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공적 생활 관계 고민하는 아브라함 카이퍼 컨퍼런스, 2027년 한국서 개최
2026년 2월 25일~27일 서울
“분열·공포 아닌 기독교적 지혜 통해 공적 문제 논의할 것”
2027 아브라함 카이퍼 컨퍼런스가 2027년 2월 25일부터 27일까지 한국에서 열린다. 2027아브라함카이퍼컨퍼런스한국개최준비위원회는 3월 5일 서울 성동구 성락성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최 취지와 계획을 발표했다.
아브라함 카이퍼 컨퍼런스는 칼빈주의 신학자이자 네덜란드 총리를 지낸 아브라함 카이퍼의 사상을 기리기 위해 1998년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시작된 국제 학술 모임이다. 카이퍼는 ‘영역 주권’ 사상을 중심으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발전시켰고, 기독교 정당인 ‘반혁명당’을 창당하는 등 신앙과 공적 영역의 관계를 탐구해 왔다. 컨퍼런스에서는 매년 카이퍼의 신학과 공적 영역을 주제로 학술 발표를 진행하며, ‘카이퍼상’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한다. 미국 칼빈대학교, 영국 에든버러신학교,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신학교 등이 공동 주최하고, 세계 각지 신학자·목회자·활동가 100여 명이 참석한다.
이번 행사는 주최 측이 한국의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에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기윤실 지형은 이사장은 “(한국의) 기독교 안에서 극우 집단이 준동하고 있다. 아브라함 카이퍼의 사상과 삶, 신학적 내용이 오늘날 한국교회에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건강한 신앙을 추구하고 성경적인 균형을 다시금 세워 가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컨퍼런스 개최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매튜 캐밍크 교수(네덜란드 위트레흐트신학교)는 “한국처럼 네덜란드와 미국, 아프리카, 브라질 등에서도 복음과 공적 생활을 어떻게 연계해야 할지, 신앙과 경제, 시장, 공적 생활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할지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컨퍼런스의 목적은 성경으로 돌아가 예수 안에 있는 소망을 찾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이용하는 분열과 공포가 아닌 하나님과 성경과 기독교적 지혜를 통해 공적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손현보 목사 등 목회자의 정치 참여 문제나 극우화하는 한국교회에 대해 언급하며, 카이퍼의 개혁주의 신앙이 정치적 양극단에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필요하다고 했다. 매튜 캐밍크 교수는 “그리스도인들은 정치에 참여할 책임이 있다. 정치는 이웃을 사랑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라면서도, “목사들은 특정 정당에 투표하라고 말할 게 아니라, 교인들이 합당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카이퍼는 복음주의·개혁주의 사상가이지만, 극우 개신교 진영에서도 그의 사상이나 기독교 세계관 담론을 끌어다 쓴다. 매튜 캐밍크 교수는 “미국에서도 카이퍼가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미국 극우 운동은 카이퍼를 인용하면서 우리는 예수의 이름으로 이 나라를 지배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카이퍼는 극좌나 극우 어느 쪽에도 잘 맞는 사람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양극단 모두에게 비판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이퍼 컨퍼런스는 다양한 공적 주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이지만, 특정한 견해를 지지하는 자리는 아니다. 매튜 캐밍크 교수는 “이 컨퍼런스는 특정한 정치적 성향이나 시각을 전제로 하지 않고, 전 세계 학자들이 참여해 다양한 관점을 나누기를 기대하고 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일지라도 대화에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의 핵심이자 가장 중요한 논의의 중심은 성경과 예수님이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예수님이 명령하신 것은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 준비 실무를 맡은 기윤실 정병오 공동대표는 “한국교회가 겪는 갈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교회가 함께 겪고 고민하는 문제”라면서 “한국의 고민을 공유하는 것이 세계 교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위원회는 향후 1년의 준비 기간 동안 구체적인 세션 주제들과 시민사회 단체와 활동가·신학자·목회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 등을 구성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