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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여러 각도에서 심층적으로 다뤄진 공감과 환대는 훨씬 입체적인 개념으로 재구성되는 경험을 안겨 준다. 가령 갈등과 혐오는 흔히 타자에 대한 배타적 인식과 사회적 약자를 향한 공감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여겨지지만, 역설적으로 동일 집단에 대한 ‘과도한 공감’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폴 블룸의 지적은 특히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31쪽). (본문 중)
홍성은1)
김상덕 외 │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다』│야다북스
2026. 4. 19. │ 230쪽 │ 14,400원
공감과 환대의 재구성
‘공감’과 ‘환대’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자주 호출되는 키워드다. 세대 갈등과 경제적 양극화, 기술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를 갈라놓는 벽과 마주한다. 공감과 환대가 끊임없이 되뇌어지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이 거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러나 그 사용 빈도가 무색하게, 공감과 환대는 가장 쉽게 오해되거나 소진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교윤리연구소가 엮은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다』는 바로 이 문제의식에 초점을 맞춰 출발한다. 공감과 환대를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나 성향이 아닌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행위로 바라보며, 8명의 저자가 각자의 전공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이 담론을 깊이 있게 풀어낸다.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다』표지 ⓒ야다북스
공감과 환대에 대한 8인의 담론
첫 장을 여는 김상덕 교수는 공감의 정의에서 출발한다. 공감은 타자와의 정서적 공유를 전제로 하며, 생물학과 신경과학의 관점에 따르면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인지 과정을 거쳐 성숙한 형태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 저자는 이 성숙의 과정에서 기독교 신앙이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며, 공감이 책임 있는 이해와 섬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한다.
김성수 교수는 AI의 발전이 초래할 사회적 변화와 그에 따른 종교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반응하는 체계에 불과한 AI와 달리, 인간은 참된 감정을 바탕으로 타자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시대적 변화에 맞춰 목회 원칙과 윤리적 과제를 재정립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편 김희준 작가는 보다 문학적인 필체로 환대를 풀어간다. 땅에 묻힌 씨앗이 새싹을 틔우듯, 자기를 내어주어 생명을 피우는 죽음의 원리를 살아내는 것이 곧 환대라는 것이다. 피조세계의 수많은 존재들과 얽히고설키며 열려진 존재로서 낯선 이를 환영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그가 정의하는 환대다.
“감격과 공허함”이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하는 목광수 교수의 글은 이상적 환대와 현실적 환대의 관계를 사고한다. 저자는 무조건적인 이상적 환대와 조건이 따르는 현실적 환대가 양자택일이 아니라 긴밀히 맞물려야 하는 관계라고 주장한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기독교가 절대적 진리관을 유지하면서도 관용을 통해 공적 합당성을 확립하는 것, 그것이 이상적 환대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저자는 짚는다.
박선영 교수가 주목한 “우리의 이웃”은 삶의 고통을 마주한 이 시대의 청소년들이다. 저자는 인구 절벽 시대에 청소년 정책이 국가 존립을 위한 ‘사회통합’의 핵심 전략으로 재편되어야 한다고 진단한다. 대한민국 청소년 정책의 성과와 문제점을 두루 짚으며 실질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모든 청소년이 차별 없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포용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화 <미씽>을 중심으로 K-문화의 그늘을 고발한 박혜인 교수는 다문화 국가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제국주의의 잔재인 GNP 인종주의2)는 이제 내면화되어 새로운 위계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온갖 굴곡을 극복해온 우리가 정작 타자를 ‘추방’하는 가해자가 되어버린 현실 앞에서, 저자는 기독교 공동체가 지녀야 할 관용과 환대의 정신에 호소한다.
레비나스의 환대와 대속 사유를 소개한 성신형 교수의 글은, 인간을 자기중심적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타자에게 열려 있는 존재로 보는 레비나스의 철학이 오늘 우리의 맥락에서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지나치게 급진적이며 윤리적 불가능성의 핑계가 될 수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철학이 타자를 향한 윤리적 감수성을 일깨우고 희생과 사랑으로의 확장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엄국화 교수는 『대학』에 등장하는 공감의 개념 ‘서’(恕)를 다산 정약용, 레게, 게일의 시각으로 풀어낸다. 동서양 도덕 사유가 만나는 지점에서 이들이 ‘서’를 바라보는 다채로운 관점은, 공감이 유교적 도덕 개념을 넘어 보편적 언어로, 나아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실천적 윤리로 재해석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함께 읽는 유익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저자들이 쓴 공감과 환대에 관한 글을 함께 읽는 것은 어떤 유익이 있을까? 공감과 환대라는 언어는 근래 사회 여러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만큼 일차원적으로 소비되기도 쉽다. 때로는 모호한 감정 표출로, 때로는 비현실적인 거대 담론으로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여러 각도에서 심층적으로 다뤄진 공감과 환대는 훨씬 입체적인 개념으로 재구성되는 경험을 안겨 준다. 가령 갈등과 혐오는 흔히 타자에 대한 배타적 인식과 사회적 약자를 향한 공감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여겨지지만, 역설적으로 동일 집단에 대한 ‘과도한 공감’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폴 블룸의 지적은 특히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31쪽). 이는 공감이라는 개념이 개인적·정서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인지적 차원으로 확장되어야 함을 보여 주며, 바로 그 지점에서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감당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분명 대다수가 동의할 만한 설득력을 지닌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8인의 저자가 각자 다른 분야, 다른 관점에서 풀어낸 글들이 서로 연결되고 융합되는 지점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해준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성신형 교수가 소개한 레비나스의 환대와 대속 철학은 다소 급진적이어서,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그러나 앞서 목광수 교수가 짚은 이상적 환대와 현실적 환대의 관계를 떠올리면, 이런 이상적 사유가 공허한 이상론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점진적으로 실천해 나아갈 지침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더불어 구체적인 대상과 맥락 속에서 공감과 환대를 고민한 장들은,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이 개념을 현실에 발 딛은 실천으로 구상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정서적 위로와 안정을 AI에게서 찾으려 하는 오늘 세대의 풍경, 인구 절벽이라는 사회적 위기 한복판에서 시급히 요청되는 청소년 포용 정책, 난민처럼 전락해가는 이주 여성의 현실과 다문화의 게토화 문제까지, 공감과 환대가 지금 우리 사회에 왜 필요하며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되어야 하는지를 짚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이 개념이 나와 상관없는 뜬구름 잡는 거대 담론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피부에 맞닿아 있는 현실의 문제임을 직시하게 한다. 이처럼 다층적인 관점과 경험이 쌓이면서, 공감과 환대는 이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고 실천적이고 적실한 현실의 문제로 우리에게 와닿는다.
유의미한 마중물
책의 들어가는 글에서 성신형 교수는 이 책이 독자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오래된 상처를 드러내며, 앞으로의 실천을 향한 “작은 발걸음을 마련하는 데 있어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8인의 필자가 써 내려간 글들은 이 바람에 충분하고도 넘치도록 알찬 내용으로 화답한다. 다만 굳이 아쉬움을 꼽자면, 글들 사이의 소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양한 분야를 함께 아울러야 하는 과제가 고스란히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 느낌이랄까. 저자들 간의 관점을 좀 더 유기적으로 엮어내고 융합적인 소통을 이끌어냈다면, 더 흥미롭고 역동적인 발상들이 태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작은 발걸음을 위한 마중물이 되고자 한 바람만큼은 충분히 이뤄낸 듯하다. 특히 단순한 학술적 논의에 머물지 않고 공감과 환대를 신앙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지점에서, 이것이 사회적으로 중대한 주제일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이 시대의 사명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주중에는 캠퍼스 유학생을 섬기는 NGO 단체의 일원으로, 주말에는 이주민 사역을 감당하는 목사로 살아가는 나에게, 이 책은 공적 영역과 신앙의 영역 모두에서 이 과제를 통전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공감과 환대를 현장에서 고민하는 목회자와 선교사, 타자화되는 주변부 사람들을 마주하는 실천가, 그리고 신학과 윤리의 차원에서 이 개념을 더 깊이 파고들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앞으로도 공감과 환대에 대한 논의가 더 심층적이고 입체적으로 다뤄지고, 구체적인 정책과 이야기로 직조되어가길 바란다.
1) ISF(국제학생회) 본부총무, 보성교회 목사.
2) 출신 국가의 1인당 GNP에 따라 차별하는 것-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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