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신뢰도 하락 고착 … 시민들은 공공성 회복한 교회 원한다”
기윤실, 지난달 27일 ‘2026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발표
신뢰도 19%로 꾸준히 하락 … ‘가장 친근한 종교’ 질문에도 최하위
추락한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지형은 목사)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6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발표에서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단 19.0%에 그쳤다. 6차 조사인 2020년 30.0%, 7차 조사인 2023년 20.8%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낮은 것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문제는 낮은 신뢰도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를 분석한 성석환 교수(장신대)는 “‘신뢰한다’는 응답과 ‘신뢰하지 않는다’ 응답의 격차가 56.4%p나 된다. 그마저도 ‘신뢰한다’는 응답에는 기독교인 내부자의 비율이 높다”면서 “이전 조사를 비교해봐도 신뢰도는 한 번 반등이 있었지만 불신은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한국교회에 대한 구조적 불신 상태가 공고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냉정하게 회복이 불가능하다고까지 판단할 수 있는 수치”라고 진단했다.
가장 신뢰하는 종교를 묻는 질문에서는 천주교가 25.3%로 1위를 차지했고 불교가 24.4%로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개신교는 그보다 격차가 벌어진 13.6%를 기록했다. ‘신뢰하는 종교가 없다’는 응답이 천주교보다 높은 25.6%로 종교 전반에 대한 불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친근한 종교’를 묻는 질문에서도 불교(34.0%), 천주교(21.5%), 개신교(16.7%) 순을 기록해 개신교의 성적표는 이번에도 좋지 않았다.
심각한 수준까지 추락한 신뢰도는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힘들다는 것이 성 교수의 분석이다. 목회자에 대한 신뢰도를 묻자 ‘신뢰한다’는 응답은 한국교회 신뢰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21.1%였고 개신교인의 말과 행동에 대한 신뢰도 역시 18.7%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무너진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복안은 있을까. 시민들은 무엇보다 ‘공공성의 회복’을 절실히 요청했다. ‘한국교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개선되어야 할 점’을 묻자 ‘공공의 이익보다 교회의 이익을 앞세움’이 1위로 지목됐다. ‘자기부인’과 ‘내려놓음’의 종교여야 할 개신교가 오히려 이기적인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한국교회 신뢰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활동’ 역시 ‘윤리와 도덕 실천 운동’이 58.6%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한국교회가 중요한 사회 활동으로 여기고 힘써왔던 ‘봉사 및 구제활동’(19.4%)과는 격차가 상당했고 ‘환경·인권 등 사회운동’(4.8%), ‘학교 운영 등 교육 사업 활동’(2.8%)이라 답한 응답도 저조했다.
최근 불거진 정교분리 논란과 교회, 목회자의 정치 참여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문항도 있었다. ‘교회 혹은 목사가 정치적 이슈에 대해 발언이나 찬반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대다수인 88.5%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성석환 교수는 “‘비상 계엄 이후 한국교회의 태도’를 묻는 질문에 26.6%가 ‘교회는 계엄을 옹호한다’고 답했다. ‘계엄을 반대한다’는 응답 14.4%보다 약 두 배 높은 수치다. 교회의 이념성향을 묻는 질문에도 ‘대체로 극우 성향을 보인다’는 응답이 23.2%나 됐다”면서 “이는 교회의 극우 성향이 과잉 대표되고 있다는 것과 이런 인식이 신뢰도 하락에도 심각하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또 “불신이 기본값이 된 현실에서 개신교의 자정 노력으로도 불신 분위기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교회에도 영향을 줘서 방어적 태도와 내부 결집 강화에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공동선을 추구하고 사회적 갈등 조정에 참여하는 기독교 시민사회의 새로운 공공신학적 실천이 필요하다. 교회의 극단적 정치 참여 방식에 대한 성찰과 재정립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상덕 교수(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한신대)는 탈종교화 현상과 공공성 상실의 관점에서 이번 조사 결과를 살폈다. 종교와 거리가 멀어진 ‘탈종교화’ 사회라고는 하지만 유독 개신교에서 신뢰도와 친근감이 급락하고 있는 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친근감 있는 종교’를 묻는 질문에서 가장 최근 조사인 2023년과 비교해 수치가 하락한 것은 3대 종단 중 개신교뿐이었다. 천주교는 19.9%에서 21.5%로 상승했고 불교는 23.2%에서 34.0%로 고무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30대 이하 젊은 집단에서 친근감이 급상승한 것이 눈에 띈다.
김 교수는 “탈종교화 시대는 종교의 소멸이 아니라 재배치를 의미한다. 이런 흐름에서 한국교회는 공공성을 회복하는 방향이 아니라 극우 정치와 결합하는 양상을 보였다. 사회 활동의 상징이었던 광장은 진영 대결의 공간으로 전락했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가 아니라 민주사회를 위한 기독 시민의 자질, 열린 대화와 상호 존중, 공동의 선을 추구하고 앞서 희생하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