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VE letter 101호 보러가기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흘러가고 있는 걸까.”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나를 향한 질문을 꺼내보기도 전에 접어버리게 됩니다.
나약해 보일까 스스로를 더 몰아붙이고, 방향을 잃은 느낌이 들어도 멈출 여유 없이 계속 달리게 되죠. 그러다 어느 순간, 어디로 가야 할지, 언제 멈춰야 할지도 모른 채 서 있게 됩니다.
이번 뉴스레터의 인터뷰를 읽으며 느낀 건, 답을 찾기 어려운 순간일수록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질문을 꺼낼 수 있는 공간과 사람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교육연구소 온삶’과 ‘브리스의 거실’을 운영하는 손민정 교육기획자의 이야기는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라 사람 안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순간, 정답이 아니라 나만의 나침반을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돌보는 일이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지금 막막한 상태에 있다면, 방향을 찾기 전에 잠시 앉아 숨 고를 수 있는 ‘거실’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인터뷰를 통해 나를 위한 5분의 시간을 챙길 수 있길 소망합니다. – 시온 드림
거실 문을 열어두는 사람
손민정 교육기획자 인터뷰
<사랑방 손님과 WAYVE>는 청년들의 관심사, 가치관, 진로 등의 질문에 다양한 사례와 길을 제시해줄 수 있는 분들을 WAYVE의 사랑방에 모셔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사랑방 손님은 교육연구소 온삶 대표이자 연남동에 있는 브리스의 거실을 운영하고 계신 손민정 교육기획자입니다. 브리스는 breathe, 즉 ‘숨쉬다’에서 온 손민정 대표님의 별명이에요. 브리스길라의 줄임말이기도 하고요. 🙂 청소년 대안 교육 현장부터 광명시 교육협력센터까지 치열하게 살아온 그는 지금 연남동 한켠에 누구든 들어와 숨 고를 수 있는 거실을 열어두고 있어요.
길을 잃은 것 같은 청년들, 교회 안에서 질문하지 못해 답답한 청년들, 남을 돕다 스스로를 갈아 넣어버린 청년들 — 그 모든 분들을 위해 인터뷰어 냉이가 거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이런 대화를 나누었어요
🚪 가르치는 사람에서, ‘아하!’의 순간을 기획하는 사람으로
🗣️ 거실 민주주의: 교회에서 안전하게 질문하고 떠들기
🧭 길 잃은 정글에서: 내비게이션 대신 나침반
❤️ 활동가의 소진과 셀프 컴패션(Self-Compassion)
🏡 브리스의 거실, 그리고 써퍼들에게 남기는 편지

🌍이방인의 기억이 이웃의 손을 잡기까지
🔷 안녕하세요, 대표님! ‘교육연구소 온삶 대표’, ‘민주주의기술학교 이사’ 등 직함이 정말 다양하신데요. 이 모든 역할을 관통하는 한 문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민정: 저는 한마디로 교육 기획자예요. 제가 생각하는 교육 기획이란, 한 사람이 내면과 실천에 전환을 가져오는 아하!(Aha)의 모먼트를 경험하도록 시공간을 설계하는 일이거든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질문하고, 사람과 자원을 연결하고, 기다리는 모든 과정이 포함되죠. 정해진 답은 없어요. 어떤 만남과 경험이 그 사람 안에서 울림이 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저는 그 계기를 맞닥뜨리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저는 장을 마련할 뿐 참여자 자신에게 힘이 있다고 믿고요.
🔷 지식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변화의 시공간을 디자인한다는 말씀이 너무 멋집니다! 교육연구소 온삶이라는 이름도 참 따뜻한데요. 기존 조직들을 떠나 직접 단체를 만들기로 한 결심, 그리고 그 이름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가요?
🍀민정: 파커 파머의 책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The journey toward an undivided life)』과, 웬델 베리의 『온 삶을 먹다』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온전함이란 외적인 완벽함이 아니라, 나의 취약성과 어두움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존재의 온전함을 인정하는 것을 뜻해요. 한자로는 따뜻할 온(溫), 영어로는 스위치를 켜는 온(ON), 그리고 책상에 밀착하듯(On the desk) 땅에 발을 붙이는 삶의 의미도 담겨 있죠. 공공기관이나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정책이나 예산의 언어를 써야 하지만, 저는 사람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은 지식만이 아니라 마음과 감정, 의지가 통합되는 영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내면의 영성을 탐구하는 것과 시민으로서의 책임성을 갖는 것, 이 두 가지가 연결되어야 비로소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고, 그 판을 직접 깔고 싶었어요.
🗣️ 거실 민주주의: 교회에서 안전하게 질문하고 떠들기
🔷 민주주의기술학교의 철학 중 ‘일상 공간에서의 민주주의 실천’이 참 와닿았습니다. 광장이나 선거가 아니라 가정, 교회, 회의실에서의 민주주의라니요! 이웃 사랑, 환대, 서로의 짐을 지는 기독교 신앙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민정: 민주주의는 고착화된 이념이나 거창한 제도 단위만이 아니라 관계 맺음의 양상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이 세계와, 이웃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한 태도죠. 저는 신앙 공동체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90년대 초반, 저 역시 여러 교회들 안에서 질문과 의심이 허용되지 않는 것, “기도가 부족한 거다”라는 억압적인 문화에 분노했어요. 동시에, 작은 선택 앞에서 하나님을 마주한다는 마음으로 성경과 신학 책을 찾아보고 하나님 앞에 내 질문을 토해내며 씨름했어요. 그 씨름하는 시간을 통해서 비로소 진짜 자기 고백이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모른다는 자각 앞에 인도를 구하며 진심으로 지금의 선택을 하게 되는 거요. 그런데 이 과정을 혼자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서사를 말하고 온전히 들어주는 안전한 대화의 공간이 일상과 신앙 공동체 안에서 만들어지는게 중요하고, 이게 일상속에서의 민주주의의 기초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도 감사하게 청년 시기에 교회에서 이러한 실험을 할 수 있었어요.
🔷 격하게 공감합니다! 사실 요즘 소통 없는 운영 구조나 거버넌스 문제 때문에 상처받고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이 많거든요. 오랫동안 회의 진행과 갈등 조정을 가르쳐오신 입장에서,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당장 실천해 볼 수 있는 아주 작고 구체적인 팁이 있을까요?
🍀민정: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먼저 교회 구조 전체를 당장 뒤엎으려 한다면 에너지도 소진되지만, 하나님 앞에서 열매를 맺고 변화를 만드는 방법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것 같아요. 지쳐서 멈추는 대신, 청년들에게 주어진 권한 안팎에서 일단 모이고 떠들고 꿈꾸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걸 추천해요. 친해야 논의가 잘 되거든요. 서로 안전하게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워크숍을 해보는 것도 추천해요. (저한테 요청하시면 가서 해드릴게요!) 우리 청년부만의 대화 약속을 정하고, 작더라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해서 실패와 성공을 성찰해 보는 회의와 회고의 문화를 세워가는 겁니다. 그렇게 스스로 민주적인 문화를 만들어 낸 청년들이 ‘다른’ 교회를 만들어 낼 든든한 경험과 힘을 축적하는 거 같아요.
이번호 고민은 [기독청년프로젝트 시즌2 기독청년의 넘실넘실] 청년들은 왜 교회가기 싫을까? 영상을 각색하여 재구성한 질문과 답변입니다.
📬이번 호 고민 : 매주 만나지만 겉도는 대화… 교회 사람들과 진짜 친한 걸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주일마다 청년부 소그룹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입니다. 매주 만나서 밥도 먹고 나눔도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청년부 사람들과 제가 친하다고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주중에 따로 연락하는 일은 거의 없고, 만약 교회 밖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엄청 어색할 것 같거든요. 깊은 고민을 털어놓기엔 조심스럽고, 매주 비슷한 일상 이야기만 겉도는 느낌이에요.
교회에서는 다들 우리는 ‘영적 가족’이라는데 저만 겉도는 건지, 아니면 주말 황금 같은 시간에 굳이 이렇게 안 친한 사람들과 의무적으로 교제(?)를 해야 하는 건지 종종 허무한 생각이 듭니다. 원래 교회 인간관계란 게 다 이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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