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기윤실 공동대표 정병오입니다. 지난 9개월간 저와 기윤실에게 있었던 일을 나누고, 한가지 부탁을 드리려고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및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병오입니다. 오늘 제가 선생님께 특별한 요청을 한가지 드리기 위해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현재 기윤실이 처한 어려움과 이 가운데서 한국 교회를 향해 계획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것이며, 이를 위해 200명의 신규 회원님을 초대하고 100명의 기존 회원님께 증액을 요청하고자 하는데 선생님께서 동참해주시기를 요청드리고자 함입니다. 기윤실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또 어떤 일을 계획하기에 특별한 후원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드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부터 5분 정도 저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그 의문이 해소될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27일 광화문에서 있었던 “악법 저지를 위한 한국 교회 2백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그 전에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드리겠습니다. 저는 2017년에 처음 기윤실 공동대표를 맡아 지난 해까지 4년 연임, 즉 8년간 대표 직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동안 기윤실 조직도 많이 안정되었고, 사역에 있어서도 <자발적불편운동>, <교회신뢰운동>, <좋은사회운동>, <청년운동>, <좋은나무>, <기독교윤리연구소>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기에 이제 대표직에서 물러나도 될 때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대표 3년차 때 발병한 암으로 인해 3년간 항암을 했고 지금까지도 정기 검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이제는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작년 7월 동성 동반자에 대한 건강보험 피보험 자격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 이후 부산 세계로교회의 손현보 목사가 ‘차별금지법 저지를 위한 2백만 연합예배’를 10월 27일 주일에 드리자고 제안했고, 6개 교단이 가을 총회에서 이 연합예배에 참여하는 결의를 했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한국 교회가 그동안 지켜온 교회의 중요한 금기를 깨뜨리릴 뿐만 아니라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주류 한국 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오래 전부터 우려와 반대를 표명해왔고, 그 우려 가운데는 타당한 면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반대 집회를 주일 공예배를 활용해 개최하는 것과 교단 차원에서 결의하는 것은 향후 다른 정치적 상황들 속에서 교회가 지켜야 할 기준을 없애는 것이고 이는 교회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정부나 국회 어느 곳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 상황임에도 무리하게 반대 집회를 진행하려는 것은 누군가 이를 이용해 정치적 힘을 가지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기윤실 차원에서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별금지법에 대한 한국 교회의 입장과 정서를 알기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가운데 기윤실이 ‘차별금지법 저지를 위한 주일 연합예배’가 갖는 위험성에 대해 고하지 않는다면 이는 파수꾼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기윤실이 존재의 이유를 상실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윤실 공식 의사결정 단위에서 10.27 집회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하고, 10월 2일에 “예배와 기도회를 빙자한 주일 정치 집회를 공교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은 교단 헌법의 예배 정신을 훼손하고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한 신학적 기초를 흔드는 어리석은 일입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성명서의 후폭풍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습니다. 10.27 집회 주최 측에서는 기윤실에 ‘친동성애 단체’ 딱지를 붙이고 온갖 거짓과 모함을 일삼았고, 소위 말하는 ‘좌표 찍기’를 하며 온, 오프라인에서 기윤실을 괴롭혔습니다. 그리고 기윤실을 후원하고 있는 교회들에게 여러 통로를 통해 후원을 중단하도록 압박을 가했고, 실제로 작년 말 상당수의 교회들이 결국 기윤실 후원을 중단했습니다.

 

 

  사실 기윤실이 성명을 통해 지적한 것은 주일 공예배를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동원의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교단 총회가 교회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의제를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매우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기윤실을 이렇게까지 공격한 것은 기윤실이 했던 이야기가 너무도 맞는 이야기였고, 그들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이 일로 인해 기윤실이 타격만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교회가 후원을 중단하는 와중에 기윤실이 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올바른 분별의 기준을 제시해 주어 감사하다며 생각지도 않은 많은 기독 시민들이 회원가입을 하고 후원금을 보내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0.27 집회가 기윤실의 문제 제기에 영향을 받아 처음 계획에서 정치적인 색채를 많이 완화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10.27 집회가 단지 일회성 집회로 끝나지 않고 무언가 정치적 행동으로 이어질 것 같은 우려가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엇보다 10.27 집회가 기존의 기독교 집회의 금기를 깨뜨려버렸기 때문에 이후 어떤 일이 이어질지 불안한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2.3 불법 비상계엄이 터진 것입니다. 다행히 국회의 신속한 개입으로 비상계엄은 해제되었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가 진행되었습니다. 12.3 비상계엄의 불법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분명했기 때문에 이후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과 수사의 과정도 원활하게 진행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12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계엄의 정당성과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흐름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10.27 집회를 주도했던 세력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광화문에서 극우 집회를 주도했던 전광훈 세력과 양 날개를 형성하여 기독교인들을 동원했고 기독교와 신앙의 이름으로 거짓과 분열, 혐오와 폭력을 선동하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언행을 자행했습니다.

  불법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과 파면, 21대 대선 정국에서 기윤실은 기민하게 움직였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에 “윤석열 대통령은 반헌법적 계엄 선포에 대한 법률적 정치적 책임을 지고 하야해야 합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이후 복음주의 단체 및 교회들과 연대하여 “윤석열 파면과 더 나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그리스도인 연합기도회”를 이어가면서 그리스도인들의 참여를 이끌었습니다.또 한 탄핵 반대 집회가 격렬해지고 서부지법 난입 폭력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에 이어 “극한 정치적 갈등 속에 있는 기독시민을 위한 행동 지침”을 제시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대선 국면에서는 선거와 민주주의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기도하며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담아 소책자를 제작해 배포했고, 교회가 공직선거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렇게 힘들었던 계엄과 탄핵 국면을 지나 21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고, 정치적으로는 많이 안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 교회는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신뢰를 상실했고, 맛을 잃은 소금처럼 밖에 버려져 밟힐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한국 교회는 바벨론에 의해 멸망당하고 포로가 된 유대 백성들이 자신들이 멸망당했던 이유를 고찰하며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지 않았던 자신들의 죄를 회개하고 새롭게 신앙을 형성해갔던 그 역사를 배워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윤실은 한국 기독교 140년 역사를 돌아보며 한국 교회가 왜 이렇게 극우 정치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복음의 생명력을 잃어버렸는지 그 원인을 찾는 작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 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를 갖지 못하거나 의사결정에서 소외되었던 성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이러한 소통의 장을 통해 한국 교회의 변화를 위한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고 대안적인 담론을 마련하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기윤실은 지난 10.27 집회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선도하고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앞장서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공격을 받았습니다. 15개 교회가 후원을 중단했고 월 200만 원의 후원이 감소했습니다. 여러 기독교 단체와 매체로부터 ‘동성애 옹호’, ‘좌파’ 단체로 매도를 당해 조직이 휘청거리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온갖 부당한 인신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10.27 집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성명서를 준비하면서 기도했던 것을 떠올렸습니다. 만약 10.27 집회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보면서도 공격 받을 것이 두려워 침묵했다면 이후 벌어진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10.27 집회 이후 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15개 교회가 후원을 중단했지만 50여명의 개인들이 후원회원으로 가입을 했습니다. 회원 확대 운동을 펼치는 시기가 아닌 일상 시기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한꺼번에 회원 가입한 것은 기윤실 역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지난 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주류 한국교회는 불법 비상 계엄을 옹호하고 온갖 거짓과 선동을 일삼으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에 앞장섰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 교회의 전체가 아니며 한국 교회를 과잉 대표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상식과 양심에 입각하여, 더 나아가 하나님의 공의로운 통치를 갈망하는 마음으로 불법 계엄을 심판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일에 함께 해왔습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극우화된 주류 한국 교회의 흐름을 거슬러 기독교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해주기를 바라는 큰 갈망이 있었고, 이러한 갈망이 기윤실 회원 가입이라는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어려운 시기에 기윤실 후원 회원으로 가입한 50명의 회원님들에게서 큰 격려를 얻고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한국 교회에 대해 염려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마음과 힘을 더 적극적으로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기윤실 후원을 중단한 15개 교회도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전체 교인의 의사가 모아진 것이라기보다는 당회 등 의사결정 단위에서 소수가 강력하게 반대한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수의 극단적인 목소리가 한국 교회를 과잉 대표하면서 전체 교회를 잠식하고 있는 이 상황을 더 이상 방기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온 세상을 공의와 사랑으로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통치가 한국 교회를 통해 드러나도록 하는 실천의 길을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이 일에 기윤실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중심을 잡고 앞장서겠습니다. 기윤실에 힘을 모아주십시오.

  지난 10.27 집회와 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저는 기윤실 공동대표 직을 4년 더 감당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무슨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리에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한국 교회가 매우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고, 이 가운데 기윤실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저로서는 하나님이 제게 주신 마음과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교회의 재구성과 회복을 위해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생님께도 이 일에 함께 해주시기 원하신다면 후원회원 가입으로, 또 기존 회원께서는 후원금 증액으로 힘을 보태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아래 제시해드리는 모금 기대표를 보시고 선생님의 형편을 따라 힘닿는 데까지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주변에도 이 편지를 전해주셔서 함께 참여하자고 초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 교회가 다시금 복음의 생명력을 품도록 하며 우리 사회와 교회에 필요한 대안적 길을 내도록 하는 기윤실 운동의 적극적인 주체가 되어 주십시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년 6월 23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및 상임집행위원장 정병오 올림

 

8월 15일까지 200명의 신규 회원과 100명의 증액 회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래 제시된 모금 기대표를 보시고 선생님께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선생님께 두세 차례 더 편지를 보내드리며 동참 현황도 공유하겠습니다.

신규 회원

증액 회원

후원금
동참인원
소계
후원금
동참인원
소계
100,000원
10명
1,000,000원
50,000원
5명
250,000원
50,000원
20명
1,000,000원
30,000원
10명
300,000원
30,000원
40명
1,200,000원
20,000원
20명
400,000원
20,000원
80명
1,600,000원
10,000원
45명
450,000원
10,000원
50명
500,000원
5,000원
20명
100,000원
합계
200
5,300,000
합계
100
1,5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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