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기윤실 수련회 특강]
남북관계의 변화와 한국교회의 과제
이재봉 교수 (원광대 정치외교, 평화학)
개인적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했다. 임기 말에 보여주기 식이라고 생각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선물 보따리가 너무 크다고 했는데 내용적으로 상당히 획기적이긴 했다. 하지만 알다시피 다음 대통령으로 이명박이 당선되면서 이전의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무시했다. 이번 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큰 차이는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4년 남았다는 것이다. 충분히 이행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됐다.
북미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처음이지만 트럼프와 김정은이 직접 만나서 악수하고, 서로 신뢰 갖기 시작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모두 긍정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후퇴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는 곤란했지만 힐러리 당선 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했다. 관련된 글을 썼는데 항의도 받았다. 하지만 여성 차별, 타종교 차별, 인종 차별을 일삼는는 트럼프라 할지라도 최소한 전쟁은 힐러리보다 단 한 번이라도 덜 할 것 같다. 그 사람의 외교정책 때문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국제주의 정책을 통해 세계 곳곳에 개입했지만, 트럼프는 고립주의 정책을 펴서 가능한 한 무력개입을 자제하겠다고 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정체되는 것 같지만 잘 되리라 전망하는 이유가 있다. 트럼프는 짧게는 올해 11월 6일 실시될 중간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길게는 2020년 11월 재선에 도전해야 한다. 이 두 선거를 의식해서 외교적 성과를 내야 한다. 도덕성 문제로 각종 악재에 몰려있기도 하다. 종전선언이든 무엇이든 11월 이전에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김정은의 이해관계도 있다.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했지만 김정은은 국방경제병진노선을 하고 있다. 핵무기를 개발해서 미국의 위협을 막아내고, 이를 토대로 재래식 무기에 신경 쓰지 않고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작년에 핵무기 완성을 선포했고, 이제 모든 힘을 경제건설에 쏟으려고 한다. 그러려면 미국과 손을 안 잡을 수 없다.
트럼프나 김정은의 이해관계 때문에 북미관계를 후퇴시킬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정체되고 있지만 협상을 하고 있다. 결국 누가 먼저 하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나는 동시에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1단계로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고 미국은 군사훈련을 중단한다. 중국에서는 이를 ‘쌍중단’이라고 부른다. 이후 신뢰가 쌓이면 수교하고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다.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핵무기를 폐기한 뒤 남북 간에 군사력의 균형을 맞추면 된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잘 진전되면 크게 4가지가 달라져야 한다. ▲첫째, 1945년에 분단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다.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당장 어렵다면 적대관계를 풀고 전쟁 가능성만 낮춰도 실제 통일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정도라면 문재인 정부 때도 가능하다. ▲둘째, 북미는 70년 동안 원수로 지냈다가 양 정상이 직접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자고 했다. 적대관계를 끊고 국교 정상화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셋째, 전쟁을 아직 끝내지 못했다. 얼마나 비정상적인가. 정전/휴전 협정을 종전/평화 협정으로 바꿔야 한다. ▲넷째, 새 정부가 열심히 하겠지만 지원세력이 있어야 한다. 나는 기독교인을 꼽고 싶다. 유감스럽지만 방해역할을 한 것도 기독교인들이다.
탈북의 역사가 오래됐다. 1차 탈북은 친일파들이 했고, 2차 탈북은 지주계급들, 3차 탈북은 기독교인들이 했다. 4차 탈북은 피난민들이다. 1, 2, 3차 탈북한 분들은 북한에 대한 적대심이 아주 강하다. 기독교인들의 적대심도 여기서 시작한 것이 아닐까?
평화학자로서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있다. 산상수훈에 나오는 “악을 악으로 대하지 말라는 말” 이다. 톨스토이가 이 구절을 사랑했다. 그리고 간디가 톨스토이의 영향을 받았다. 간디가 무저항을 했다고 하는데, 아니다. 비폭력으로 저항했다. 비폭력으로 저항하기 어렵다면 폭력으로 저항하라고 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 함석헌 선생이 간디의 영향을 받았다. 우리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정신으로 북한을 원수로 삼지 말고 화해하고 협력하는데 앞장서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우리 한반도 정세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속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한미군사동맹을 끝내고 균형과 중립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이글은 열매소식지 제266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