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으로 “데리다의 환대” 제시

기윤실,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 좋은사회포럼 개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가졌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주민 노동자 환대에 대한 윤리적 전략 발표가 있어 주목을 받았다.

이상민 변호사(기윤실 좋은사회운동본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포럼에서 김혜령 교수(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 교수)는 ‘이주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이란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먼저 이주민 환대를 위해 윤리적 이기주의자를 설득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윤리적 이기주의자들은 인도주의와 국익을 대립적 가치로 놓고 이들을 양자택일 과제로 설정하여 국익 보다 인도주의를 택하는 사람들을 “순진하고” “비현실적인” “대책 없는” 위험한 인도주의자로 몰아세운다.

이에 김 교수는 이주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을 위해 첫째로, 거짓 정보나 편견을 수정할 수 있는 바른 정보를 제공해 윤리적 이기주의자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이주민 노동자의 사회적 기여도에 대한 더 많은 정보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으며 “이주민에 대한 막연한 위기감이나 불안감을 해소할 정보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타국가와 비교한 이주민 수 ▲이주민 범죄율 & 범죄 발생 원인 및 특징 ▲’복지 수혜’의 부당성에 대한 통계 등의 연구 필요성을 제시했다.

윤리적 이기주의를 전제로 하는 역지사지의 정신을 호소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 교수는 “자신과 가족의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한 삶을 위한 욕망과 용기의 보편성”을 또 “대한민국 이주 노동자가 받은 차별 상기”를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특히 김 교수는 “내가 이기적인 것 만큼 저 사람도 이기적이고 내가 욕망하는 것만큼 저 사람도 욕망한다는 역지사지가 윤리적 기반이기도 하다”며 “우리 민족이 갖고 있던 이민의 역사, 또 거기서 당하는 차별. 이런 역사들을 상기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살고 싶어하는 욕망이 이주자에게도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이주민 환대를 위한 윤리적 전략으로는 “큰 윤리로서 이주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지평 만들기”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자크 데리다의 ‘관용의 조건으로서의 환대’를 주목했다.

김 교수는 먼저 관용과 환대의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관용은 내가 필요해서 정부의 통제 아래 살 수 있게 허락해 주는 게 관용이라는 것이다”라며 “관용을 받아서 고맘기는 하다. 안 받아줘서 쫓겨나는 것 보다는 낫다. 관용을 받는 게 좋긴한데 관용을 받는다는 것은 결국 당신들의 언어, 당신들의 집, 당신들의 법에 내가 원칙에 따른다는 서약과도 같다. 다시 말해 주종관계, 위계적 관계라는 것이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결국 관용은 조건으로의 환대이며 또 “선별한다”는 특성 때문에 초대의 환대에 불과하다며 순수한 환대와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건적인 관용으로는 사회 내 이주자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겨우 조건적으로 환대하면서 필요에 따라서 관용한 것이면서 그들에게 베푼 조건적인 사랑이 하나님이 인간에게 베풀었던 위대한 사랑처럼 무조건적인 사랑처럼 관용을 베푼 사람이 스스로 자아도취되는 경우가 있다. (자크 데리다는)선주민들의 위선을 관용과 환대의 부분을 통해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데리다 철학의 묘미는 이 둘은 양자택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부터 관용하지 말고 무조건적 환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적인 환대는 어느 누구도 어느 사회도 할 수 없다. 무조건적 환대를 법적으로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마음은 무조건적 환대지만 실제로 우리가 하는 것은 조건적으로 환대라는 것이다”라며 “교회가 이웃 사랑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조금 밖에 못한다. 조금 해놓고 하나님의 사랑을 다 준 것처럼 한다는 것이 발생하는 그런 문제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데리다는 무조건적 환대는 할 수 없으니 하지 말자는 것도 아니고 관용은 나쁘니 하지 말자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중요한 것은 관용치를 높여가는 것이 중요한데 더 좋은 관용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한데 더 좋은 관용을 만들려면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순수한 환대가 좋은 거구나. 이웃 사랑을 해야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사고를, 사유를 할 수 있어야 된다”고 덧붙였다. 윤리적 이기주의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데리다의 관용의 조건으로서의 환대의 폭을 넓혀 나가는 윤리적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김 교수에 이어 영화감독 섹알마문(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 실태와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으며 이어 김세진 변호사(법무법인 에셀), 홍천행 간사(기윤실)가 패널로 참여해 토론했다.

 

이지수 기자 veritasnews20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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