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원자핵 반응에서는 강력한 에너지가 발생하고, 방사선이 방출되며, 또 질량 손실과 같은 특수 상대성 현상이 일어난다. 이 원리는 거대한 우주의 에너지 원천에 대해 이해하도록 해 주었을 뿐 아니라 화학과 의학의 발달 과정에도 활용되었다. 또한 전기를 생산하여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핵무기나 원전 사고의 비극 때문에 아주 위험한 분야로 인식하여 부정적 시각으로 보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런 팽팽한 긴장을 낳고 있는 핵 문제에 대해서 그리스도인들은 원칙적인 수준에서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본문 중)
성영은(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국내외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국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났다. 이 북핵 문제 못지않게 지금 우리 사회에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이슈 중 하나가 원자력 발전(원전)의 지속 여부 문제다. 핵무기와 원전을 나란히 놓기는 어렵지만, 핵무기와 원전을 뒷받침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원자핵 반응이라는 같은 과학기술이다.
이 세상은 100여 종류에 달하는 원자라는 작은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각 원자는 원자핵과 핵 주위를 도는 전자들로 구성된다. 원자의 질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같은 종류의 원자라도 중성자의 수가 달라서 질량이 다른 동위 원소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 동위 원소들 중 방사성 동위 원소는 불안정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며 질량 손실이 일어나 다른 원자로 바뀐다. 이때 방출되는 에너지를 원자핵 에너지 혹은 방사선이라 부른다. 이 방사선 중에는 우리의 유전자까지 변형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것도 있다. 방사성 동위 원소는 자연 어디에나 존재하므로 약한 방사선은 우리 주위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 동위 원소들은 일정하게 방사선을 배출하며 다른 원소로 변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암석이나 화석의 연대를 측정하는 데 사용된다. 얼마 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라돈 침대에서 나온다는 ‘음이온’도 사실은 암석 속 우라늄과 토륨의 방사선 동위 원소가 붕괴하면서 생기는 라돈의 방사선이다.
핵무기나 원전의 핵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각각 질량이 235, 239인 방사성 동위 원소들(우라늄-235, 플루토늄-239)이다. 우라늄-235는 자연의 우라늄(U-238) 속에 약 0.7% 정도 들어 있는데 이를 수%로 약하게 농축하여 원전의 핵연료로 사용하거나 수십%로 농축하여 핵무기로 사용한다. 우라늄-238에 중성자를 쏘아 때리면 플루토늄-239가 만들어진다. 플루토늄은 주로 원자력 발전에서 핵연료의 핵반응 후 부산물로 소량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플루토늄이 핵무기로 사용될 수 있기에 국제적으로 원전의 핵연료 폐기물을 엄격히 감시 관리하고 있다. 북한의 영변 원자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 핵연료인 우라늄과 핵연료 폐기물 속의 플루토늄을 농축할 수 있는 시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때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는 우라늄 원자폭탄을 그리고 나가사키에는 플루토늄 원자폭탄을 투하했는데, 그 이후로 인간은 이 핵무기의 위력을 잘 알게 되었으며 그 위험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 나라들이 한편에서는 어떻게든 이 위력적인 무기를 보유하려고 하고 다른 편에서는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핵무기의 위험을 알면서도 그 엄청난 원자핵 에너지에 매료된 인간은 핵반응을 평화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았다. 핵폭탄과 달리 방사성 동위 원소를 저농도로 농축하고 핵반응을 천천히 일어나도록 조절하여 원전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런 원자핵 반응을 일으키는 원자로 454기가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연구용으로 226기가 가동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의 약 30%를 원전에서 얻고 있다. 우라늄 1kg으로 석탄 약 3천 톤 정도를 태워야 나오는 전기를 생산하니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등의 문제를 생각하면 매력적인 기술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이, 확률이 높지 않다 해도 자칫 방심하거나 불가항력적인 재난이 닥칠 경우 원전은 비극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핵무기에 사용되든 원전의 에너지로 사용되든, 이 원자핵 반응은 하나님의 아름다운 창조의 일부분이다. 눈부신 햇빛이나 밤하늘의 별빛은 다 이 원자핵 반응 때문에 생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 공식 E = mc2(E는 에너지, m은 질량, c는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은 그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즉, 물질이 에너지로 변할 수 있는데, 원자핵이 깨질 때 질량이 조금 감소하면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나오는 것이다. 태양에서는 수소의 동위 원소들이 핵반응을 하면서 1초 동안 지구의 원전 약 10,000조 개가 생산하는 정도의 엄청난 에너지를 낸다. 태양이 빛나는 것도, 지구에 있는 우리가 그 빛과 에너지에 의존해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원자핵 반응 덕분이다. 별들이 빛나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이처럼 원자핵 반응에서는 강력한 에너지가 발생하고, 방사선이 방출되며, 또 질량 손실과 같은 특수 상대성 현상이 일어난다. 이 원리는 거대한 우주의 에너지 원천에 대해 이해하도록 해 주었을 뿐 아니라 화학과 의학의 발달 과정에도 활용되었다. 또한 전기를 생산하여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핵무기나 원전 사고의 비극 때문에 아주 위험한 분야로 인식하여 부정적 시각으로 보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런 팽팽한 긴장을 낳고 있는 핵 문제에 대해서 그리스도인들은 원칙적인 수준에서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우주 전체를 보면 이 핵반응은 온 세상 에너지의 원천이다. 해와 다른 별들, 그리고 모든 우주의 에너지가 핵반응의 결과로 나온 것이다. 해나 별빛의 반짝임 외에도, 땅에서 식물이 자라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강물이 흐르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이 태양에서 만들어진 핵에너지 때문이다. 이 핵에너지의 존재는 하나님의 창조요 섭리이다. 그러니 창조의 아름다운 질서가 이 영역에도 가득하다.
그렇지만 동시에 인간이 과학기술 활동을 하므로 과학기술에는 인간의 능력, 한계, 죄가 개입한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창조의 영역 중에서도 핵반응과 같은 부분에 대한 지식은 특히 많은 책임을 요구한다. 인간은 이 핵 기술로 아름다운 지구를 더럽힐 수도 있고, 방사선에 의한 유전자 변화로 생명체에 엄청난 재난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핵과 관련된 과학기술 지식은 오히려 우리에게 저주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핵에 대한 경계와 비판의 소리를 겸손히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인간의 죄로 인한 이기심과 욕심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할 수 있으면 핵에 대한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고, 나아가 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찾는 일에도 힘써야 한다. 그것은 신자가 이 땅에서 힘쓸 사명 중 하나다. 이렇게 과학기술의 영역에서 그리스도인들이 할 일이 아주 많다.
여기에 더하여 모든 역사는 하나님의 섭리하에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시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바로 지난 세기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아니라 독일 같은 침략국들이 핵폭탄을 먼저 개발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북핵으로 인한 현 상황이 매우 위험해 보일지라도 이 세상이 하나님의 뜻 안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고, 또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세상이 핵전쟁이나 핵 사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자비의 예수님이 다시 오심으로 끝난다는 것을 안다. 그런 점에서 그리스도인들은 북핵과 원전이라는 오늘날의 핫이슈에 대해 정치적인 입장만 생각하고 성급히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한걸음 물러서서 신앙의 눈으로 분별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을 성급히 비난하거나 더 나아가 미워하는 잘못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이 분열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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