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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역 교회 목사로 살면서 교인들이 이 당면 과제에 부딪히는 순간을 종종 만난다. 그들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복음은 ‘우리 자녀’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답하기가 쉽지 않다. 학창 시절 그들을 매료시켰던 교회의 모습이 이제는 자녀들을 매료시키지 못한다. 학창 시절 그들에게 신앙을 갖게 만들었던 교회가 이제는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달하지 못한다. (본문 중)
홍동우(부산 동신교회 청년부 목사)
정재영 외│『부모의 신앙 축복인가 굴레인가』│IVP
2026. 1. 6.│228쪽│15,000원
‘가정 예배’, ‘온 세대 예배’, 한때는 생소했으나 이제는 한국 교회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단어들이다. 예전에는 ‘선교’를 외쳤는데 이제는 ‘가정 예배’를 외친다. 예전에는 교역자들이 ‘교회학교 부흥’을 위해 여러 고민을 했다면 이제는 ‘온 세대 예배’를 기획하기 위해 고민한다. 그렇다, 분명 교회가 달라졌다. 대한민국 사회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신생아 탄생 숫자는 점점 줄어든다. 고령층 및 은퇴자의 비율은 점점 증가한다. 국가의 세수도 해마다 줄어든다. 한때 성장을 멈추지 않고 선진국에 진입했던,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었던 대한민국 사회는 말 그대로 ‘위기’다. 대한민국 사회는 서서히 늙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 종속된 한국 교회 또한 마찬가지로 늙어가고 있다.
국가가 성장할 때는 교회도 성장했다. 전도할 이들도 많았다. 구령의 열정을 감당치 못하여 해외 선교로도 눈을 돌렸다. 반면 국가도 교회도 이제는 늙어가고 있다. 생존도 벅차다. 이제 교회는 내부로 눈을 돌린다. 교회로 유입되는 숫자는 점점 줄어든다. 이탈하는 이들부터 막아야 한다. 해외 선교도 좋지만 이제는 기존 교인들의 자녀들부터 선교(?)해야 한다. 늙어가고 있는 한국 교회가 맞이한 ‘가족 종교화 현상’의 단면이다. ‘한국교회탐구센터’에서는 한국 교회의 ‘가족 종교화 현상’을 해석하기 위해 2023년 7월 28일부터 8월 11일까지 15일간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초등학교 이전부터 교회에 출석하여 지금까지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전국의 만 19-59세 1,000명에게 무려 70개가 넘는 질문을 던졌다.
『부모의 신앙 축복인가 굴레인가』는 해당 여론 조사를 바탕으로 한국 교회에 드리운 ‘가족 종교화 현상’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정재영 교수는 여론 조사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을 해석하는 글을 기고했고, 송인규 교수는 실제로 가정 내에서 신앙 계승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제언하는 글을 썼다. 구미정 교수, 김선일 교수, 김상덕 교수는 각자의 관점에서 ‘가족 종교화 현상’에 대해 다소 비판적으로 숙고해 볼 점들을 짚었다. 드러난 것들을 보면 마치 남유다가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갔을 때와 같다. 성전은 파괴되었고 땅도 잃어버렸다. 당연히 기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이야기만 할 수도 없다. 이는 교회가 당면한 현실이다. 거스를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 어떻게든 길을 찾아내야 한다.

명(明), 그리고 암(暗)
자녀와 부모가 신앙적인 대화를 나누는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부모 중 한 분 이상이 살아계신 892명 중에서 57%가 부모와 신앙적 대화를 나눈다고 응답했다(21쪽).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스스로 신앙 성숙 단계가 높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부모와 신앙적 대화를 많이 나눈다고 응답했고, 또한 학창 시절 가정 예배를 정기적으로 드리는 가정에서 자라난 이들이 신앙적 대화를 많이 나눈다고 응답했다. 반대로 부모가 자녀와 신앙적인 대화를 나누는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자녀가 있는 562명 중에서 61.6%가 ‘나눈다’라고 응답했다(23쪽). 특별히 학창 시절 가정 예배를 정기적으로 드리는 가정에서 자라난 이들의 84.2%가 신앙적 대화를 나눈다고 응답했다. 학창 시절 드렸던 가정 예배가 가져온 결실이 수치로도 확인된다.
1,000명 중에서 355명은 부모님의 신앙생활이 과도하다고 응답했다(33쪽). 355명 중에서는 42.2%가 부모님의 과도한 신앙생활이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응답했다. ‘가정 예배를 드리지 않는 가정’일수록 부모님의 신앙생활이 과도했고, 이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하는 비중이 높았다. 정재영 교수는 이를 분석하면서, 응답자들이 ‘가정 예배를 통해 부모의 신앙관이나 정서를 더 잘 이해하기 때문’(34쪽)이라고 해석한다. 또한 1,000명 중에서 796명이나 교회가 가정의 신앙 성숙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64쪽) 교회가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부모 역할 교육’, ‘자녀와 함께 하는 신앙 프로그램’, ‘가정 예배 드리는 법’ 등의 교육을 제공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는 모두 가정 내의 신앙 교육이 유의미하다는 공통된 인식을 반영한다. 이를 돕기 위한 구체적 제언들은 송인규 교수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만 더 곱씹어보아야 할 문제는 서두(75-77쪽)에 있다. 가족 종교화의 문제는 기껏해야 부모의 신앙이 건전하고 성숙하며 이에 영향을 받은 자녀들이 교회에 출석 중인 경우를 다룬다. 즉 부모의 신앙이 불건전하고 미성숙한데도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경우 혹은 더 넓게 잡아 부모가 그리스도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교회에 출석하는 경우는 다루지 못한다. 즉 교회가 ‘가족 종교화 현상’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복음의 적용 범위가 좁아졌다는 방증이다. 이는 구미정 교수, 김선일 교수, 김상덕 교수가 지적하는 ‘한국 교회의 공공성 부재’(145, 163, 187-191쪽)와도 관련되어 있다.
암(暗), 그리고 명(明)
2023년 기윤실 조사에 따르면, 기독교에 대한 호감도는 16.2%다. 가톨릭(24.7%), 불교(23.4%)보다 낮다. 전체 응답자 중 ‘한국 교회를 신뢰한다’라는 응답은 21%이고, 비종교인의 경우만 살피면 10.6%다(186쪽). 개신교인조차도 37%에 지나지 않는다(140쪽). 또한 한국교회탐구센터의 여론 조사에서는 자녀를 가진 562명 중에 69.1%가 한국 교회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자녀의 신앙적 양육이 방해를 받는다고 응답했다(44쪽). 구미정 교수와 김선일 교수는 특별히 앞선 여론 조사에서 학창 시절 신앙에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1순위와 2순위를 포함하여 ‘어머니’를 꼽는 비율이 71.9%라는 사실에 주목한다(52쪽).
구미정 교수는 어머니가 아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신앙 태도를 견지한다는 점을 지적한다(145쪽). 이는 사적인 영역은 안사람(여성)이 전담하는 전형적인 낡은 가부장제 질서의 산물이 아닐까? 김선일 교수 또한 이를 두고 ‘신앙이 공적인 영역과 연결되지 못하고 개인의 위로와 가족 내 화목을 위한 사적인 용도에 머무르고 있다는 방증’이라 지적한다(162쪽). 두 저자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한국 교회에 통용되고 있는 복음에 공공성이 상실되었다는 점이다. 신앙생활이 공공성이 상실된 사적 종교 행위에 머물러 있기에 신앙이 주로 어머니에 의해 전수되어 온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 종교화 현상’은 한국 교회 쇠퇴의 연장선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이는 또한 한국 교회의 쇠퇴를 가져온 복음 왜곡 현상의 한 측면이다.
흥미롭게도 이와 같은 문제는 송인규 교수의 제언과도 잇닿아 있다. 송인규 교수는 가정 내 바람직한 신앙 계승을 위해 삶을 통한 모범과 인격적 소통을 강조한다(130쪽). 그러나 실천적 삶의 결여는 비단 가정 내 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며, 소통의 부재 또한 가정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이는 복음의 공공성을 상실한 채 사적 종교에 머물러온 한국 교회 전체의 고질적 문제의 한 단면이다. 따라서 ‘가정 내 신앙 계승’이라는 당면 과제는 한국 교회의 뿌리 깊은 ‘공공성 상실’ 문제와 엮여 있다. 교회가 먼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누구도 거부하지 않는 안전한 공간’(199쪽)을 꿈꾸고 모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교회는 먼저 공공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뿌리 깊은 문제는 외면하면서 ‘가정 내 신앙 계승’이라는 당면 과제에만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필자는 지역 교회 목사로 살면서 교인들이 이 당면 과제에 부딪히는 순간을 종종 만난다. 그들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복음은 ‘우리 자녀’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답하기가 쉽지 않다. 학창 시절 그들을 매료시켰던 교회의 모습이 이제는 자녀들을 매료시키지 못한다. 학창 시절 그들에게 신앙을 갖게 만들었던 교회가 이제는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달하지 못한다. 눈을 크게 열고 한국 교회 전체를 보면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과제를 보게 된다. 목사로서 나 자신에게 끝없이 질문한다. 복음은 망가진 오늘날의 ‘우리 교회’를 구원할 수 있을까? 역시 쉽지 않다. 성경을 배우고 신학을 배워도 망가진 현실의 교회를 고칠 수 있을 것인지는 난망하다.
우리 자녀를 구원하는 길은 우리 교회를 구원하는 길과 서로 엮여 있다. 『부모의 신앙 축복인가 굴레인가』는 우리에게 이 두 가지 문제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는 인사이트를 던진다. 자녀를 구원하기 위해서라도 교회를 구원해야 하며, 교회를 구원하다 보면 자녀들 또한 구원받는 일들을 보게 될 것이다. 서서히 늙어가는 한국 교회의 ‘가족 종교화 현상’을 보며 고민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특별히 교회 지도자들은 여론 조사 결과와 각 저자들의 제언을 읽어 나가며 묵혀왔던 고민이 새로운 인사이트와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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