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이슈의 중심에 있는 ‘대한민국 교육정책’
최근 대입 공론화 위원회가 구성되어 이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논의가 진행되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정병오(기윤실 공동대표, 오디세이학교 교사)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 곧바로 이어진 지방선거, 그리고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워낙 큰 이슈들에 가려졌지만, 교육계에서는 지금 중요한 일이 하나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중3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해인 2022년 대입제도의 개편을 위한 공론화 과정입니다.
공론화 과정이 뭐냐고요? 혹시 작년에 원전 문제를 놓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했던 것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국가의 중요한 의사 결정은 공무원이나 전문가들의 몫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새롭게 도입된 공론화 과정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 가운데서 무작위로 뽑힌 사람들이 모여서 일정 기간 그 문제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한 후 정책 결정에 대한 권고를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자신의 지식을 최선을 다해 제시하면서 참여자들을 돕게 됩니다. 전문가들이 완전히 객관적일 수 없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는 것을 고려할 때,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때 시민들의 집합적 상식을 고려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대입 공론화 위원회 주요 논의사항(출처: 한겨레)
2022년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 위원회에서는 우선 공론화 위원회에서 결정해 주길 원하는 의제를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 비율’ ‘수능평가방법’ ‘수시 수능최저학력 활용 여부’ 3가지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각 의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토론을 거쳐 4가지 안으로 정리를 했습니다. 물론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은 대부분 공감하시겠지만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의 비율’ 문제는 각 대학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수능 성적을 수시에서 최저학력 기준으로 어느 정도 활용할 것이냐’는 문제도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핵심은 ‘수능평가방법’ 부분입니다. 즉, 영어와 한국사만 절대평가를 하고, 나머지 교과는 9등급 상대평가로 실시하는 현행 방안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교과를 다 절대평가로 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수능의 모든 교과를 절대평가로 하면 학생들이 일정 수준 이상만 공부하면 1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대평가의 한 줄 세우기에 비해 성적에 대한 압박이 줄어듭니다. 무엇보다 전국의 학생을 한 줄로 세우는 비교육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학생의 학업 성취를 있는 그대로 평가해 주는 교육적 가치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상위권 대학은 경우 수능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게 되어 면접 등 다른 평가 요소를 강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한 내신 부분에서는 경쟁이 더 강화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수능을 현재와 같이 영어와 한국사만 절대평가를 하고 나머지 교과는 다 상대평가로 유지한다면 지금과 달라지는 것이 없는 셈입니다.
그럼 앞으로 공론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참여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볼까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3개의 공론화 영역과 이에 대한 4가지 안은 이미 나왔습니다. 이에 대한 권역별 토론회가 열리고 있고, TV토론도 7월 초순에 집중적으로 개최됩니다. 이러한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공론화 과정에 참여할 시민참여단을 뽑는데, 6월 20일부터 7월5일 사이에 지역, 성별, 연령을 따라 무작위로 2만 명 정도에게 전화를 해서 선정된 400-500명 정도가 시민참여단으로 활동합니다. 이들은 각 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설명 자료, 권역별 토론회 및 TV 토론 자료, 일반 국민들의 의견들을 제공 받은 뒤, 학습 및 숙의 과정을 거쳐 7월 말에는 투표에 참여하고, 8월에는 시민참여단의 논의 결과를 제출하게 됩니다.
일반 국민들이 의견을 표시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국가교육회의가 개설한 ‘모두의 대입 발언대’(www.edutalk.go.kr)에 접속하면 지금 논의되는 모든 자료를 볼 수 있고, 의견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남긴 의견들은 모아서 시민참여단에게 제공됩니다.
이렇게 해서 전문가들의 결정보다 더 좋은 안이 나올 수 있을까요? 그것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반 시민들이 “무엇이 내 아이에게 유리할까?”의 관점이 아닌, “어떻게 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입시 고통을 덜어주고 우리 교육이 좀 더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을까?”라는 공동선의 관점에서 참여하는 것입니다. 시민참여단 제안 전화를 받는다면 적극 응하시고, 그렇지 않더라도 ‘모두의 대입 발언대’(www.edutalk.go.kr)에 들어가 쟁점을 자세히 살펴보고, 의견을 개진해 주십시오. 특별히 기독교인들은 하나님 앞에서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