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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러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 이야기를 하는 이와 듣는 이 모두를 변화시킨다. 나는 어떤 이야기에 감탄하는가. 어떤 풍경에 눈물을 글썽이는가. 어떤 말에 세계의 확장을 경험하는가. 어둠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촛불처럼 꺼내 보는가. 어떤 이야기에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느끼는가. 이 이야기가 이끄는 곳으로 마음을 듬뿍 내어주고 싶다. 삶을 발명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해야 할 가장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본문 중)
강은혜(갈피책방 책방지기)
정혜윤 │ 『삶의 발명』 │ 위고
2023. 10. 25. │ 232쪽 │ 17,000원
며칠 전, 나이 지긋한 단골 선생님이 책방에 들어오셨다. 더위가 한풀 꺾인 것 같다고, 이제 정말 가을이 찾아온 것 같다며 날씨 이야기를 가볍게 주고받던 중 선생님이 이야기했다.
가을이 되니까 시를 읽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휴대전화로 누가 낭독한 시를 귀로 들으면서 산책을 하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는 거예요. 왜 이렇게 눈물이 났을까? 나이 들어서 너무 주책맞죠?
음료를 만들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대답했다.
전혀요! 시적인 순간들에 마음이 일렁이는 건 아주 멋진 것인데. 귀로 시를 읽고 눈물을 흘리셨다니, 너무 소중한 경험이에요!
선생님의 마음을 울려버린 시의 제목은 무엇이었는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무장해제 시켜버린 문장이 무엇이었는지. 너무도 여쭤보고 싶었지만, “그런가요? 허허허” 하며 멋쩍어하시는 선생님을 붙잡고 질문을 던질 수는 없었다. 다만 시가 건네 온 이야기에 마음을 내어준 선생님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삶의 발명』 표지 ⓒ위고
이야기의 힘을 ‘백 퍼센트’ 믿는 정혜윤 작가 역시 이렇게 말한다.
“그 이야기 참 좋다”
이 말의 힘을 나는 백 퍼센트 믿는다. 이야기가 좋으면 나도 모르게 감탄하면서 마음이 환해진다. 감탄할 때 현실이 달리 보였고,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이란 게 분명 존재한다고 느껴졌고, 사는 것이 더 재미있어지고 더 좋아지고 내가 뭘 해야 할지도 알 것 같았다. 그때는 세상은 따라 해야 할 일투성이로 보였고 세상 또한 사랑할 만한 것으로 보였다.
(정혜윤, 『삶의 발명』 中)
『삶의 발명』에서 작가는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지만 쉽게 지워져 버린 목소리를 다시 불러낸다. 태평양전쟁 당시 포로 감시원으로 동남아시아로 갔다가 광복 후 전범이 된 조선인들,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 12년 동안 갇혀 있다가 야생으로 돌아간 흑두루미 두리, 불법으로 포획돼 돌고래 쇼를 하다가 야생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춘삼이와 시월이….
작가는 이 이야기를 ‘발명’이라는 이름으로 묶는다. 앎의 발명, 사랑의 발명, 목소리의 발명, 관계의 발명, 경이로움의 발명, 이야기의 발명. 여기서 발명이란, 세상에 없던 것을 갑자기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했으나 외면당했던 것을 다시 존재하게 하는 일이다. 슬픔, 상실, 절망, 잊혀짐 속에서도 사랑과 목소리를 발명해 내는 에너지. 마치 이야기에 후! 하고 숨을 불어넣어, 삶을 다시 존재하게 하는 적극적인 행위.
삶은 여러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 이야기를 하는 이와 듣는 이 모두를 변화시킨다. 나는 어떤 이야기에 감탄하는가. 어떤 풍경에 눈물을 글썽이는가. 어떤 말에 세계의 확장을 경험하는가. 어둠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촛불처럼 꺼내 보는가. 어떤 이야기에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느끼는가. 이 이야기가 이끄는 곳으로 마음을 듬뿍 내어주고 싶다. 삶을 발명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해야 할 가장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이런 사람들의 핏속에는 별빛이 흘러 다닌다. 피부에는 별빛 가루가 뿌려져 있다. 이 사람들의 빛이 내게로 흘러온다. 이런 사람들이 없다면 말을 건넬 사람도, 기댈 곳도, 기대할 것도 없이 살게 된다. 나는 하늘의 별을 볼 때처럼, 심금을 울리는 희생과 헌신과 책임감의 이야기들에 매료된다. 나의 욕망 중 가장 큰 욕망은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대한 욕망이고 나는 이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인간적인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본다. 나는 이 경이로운 마음들과 함께 멀리 가보고 싶다. 더 많은 하지 않음, 포기를 발명하면서.
(정혜윤, 『삶의 발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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