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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권리를 누릴 것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농인들이 정보 접근, 교육, 고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방송에서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만, 여전히 제한적이며 모든 뉴스에서 수어 통역이 제공되는 것도 아니다. 긴급 재난 상황에서도 청각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위협받고 있다. 예를 들어, 12‧3 계엄령 선포 당시 정부의 공식 발표에서 수어 통역 및 자막 지원이 부재하여 농인들이 실시간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본문 중)
2016년 2월 3일, 대한민국은 의미 있는 순간을 맞이했다. “한국수화언어법”(2016.2.3. 법률 제13978호)이 제정되면서 한국수어가 대한민국 농인(청각장애인)의 공용어로 법적 지위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는 한국수어가 단순히 장애인 복지의 수단이 아니라 독립적인 언어로서 존중받아야 함을 법적으로 확인한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법적 인정만으로 충분한 것일까? 현재 한국 사회는 여전히 청인 중심의 음성 언어 체계가 지배적이며, 수어는 법적으로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법적으로 인정된 한국수어가 실질적으로 활용되고 존중받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는 법적 제도화를 뛰어넘어 한국수어가 존중받고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수어 사용의 현실과 문제점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권리를 누릴 것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농인들이 정보 접근, 교육, 고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방송에서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만, 여전히 제한적이며 모든 뉴스에서 수어 통역이 제공되는 것도 아니다. 긴급 재난 상황에서도 청각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위협받고 있다. 예를 들어, 12‧3 계엄령 선포 당시 정부의 공식 발표에서 수어 통역 및 자막 지원이 부재하여 농인들이 실시간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3)
교육의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일부 대학교에서 수어 관련 강좌가 개설되어 있지만, 초·중·고등 교육 과정에서는 수어 교육이 정규 과목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는 농인뿐만 아니라 청인들도 수어를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하여, 사회적 소통의 단절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한국수어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농인들은 여전히 일자리를 구할 때 불이익을 받고 있다. 청각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수어 통역 환경이 미비한 기업이 많아 농인들이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채용과 업무 과정에서 차별을 겪는 경우도 빈번하다.4)
사회적 존중을 위한 대안
법적 기반을 넘어, 한국수어가 실질적으로 활용되고 존중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공공 기관과 필수 서비스에서 수어 지원을 의무화하고 확대해야 한다. 병원, 법원, 경찰서 등에서 필수적으로 수어 통역을 제공하도록 법적 기준을 강화해야 하며, 통역사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여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5) 또한, 핀란드처럼 정부 차원에서 수어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6)
둘째, 교육 과정에서 한국수어를 필수 과목으로 포함해야 한다. 한국수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한국 사회 안에서 만들어진 고유한 언어이자 소중한 역사와 문화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따라서 초등학교부터 기본적인 수어 교육을 의무화하고, 중・고등학교에서도 선택 과목이 아닌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여 청인들도 자연스럽게 수어를 익히도록 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수어를 단순히 배우는 것에서 나아가, 한국수어의 역사와 농문화7)에 대한 교육도 병행하여, 수어가 단순한 보조적 언어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8)
또한, 교사, 공무원, 의료진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수어 교육을 의무화함으로써, 수어 사용을 특정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농인의 접근성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한국수어가 우리의 문화로 자리 잡고 존중받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대중문화와 미디어에서 수어를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를 늘려야 한다. 현재 뉴스에서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수어 통역을 예능, 드라마, 광고 등으로 확대하고, 농인 배우와 방송인 그리고 농인 유튜버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코다>(CODA, 2021)가 작품상을 수상하며 수어와 농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처럼, 한국에서도 먼저 대중문화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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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코다> 포스터. |
넷째, 기술을 활용한 수어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 AI 수어 번역기를 개발하고, 농인의 자연스러운 수어 데이터를 수집·연구하여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현재 AI 기반 자동 번역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표정과 몸짓을 포함하는 자연스러운 수어 인식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와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10)
한국어와 한국수어, 양대 공용어로 인식해야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한국어만을 대한민국의 유일한 공용어로 인식해 왔다. 하지만 한국어와 한국수어는 모두 대한민국의 공용어이며,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한국수화언어법” 제1조). 단순히 법적인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두 언어가 동등한 환경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사회적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한국수어를 사용하는 것이 ‘특별한 배려’가 아닌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마치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배우듯이 수어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청인 중심의 사회 구조에서 벗어나 농인의 언어(수어)와 농문화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모두를 위한 언어 환경을 향해
한국수어는 단순히 장애인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화이자, 농인의 정체성과 직결된 삶의 언어다. 법적 제도화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사회적 존중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모두를 위한 언어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이제는 소통의 변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2)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의 줄임말): 농인 부모의 자녀를 일컫는 말.
3) 홍준석, “계엄령도, 촛불집회도 … 농인들에겐 들리지 않는다”, 「연합뉴스」, 2024. 12. 11.
4) 최영권,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채용 면접 취소는 차별”, 「서울신문」, 2022. 07. 25.
5) 김나현, 윤준호, “한 달 800건 넘게 수어 통역도…격무에 이직 빈번 농인만 속앓이[심층기획-말뿐인 공용어…설 곳 없는 한국수어(手語)]”, 「세계일보」, 2023. 05. 31.
6) 노선영, “핀란드의 청각장애인(농인)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 정보접근권편”, 네이버 블로그, 2020. 7. 31.
7) 청각 장애인의 언어, 행동 양식 따위를 바탕으로 한 고유의 문화-편집자 주.
8) 정리연, “한국수어를 제1언어로, 한국어를 제2언어로”, 「에큐메니안」, 2023. 09. 22.
9) 이길보라, “농문화와 수어는 나의 유산”, 「한겨레」, 2021.05.19.
10) 이길보라, 이현화, 황지성, 『우리는 코다입니다』(교양인, 2019),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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