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AYVE letter 108호 보러가기
지난 4월, 안식휴가기간 중에 제주에 머물며 일주일동안 홀로 서귀포 지역의 올레길을 따라 걸은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제주를 꽤 여러번 방문했는데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제주를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해안의 파도와 바위와 모래, 오름과 나무들, 과수원과 밭, 마을의 돌담과 마당의 빨래줄을 보며 ‘이곳에 사람이 있고 일상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조금 더 제주를 걷고 제주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6개월만에 청년 잇슈ON을 통해 제주를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더 분명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잇슈ON’은 청년들을 잇고 생각과 세상을 밝히는 이슈별 소모임으로, 청년기행은 작년 광주를 시작으로 올해 제주가 두번째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기윤실 활동가 세 명과 기독청년 두 명이 기행의 길동무로 모였습니다. 우리는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4.3의 이야기를 만나러 제주로 향했습니다.
제주 4.3기행을 기획하며,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그리고 4.3유적지와 제주 일대를 걸으며, 무엇보다도 제주의 사람들과 그들의 일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과수원, 마을 어귀와 언덕, 학교, 공장, 해안가 등 주민들의 일상이 흐르던 삶의 터전 곳곳에서 지난 시간 어떤 참극과 상처가 쌓여왔는지를 알게 되면서 숙연하고 복잡한 마음에 침묵하게 되기도,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주정공장수용소와 곤을동 잃어버린마을, 4.3평화박물관, 가시리4.3길, 표선 일대 유적지, 정방폭포, 섯알오름, 알뜨르비행장, 백조일손묘역 등. 2박 3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곳곳을 걷고 바라보며 각자가 느낀 기행의 몇몇 순간들을 이번 호에 정리해 담았습니다. 기억한다는 것, 아픔에 공감한다는 것의 의미를 함께 제주를 한번 더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시앤 드림
리뷰파도타기: 잇슈ON 제주기행 후기 – 제주 4·3, 기억의 자리를 걷다
🔷글_냉이, 샤인, 써니, 동치미(제주기행 참가자)
“보라 학대 받는 자들의 눈물이로다 그들에게 위로자가 없도다 그들을 학대하는 자들의 손에는 권세가 있으나 그들에게는 위로자가 없도다.”(전도서 4:1) 일제강점기의 폭압과 수탈을 견디고 맞이한 해방이었지만, 자유를 갈망했던 사람들은 해방된 조국에서조차 생명과 존엄을 빼앗겼습니다. 이후 한국전쟁과 군사정권을 거치면서도 국가폭력은 반복되었습니다. 시대와 명분은 달라졌지만, 권세 있는 자들의 손에는 힘이, 학대받는 자들에게는 눈물이 남았습니다.
그 수많은 억울한 죽음과 눈물은 어디에서 위로받을 수 있을까요. 하나님은 아벨을 죽인 가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네 아우의 핏소리가 땅에서부터 내게 호소하느니라.”(창세기 4:10) 아벨은 죽어 침묵하게 되었지만, 그가 흘린 피는 하나님 앞에서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권력은 진실을 은폐할 수 있지만, 억울하게 흘린 피는 하나님 앞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제주 4·3 희생자들의 피와 남겨진 이들의 눈물도 하나님께서 보고 들으셨고, 여전히 기억하시며, 회복되지 않은 억울함까지 마침내 신원하시리라 믿습니다.
이러한 믿음은 성도이자 법률가인 제게 위로이자 책임으로 다가옵니다. 법과 권력이 생명과 존엄을 짓밟는 데 이용되었다는 사실이 참담합니다. 법은 권세 있는 자들의 힘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때 그곳에 내가 있었다면, 나는 누구의 편에 서 있었을까. 그리고 지금, 나는 과연 누구의 곁에 서 있는가.
📬이번 호 고민 : 사회 참여를 하고 싶은데,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세상의 아픔과 여러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생기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작게나마 사회 참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뉴스에서 접하는 사건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질 때도 있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여러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 더 공부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거나 집회에 참여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막상 찾아보면 이미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 사이에 제가 끼어도 될지 망설여지고, 아직 아는 것도 부족한데 나서도 괜찮을지 고민됩니다. 그렇다고 계속 관심만 갖고 있는 것도 답답하고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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