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이 땅에 “대한독립 만세!” 외침이 우렁차게 울렸습니다. 3.1운동은 제국주의에 억눌렸던 사람들의 저항운동이었고, 총칼 앞에서 외쳤던 비폭력 평화운동이었으며, 종교들이 연합해 성사시킨 연대운동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그리스도인들이 있었지요.

하지만 오늘날 한국 교회는 3.1정신, 즉 저항, 평화, 연대를 온전히 지키고 있는지요? 아니면 3.1운동을 들먹이면서 억압하고 폭력을 행사하고 배타적인 모습만 보이는지요? 2017년 기윤실이 실시한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와 성도들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로 “지나치게 배타적이기 때문”이란 의견이 유독 많은 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의 한 켠에 “복음주의”를 모토로 운동을 펼치는 교회와 단체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모여 3.1운동 정신을 온전히 계승하는, 진정한 기념운동을 하기 위해 <3.1운동 100주년을 기억하는 기독인 연합>을 만들고 기념예배, 선언문 발표, 대중집담회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228, 기념예배와 선언문 발표

기념예배와 선언문 발표는 3.1절 하루 전인 2019년 2월 28일(목) 오전 10시 30분 청어람홀과, 오후 12시(정오) 탑골공원에서 각각 열렸습니다. 예배를 인도한 김정태 목사님(사랑누리교회)은 100년 전 3.1운동에 참여했다가 다치고 죽은 이들이 있다며 이들을 기억하는 침묵기도를 제안했습니다. 기도 후 약 80여 명의 참석자들은 우리 민족을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찬송을 드렸습니다. 테너 방성현 성도는 특송으로 삼일절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강경민 목사님(일산은혜교회)은 이사야서 45잘 1~8절 말씀을 본문으로 “너는 나를 알지 못해도”라는 제목의 설교를 전해주셨습니다. 강 목사님은 3·1운동은 우리 민족이 자주독립을 외쳤다는 점,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자각에서 비롯되는 민주화 운동이라는 점, 그리고 비폭력을 바탕으로 한 세계평화주의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잊히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예배를 드리고 난 뒤에는 100년 전 독립선언서가 낭독되었던 탑골공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여기서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한국 그리스도인의 선언 : 경쾌한 발걸음으로 정의와 평화의 길을 걷다.”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319, 대중집담회 : 3.1운동 100주년에3.1운동

2019년 3월 19일(화) 오후 7시, 청어람홀에서 “대중집담회 : 3.1운동 100주년에ㅡ3.1운동”을 진행했습니다. 기억, 평화, 저항, 연대의 정신을 되짚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총 5분의 발제자들이 각각 15분씩 이야기를 나누고 참여해주신 약 50여 명의 청중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3.1운동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발제한 손승호 간사님(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은 그동안 거대담론으로만 접했던 3.1운동과 한국교회의 이야기에서 조금 벗어나 ‘메타역사’ 개념을 통해 3.1운동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서 설명해주셨습니다.

“기억”을 주제로 발제한 김상덕 상임연구원님(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기윤실 상집위원)은 여러 사진들을 보여주며 한국 기독교가 3.1운동을 기념한다면서 태극기뿐만 아니라 성조기, 이스라엘기까지 들고 나오는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 교회는 3.1운동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되물으며 다음 평화, 저항, 연대를 주제로한 발제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해달라고 했습니다.

“평화”를 주제로 발제한 문아영 대표님(피스모모)은 폭력과 비폭력, 억압과 피억압은 단편적으로 구분할 수 없고 맥락과 관점이 개입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기독교가 평화의 종교가 되려면 (1)평화와 폭력의 문제가 평면적이지 않음을 기억함으로써, (2)해방이 단일한 사건이 아니라 끊임없는 과정임을 경험함으로써, (3)억압과 피억압의 다층적 관계를 꾸준히 규명함으로써, (4)정치적 존재로서의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그 위치를 찾아감으로써, (5)폭력을 예감하고 그에 가담하지 않는 새로운 관계를 만듦으로써 가능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저항”을 주제로 발제한 바나 아부 줄루프 님은 팔레스타인 인으로 현재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바나 님는 팔레스타인이 처한 상황에 대해 발제를 하면서 오늘날 정의를 위한 운동에서 왜 억압받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전 세계 억눌린 사람들과 연대해서 악에 함께 저항하며, 정의를 비추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기독교의 교리에 따라 연대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연대”를 주제로 발제한 손원영 원장님(예술목회연구원)은 서울기독대학교 교수인데 현재 해직 소송 중으로 1심에서 승소하셨습니다. 한 기독교인이 사찰에 들어가서 불상을 마구 파괴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하자고 했다가 우상숭배죄는 명목으로 해직되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통해 오히려 종교들과 평화를 위한 연대 활동에 나서게 되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대중집담회는 다른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와는 다르게, 이 기념 국면에서 나타나지 않는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100년,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비폭력 평화, 저항, 연대의 정신을 펼쳤던 것이 온전히 계승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런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이 운동은 높은뜻하늘교회, 두레교회, 빛과소금교회, 사랑누리교회, 서문교회(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일산은혜교회, 지구촌교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등 7개 교회와 교회2.0목회자운동,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법률가회, 기독경영연구원,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기독청년아카데미, 성서한국, 좋은교사, 청어람ARMC, 크리스천라이프센터,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한국기독교언론포럼,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14개 단체가 연합해 진행했습니다.

*이글은 열매소식지 제269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쓴이_ 박제민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