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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상쇄 분야에는 여러 가지 중요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일부 선진국과 대기업들이 자체적인 배출 감축 의무는 뒤로 미루면서 개발도상국의 저비용 상쇄 사업에만 의존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기후 정의의 관점에서 볼 때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가디언지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부 탄소 상쇄 인증 프로젝트에서 감축량이 과대 계산되거나 검증이 부실한 사례가 발견되어 이 제도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본문 중)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탄소 발자국, 우리의 발걸음이 남기는 흔적

 

우리는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음식을 먹고, 쇼핑하고, 여행할 때뿐만 아니라, 출퇴근, 운송, 발전, 산업 공정, 농업과 같은 경제 활동에서도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 식품 산업은 농작물 재배부터 가공, 포장, 운송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며, 전자 제품 제조 과정에서도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러한 탄소 배출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계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비행기 여행은 1시간당 약 90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나무 한 그루는 연간 약 7.5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따라서 4시간 비행으로 배출된 360kg의 탄소를 상쇄하려면 약 48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 세계은행과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인 1인당 연간 탄소 배출량은 12톤으로, 이는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1인당 2.3톤의 5배가 넘는다. 이는 우리의 현재 생활 방식이 지구 환경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 주는 지표다.

 

탄소 상쇄란 무엇인가

 

탄소 상쇄란 우리가 배출한 탄소를 다른 방식으로 줄이거나 제거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이는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다른 장소에서 감축하거나 제거하는 방식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만큼 다른 곳의 쓰레기를 치우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실제 기업들도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SK이노베이션은 2021년부터 베트남 람동성에서 열대 우림 보호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생태계 보전과 함께 탄소 흡수원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서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약 50만 톤의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고 있으며,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탄소 상쇄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산림 조성 및 보존 – 아마존 열대 우림 보호, 한국의 도시 숲 조성, 맹그로브 숲 복원 등 자연 생태계를 활용하여 탄소를 흡수함

• 재생 에너지 발전소 건설 – 풍력, 태양광, 수력 발전 프로젝트에 투자하여 청정에너지 생산을 확대함

• 메탄가스 포집 – 매립지나 축산 분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함

 

탄소 상쇄 분야의 과제들

 

탄소 상쇄 분야에는 여러 가지 중요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일부 선진국과 대기업들이 자체적인 배출 감축 의무는 뒤로 미루면서 개발도상국의 저비용 상쇄 사업에만 의존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기후 정의의 관점에서 볼 때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가디언지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부 탄소 상쇄 인증 프로젝트에서 감축량이 과대 계산되거나 검증이 부실한 사례가 발견되어 이 제도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욱이 현재의 에너지 집약적인 생산 방식과 과잉 소비 패턴을 그대로 유지한 채 탄소 상쇄에만 의존하는 것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진정한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 산업 구조, 생활 방식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이고 혁신적인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구를 살리는 보완책, 탄소 상쇄

 

하지만 탄소 배출 감축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이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50% 증가했고, 이는 지구 생태계의 자연적 흡수 능력을 크게 초과했기 때문이다. 2015년 파리협정의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탄소 상쇄는 필수적이다. 이는 전 지구적 차원의 긴급한 과제이며, 국제 사회의 협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EU는 2005년부터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기업들에게 탄소 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기업들은 배출 허용량을 초과할 경우 추가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며, 감축에 성공한 기업은 잉여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어 시장을 기반으로 탄소 감축을 촉진한다. 전 세계 탄소 배출권 시장의 연간 거래량은 약 125억 톤, 거래 규모는 약 8,810억 유로에 달한다(2023년).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국내 탄소 배출권 거래 규모가 약 1조 원에 달한다(배출권 평균 거래가격은 톤당 약 3만 원). 그러나 이런 제도가 실질적인 탄소 감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이 기업들의 실효성 있는 감축을 이끌지 못하고 있으며, 배출권 가격이 너무 낮아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함께 만드는 지속 가능한 미래: 희망과 책임

 

탄소 상쇄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하나의 도구를 넘어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이는 지역 사회의 경제적 자립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실현하는 접근법이며, 이웃을 실질적으로 돕는 방법이 되고 있다. 케냐의 요리 화로 프로젝트는 이러한 통합적 접근의 좋은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개선된 요리 화로를 공급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줄일 뿐 아니라, 현지 여성들의 건강 증진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내고 있으며,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맹그로브 숲 복원 사업 역시 탄소 흡수라는 일차적 목표를 넘어, 생물 다양성 보전과 지역 사회 발전이라는 더 큰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환경 보호와 경제 발전이 상충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우리는 탄소 상쇄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변화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전환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는 더 큰 책임이 주어졌다. 탄소 상쇄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이는 우리의 생활 방식 전환과 함께 가야 한다. 우리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하고 협력할 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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