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설립 이래 지속되어 온 자유 무역 기조를 그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으로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에게 더 큰 부담이 될 것이고, 연방준비제도(Fed, 미국 중앙은행)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면 이는 달러 가치 상승,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당초 목표로 했던 무역수지 불균형은 별로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 (본문 중)
조규봉 (한동대 경영경제학부 교수)
2025년 4월 2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선포했다. “해방의 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우리의 ‘광복절’과 같은 날이다. 그날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이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게 떠들썩한 선포가 이뤄진 후 미국 주식 시장을 비롯해 전 세계 주식 시장은 폭락을 경험했다. 해방의 메시지가 지극히 우울한 결말로 이어진 셈이다.
도대체 ‘해방의 날’에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메시지를 던졌길래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주식 시장이 폭락의 나락으로 빠져들었을까? 바로 미국 정부가 교역국을 대상으로 상당 수준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이러한 관세 부과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발표된 “미국 우선 무역 정책”에 근거하여 미국 정부 부처가 미국의 무역 수지 적자 원인을 분석하고 무역 수지 적자가 경제‧국방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 후 이에 따라 내려진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무역 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발생한 경제와 국가 안보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역국에 대해 관세 부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 정책은 모든 교역국에 적용되는 보편 관세(10%), 국가별로 다른 세율의 관세가 적용되는 상호 관세, 그리고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철강, 알루미늄 등에 대해 별도로 부과되는 품목 관세(25%)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설립 이래 지속되어 온 자유 무역 기조를 그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으로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에게 더 큰 부담이 될 것이고, 연방준비제도(Fed, 미국 중앙은행)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면 이는 달러 가치 상승,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당초 목표로 했던 무역수지 불균형은 별로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의 교역 대상국, 특히 신흥국에게는 대미 수출 감소로 인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러한 우려가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엄청난 후폭풍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 조치 발효 시점(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 4월 9일 오전 12시 1분) 이후 불과 13시간 만에 90일간 ‘차등 관세 부과 유예’(중국 제외) 등 기존 정책에서 후퇴하는 조치를 발표하였다. 유예기간 동안 일본, 중국 등 일부 국가와 개선된 협상 결과가 발표되고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 IMF에서도 지난 4월 22일,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의 3.3%에서 0.5%p, 글로벌 교역 물량 증가율을 기존의 3.2%에서 1.5%p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우리 기업의 대미(對美) 수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자. 미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한 전 품목에 대해 보편 관세 10%, 상호 관세 25%(7월 9일까지 유예)가 부과되며, 철강, 자동차(부품 포함) 등 일부 수출품에 대해서는 25%의 품목 관세가 부과된다. 보편 관세와 품목 관세는 올해 4월부터 이미 부과되고 있는데, 그 결과 3월까지 상승세를 보이던 대미 수출은 4월 들어 전년 대비 6.8% 감소하였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수출 부진이 우려되는데, 5월 1일부터 20일까지 전체 승용차 수출은 대미 수출 감소 영향으로 전년에 비해 6.3%나 감소하였다. 만약 상호 관세까지 예정대로 부과된다면 대미 수출 감소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수출 부진은 우리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대미 수출 비중은 18.7%(2024년 기준)로 중국(19.5%)에 이어 두 번째로, 대미 수출 감소는 전체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품목 관세 대상 산업을 보더라도 자동차는 2024년 기준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4%, 자동차 부품은 3.3%, 철강 제품은 4.9%로 수출 품목에서의 비중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대미 수출 감소와 자동차, 철강 등의 수출 감소는 국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러한 부정적 전망을 반영하듯 IMF는 4월 경제 전망 발표에서 2025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당초 2%의 절반인 1%로 하향 조정하였다.
6월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 없이 바로 대통령의 임기를 시작했다. 새로운 정부는 미국과의 상호 관세 협상에 즉시 임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새 정부는 우선 여러 국가의 협상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우리 기업, 국가 경제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신속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미 수출 부진을 상쇄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과감하고 선제적인 지원책 또한 준비함으로써, 이 난국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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