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성명]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이송 즉시 공포해야 합니다.
국민의힘은 1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그 건의를 수용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 등을 골자로 하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은 지난 1월 9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후 무려 437일만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특별법 통과 직후 입장문을 발표하고, 윤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고 즉시 특별법을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거부권 행사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특별법에 따르면, 11명의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은 국회의장이 유가족 등 관련 단체와 협의해 3명을 추천하고 여당과 야당이 각각 4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특조위 활동 기간은 1년 3개월이다. 법 시행시기는 4월 10일이므로 총선 후부터 조사 활동이 시작된다. 여당의 반대를 고려해, 애초의 야당 원안에 있던 특조위의 특별검사 요구 권한을 삭제하고, 활동 기간도 원안의 1년 6개월에서 3개월을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특조위 위원 11명 중 7명을 야당과 국회의장이 추천하게 한 조항과 △특조위가 형사재판이 확정된 사건이나 불송치 또는 수사 중지된 사건 기록을 모두 열람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이 위협받거나 받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 국가는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에 필요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입법·행정상의 조치를 취하여 그 침해의 위험을 방지하고 이를 유지할 포괄적 의무를 진다’고 판시한 바 있다(2016헌나1결정).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해 304명이 희생되었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희생자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 때는 여야 할 것 없이 누구나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어이없는 사고와 참사는 계속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그와 같은 참사를 예방하고 정말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겠다는 국가의 다짐이자 최소한의 노력이다.
그러므로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고 국회에서 법안이 이송된 즉시 공포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모두 8건의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권은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용하면 국회의 법률안 의결권이 유명무실하게 된다. 대통령거부권은 미국에서 유래한 제도로 의회만이 법률안 제출권을 갖는 미국헌법의 특수성을 반영한다. 우리 헌법상으로는 행정부에도 법률안 제출권이 인정되고 있으므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이송 즉시 공포함으로써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고 그들의 먹먹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주어야 할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누가 자녀를 낳아 기르고 싶어 할 것인가. 다시는 이태원 참사와 같은 어이없고 참혹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윤석열 대통령은 4월 총선에 대한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특별법을 공포해야 할 것이다.
2024년 1월 19일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