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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우리는 어디에 서 있을까요?

나조차 내가, 그리고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르는 세상입니다. 특히 한국교회 청년으로 살아간다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믿음과 사회적 책임, 개인의 신념과 공동체의 방향이 충돌할 때, 우리는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요?

누군가는 신앙의 이름으로 침묵을 요구하고, 또 누군가는 정의의 이름으로 행동을 촉구합니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서로를 상처주고, 또 서로에게 상처받습니다. 우리가 던지는 질문이 서로를 찌르고 상처 내기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길로 나아갈 수는 없을까요?

이번 호에서는 그 고민을 담았습니다. 12.3 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서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 그리고 기윤실 집담회에서 오간 이야기들을 통해 이 모든 시간 속에서 하나의 답을 찾기보다는 더 좋은 질문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교회가 그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름 속에서도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가 우리를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더 깊이 사랑하는 길이 되길 기도합니다. 지금, 써퍼 님은 어디에 서 있나요?  – 조약돌 드림


🌊 Surfer’s MOVE

  이번 웨이브레터에서는 ‘이슈특집: 두 광장에 선 한국교회 청년’이라는 주제로, 12.3 계엄과 탄핵 정국 이후 한국교회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혼란과 고민을 다룹니다. 기윤실에서 주최한 <한국교회 청년과 12.3 계엄 “두 광장에 선 한국교회 청년” 집담회>의 발제자였던 유희정 간사님의 후기를 통해 청년들이 교회와 사회에서 어떤 혼란을 겪고 있는지, 한국교회가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청년들이 교회와 신앙 공동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제언을 하고 있습니다. 이후 ‘놓치면 아쉬운 꿀정보’에서도 계엄과 탄핵국면과 관련한 정보를 큐레이팅 하였습니다.

교회는 누구나 오고 갈 수 있는 평안한 공간이 될 수 있는가?

한국교회 청년과 12.3 계엄 “두 광장에 선 한국교회 청년” 집담회 후기

유희정(IVF 남서울지방회 간사)

 

저는 기윤실에서 주최한 ‘한국교회 청년과 12.3 계엄 집담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IVF 간사 유희정입니다. 발제자로서 이 자리에 섰지만, 저 역시 청년이자 여성으로서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으며, 12.3 계엄 이후 젊은 여성들로 가득 찬 광장에 함께 섰던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작년 말, 계엄이 있기 전 제주 여행을 하던 중 4.3기념관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제주 4.3 사건의 참혹한 역사를 마주하며, 국가 폭력 앞에 쓰러지고 희생된 수많은 시민을 애통해하였습니다. 책과 영상으로만 배운 것만으로는 그 비극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2024년 12월 3일, 우리 사회는 비상계엄령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계엄령은 언제나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과 자유의 억압을 의미해 왔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계엄이 선포된 그날의 자신의 하루를 또렷이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국회의 계엄 해제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우리는 ‘내일’이라는 일상을 걱정해야만 했던 밤을 보냈습니다. 시민들의 힘과 빠르게 움직인 국회의원들 덕분에 계엄이 즉각 해제될 수 있었지만, 여전히 깊은 여운과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계엄이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난 지금, 한국교회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요? 수많은 시민이 광장으로 나가고 있는 이때, 한국교회의 태도는 매우 미온적입니다. 오히려 일부 교회에서는 극우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이에 실망한 청년들은 점점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이번 기윤실 집담회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던 청년들이 모여, 함께 답답함을 해소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자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집담회는 배덕만 교수님의 한국교회의 역사적 흐름과 현재 상황에 대한 강연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제가 계엄 이후 캠퍼스에서의 청년 사역에 대해 발표하였고, 참석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질문 중에서도, 저를 가장 고민하게 만든 것은 “교회는 누구나 오고 갈 수 있는 평안한 공간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는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그러한 공간을 만들지 못했기에 나온 절실한 질문이었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성도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기보다, 설교자가 전하는 일방적인 메시지에 순종하기를 요구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다른 의견을 내면 방어적으로 반응하거나, 죄인으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존재합니다. 신앙과 삶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려 하면, “의심하지 말고 믿어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교회 공동체에서 상처받고 떠난 학생들을 사역 중에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현실을 보며 선교단체를 통해 새로운 ‘대안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모이는 곳은 언제나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편하게 오갈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태도를 기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바울은 빌립보서에서 “사랑은 감정적인 열심뿐만 아니라, 지식과 분별력을 동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교회의 변화는, 결국 나 자신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하나님께서 나의 연약함을 용납하시고 돌보아 주신 것처럼, 나 역시 타인의 연약함을 받아들이고 포용할 때 비로소 열린 공동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내가 먼저 광장이 되고, 내가 먼저 교회가 된다면, 그 어느 곳보다도 넓고 안전한 공간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광장에서 여성·성소수자·아동·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지양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해야 할 역할을, 오히려 광장에서 시민들이 만들어 가고 있다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공생애 동안 제도권 종교 안이 아니라, 무리 속에서, 평범한 일상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공동체를 형성하셨습니다. 이번 집담회는 그런 예수님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자리였습니다.

 

후기 전문 보기

 

📬이번 호 고민 : 지적 장애가 있는 형제가 우리 소그룹에 왔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3~40명쯤 모이는 청년부에서 소그룹 리더로 섬기고 있는 여성 청년입니다.

최근에 저희 소그룹에 지적 장애가 있는 형제가 새로 오게 되었는데, 솔직히 너무 어렵고 막막합니다. 진우(가명) 형제는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보호작업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진우 형제는 갑자기 큰 소리로 말하거나 다른 사람 이야기 중간에 자기 생각을 말하고, 예배 중에도 소리를 내서 집중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공동체에 있는 모든 청년들이 성숙하지는 못해서 진우 형제를 이해하고 돌볼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고요.

저는 정말 진우 형제를 소그룹에 잘 적응하도록 돕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특별히 대우하자니 그것도 일종의 차별 같고, 똑같이 대하자니 진우 형제가 감수해야 할 불편이 너무 크고… 다른 청년들도 대부분 지적장애인과 교제한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예요.

교회가 복지시설이나 치료시설은 아니고, 특별히 장애인을 위한 부서가 있을 정도로 큰 교회는 아니라 지적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는 없는 형편같아요.

교회, 특히 청년 공동체가지적 장애를 가진 청년 지체들을 어떻게 포용하고 함께할 수 있을까요? 다른 교회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실제적인 조언이나 경험을 나눠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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