위해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기도를 응답하시고 귀한 후임 목사를 보내주셨다. 후임 목사는 신학대원생 때부터 우리 교회 교역자로 있으면서 다일공동체에서 긍휼 사역에 동참했다. 거기서 인정받아 다일교회 담임목사로 섬겼으며 이후 저의 뒤를 이어 부산중앙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하게 되었다”고 했다.

최 목사는 “저는 목회자에게 쉼의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목회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는 사역이므로 반드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것이 결국은 교인들에게 유익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며 “목회를 마치면서 교회를 시작하는 것도 힘들고 목회의 과정도 힘들지만, 마지막 마무리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어찌 보면 은퇴를 앞둔 목회자는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고 그런 가운데 잠재된 교회의 문제들이 불거질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이 시간은 또한 아주 굵직한 문제들을 결정해가야 하는 시간들”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그러므로 은퇴 전 2년간은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이 시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었던 가장 크고 중요한 일은 기도하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큰 어려움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은혜로 오랫동안 섬겼던 교회와 아름다운 작별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장희종 목사가 ‘목회자 은퇴 이후의 신앙생활: 공동체 소속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장 목사는 “은퇴를 하면서 지난날 경험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삶의 근거, 내용, 전부가 되었던 신앙공동체에서 뽑혀,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방황하는 경험이었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준비 과정이 끝나고 목사의 임직을 받을 때 모든 과정을 통과했다는 만족과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와 확신이 마음에 주어진다. 그러나 주의 교회에 청빙을 받아 담임목사로 위임을 받을 때는 전혀 다른 은혜를 받게 된다”고 했다.

그는 “사명의 멍에를 벗는 은퇴의 날에 비로소 그 특별한 사역의 은혜를 제 마음에 넣어주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알게 되었다. 임기 마지막 주일 마지막 시간까지 감당하고 삼위 하나님의 이름으로 지워주신 담임목사의 직무를 스스로 하나님께 넘겨드리고 설교단에서 내려오는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유와 성도들의 삶의 무게에서 벗어난 가벼움과 끊임없이 일어나는 성도들의 삶의 긴장으로부터 해방감과 평화가 마음에 충만하게 부어짐을 경험했다”고 했다.

장 목사는 “은퇴를 하면서 담임목사로서의 긴장과 무거운 부담이 사라지는 동시에 새로운 문제에 눌리게 되었다. 지금까지 삶의 근거, 내용, 전체가 되었던 신앙공동체와 이별해야 한다는 아픔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사역을 마치는 은퇴는 지금까지의 삶의 자리에서 옮겨야 하지만 가야 할 곳이 정해지지 않으므로 당황스럽기도 했다”며 “은퇴 후 2년 동안은 주일예배 설교, 사경회에 초청받기도 했으며 함께 섬겼던 후배 목사들의 교회를 돌아볼 겸 순회하면서 의미 있는 주일을 보냈다. 그러나 가야 할 교회가 정해지지 않은 주일에 어느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기 어려웠으며 알지 못하는 교회에 조용히 뒷자리에서 예배만 드리고 오려고 참석했지만, 예배 시간에 일으켜 세워 소개하는 민망한 일 때문에 계속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영혼의 본향으로 돌아갈 때까지 영혼의 양식을 공급받으며 성도의 교제를 나눌 신앙공동체 선택은 쉽지 않았다. 특히 은퇴한 목사에겐 더욱 어려운 문제였다. 그러면서 은퇴 후에 꼭 사역하던 지역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겠다는 생각으로 ‘가능한 한 멀리 다른 지역으로 옮겨 새로운 공동체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새로운 삶을 살기로 했다. 대구에서 오랜 기간 사역하다가 자녀들의 주선으로 경기도 김포시로 이사했으며 그 곳에서 가까운 후배 목사에게 연락했고 새로운 신앙공동체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장 목사는 “새로운 신앙공동체에서 생활하면서 교회를 섬기게 되었고 하나님께서 이 땅에서 경건 생활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건을 새롭게 충족시켜 주셨다. 또한 주님의 몸 된 교회의 지체 의식을 가지고 교회를 사랑할 마음을 주셨다”며 “하나님께서 그의 택한 백성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거룩한 공교회에 속해서 생활하도록 하셨다. 교회를 통해서 보호받고 신령한 은혜를 공급받으며 교제를 통해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삶을 누리도록 하셨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신앙공동체에 속해 있으면서 주일마다 나아가 하나님의 백성들과 함께 하나님의 말씀을 받으며 하나님과 거룩한 교제가 있어야 한다. 하나님 교회의 지체가 되어 소속감과 책임감으로 몸과 마음과 뜻을 합하여 함께 이루어 가야 하는 선한 사역에 참여하는 교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삶을 함께 나누는 친밀한 사랑의 교제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구원받은 성도로서 이 땅에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즐거워하며 만족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이날 기념회에선 곽은진 교수가 ‘은퇴 목회자와 심리상담’, 김상덕 위원이 ‘목회자 은퇴 경제적 준비: 교회와 교단’, 신동식 목사가 ‘목회자 은퇴 경제적 준비: 주거와 자금’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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