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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월에는 교회력의 사순절(Lent) 기간이 시작됩니다.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묵상하며 신앙의 본질을 되새기는 기간으로, 오늘날 전 세계 교회가 이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순절의 역사적 배경과 현대적 의미를 살펴보고, 우리가 이 기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본문 중)

 

김형락(서울신학대학교 예배학 교수)

 

매년 2월에는 교회력의 사순절(Lent) 기간이 시작됩니다.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묵상하며 신앙의 본질을 되새기는 기간으로, 오늘날 전 세계 교회가 이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순절의 역사적 배경과 현대적 의미를 살펴보고, 우리가 이 기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사순절의 역사적 배경과 교회 전통의 형성

 

‘사순절’이라는 말은 ‘40일’을 의미하는 라틴어 ‘콰드라제시마’(Quadragesima)에서 유래했는데 이 절기는 예수님이 광야에서 40일 동안 금식하시며 시험받으신 사건(마 4:1-11; 막 1:12-13)을 기념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초기 교회부터 사순절은 회개와 금식, 기도를 통해 신앙을 점검하고 준비하는 기간으로 자리 잡았는데, 그리스도인들은 이 40일의 기간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향해 예루살렘으로 가셨던 여정, 곧 고난의 길에 동참하는 시간으로 이해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신앙을 훈련하는 시간으로 삼았습니다.

 

초기 교회에서는 부활절에 세례를 받을 세례 후보자들이 사순절 동안 특별한 영적 훈련과 금식을 행하며 부활절을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3세기 문헌인 『사도 전승』에 따르면, 세례를 받을 사람들은 사순절 후반 중 어느 기간에 매일 교회에 모여 기도를 드렸고, 부활절 직전 주간인 고난 주간의 목요일부터는 교회에 머물며 목욕, 금식, 밤샘 기도를 통해 세례를 준비한 후 주일 새벽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세례 준비 기간이나 금식의 방식과 범위에 관해서는 지역 교회마다 차이가 있었습니다. 동방 교회와 서방 교회 사이에도 차이가 있었고, 사순절의 시작 날짜와 기간도 통일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혼란을 정리하고 교회 전통을 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 니케아 공의회(주후 325년)였습니다. 니케아 공의회는 주로 부활절 날짜를 결정하는 문제를 다루었지만, 동시에 부활절을 준비하는 기간으로서 사순절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이를 교회력의 한 부분으로 정착시키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니케아 공의회 이후 사순절은 부활절 이전 40일 동안 금식과 회개로 준비하는 시기로 전 세계 교회가 공식적으로 지키는 절기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개신교의 사순절

 

종교개혁 이전 중세 교회에서는 사순절 동안 육식 금지, 특정 음식과 즐거움의 제한, 엄격한 금욕이 강조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실천은 점차 신앙의 본질보다는 외형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마르틴 루터와 장 칼뱅을 비롯한 개신교 지도자들은 사순절을 포함한 전통적 금욕 관습을 개혁하게 되었습니다.

 

개신교회는 사순절을 외형적 규율보다는 내적 신앙 훈련과 회개, 그리고 말씀 묵상을 중심에 두는 절기로 재해석하였습니다. 루터는 금식 자체를 의무로 삼기보다는 하나님께 나아가는 마음과 회개, 그리고 이웃 사랑의 실천을 강조하였습니다. 칼뱅 역시 금욕적 관습보다 성경적 원리와 신앙적 삶을 중시하며, 사순절을 신자들이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고 은혜의 삶을 새롭게 살고자 결단하는 시간으로 이해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개신교 사순절은 ‘규율과 형식’에서 ‘신앙의 내면과 삶의 적용’으로 그 초점이 이동하였습니다. 오늘날 많은 개신교회는 엄격한 금식보다는, 일상에서 불필요한 습관과 욕망을 절제하고, 말씀과 기도를 통해 삶을 돌아보며, 이웃과 공동체를 섬기는 실천으로 사순절을 지킵니다. 한국 개신교의 경우 전통적으로 이 기간을 40일 새벽 기도, 금식, 성경 읽기와 같은 영적 훈련을 행하고 부흥회나 사경회를 가지며 하나님과 교회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보내왔습니다.

 

사순절의 현대적 의미

 

오늘날 사순절은 단순한 금식과 절제의 기간을 넘어 신앙의 본질을 성찰하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예수님의 고난과 사랑을 깊이 묵상할 기회를 갖기 어려운 현대인에게 사순절은 삶을 잠시 멈추고 신앙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점검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우리는 이 기간을 다음과 같은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예수님의 고난 여정에 동행하는 시간: 이 기간은 예수님이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신 길을 기억하며,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그 길에 동참하는 시간입니다.

(2) 회개의 시간: 삶과 신앙을 돌아보고 하나님께로 돌이키는 기간입니다. 이는 단순히 죄의 목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중심과 신앙의 방향을 점검하는 시간입니다.

(3) 절제와 영적 훈련의 시간: 현대적 의미에서 금식은 음식에 대한 절제만이 아니라, 소비 습관, 미디어 사용, 반복적인 일상의 행태를 점검하며 마음을 하나님께 집중하는 훈련을 포함합니다.

(4) 공동체적 실천의 시간: 사순절은 개인적 성찰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가 함께 나눔과 기도, 봉사를 통해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기간입니다.

 

사순절 기간의 예배

 

사순절은 부활절로부터 46일 전에 시작됩니다. ‘40일’을 기념하는 기간이지만, 이 기간에 포함된 주일들은 금식일에서 제외되어(주일은 본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기에) 실제로는 46일이 됩니다. 이 기간 동안 교회는 다음과 같은 예배를 드립니다.

 

(1) 재의 수요일(참회의 수요일) 예배: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예배로, 항상 수요일에 드립니다. 인간의 유한성과 죄성을 기억하며 이마에 재를 바르는 의식을 통해 회개와 겸손을 강조합니다.

(2) 여섯 번의 주일 예배: 주일에는 금식에서 벗어나 온전히 예배를 드리며, 예수님의 예루살렘 여정을 따라가는 말씀과 기도를 중심으로 예배를 구성합니다.

(3) 고난 주간의 예배들: 사순절의 마지막 주간은 고난 주간입니다. 여섯 번째 주일은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심을 기리는 종려 주일이며, 고난 주간의 시작일이 됩니다. 이 주의 목요일에는 세족식과 성찬 중심의 예배를 드리고, 금요일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심을 기념하는 성금요일 예배를 드립니다. 전통적으로 성금요일 예배는 암전 예배(테네브래) 형식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토요일 밤에는 부활절을 맞이하기 위해 밤샘 기도를 드리며, 새벽에는 빛의 예배로 부활을 선포하였습니다.

 

사순절은 단순히 40일 동안 부활절을 준비하는 기간이 아니라, 부활의 기쁨과 소망을 깊이 누리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십자가의 길을 기억하고, 그 삶에 동참하는 시간입니다.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를 묵상하며 우리의 삶 속에서 그 의미를 실제로 살아 내는 것이 사순절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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